미니 일렉트릭, 푸조 e-208보다 주행거리 약 70㎞ 짧은데 보조금은 45만원↑
푸조는 못 받는 ‘이행보조금’, 미니는 받네… BMW 형님 덕 톡톡
저공해차보급목표제 대상 기업 유무가 가른 국고보조금 추가 지급

단거리 주행 또는 서킷용으로 적합한 미니 일렉트릭. / BMW그룹코리아
국내에서 상온 주행가능 거리 인증을 최대 175㎞로 확정된 미니 일렉트릭의 국고보조금은 244㎞ 주행할 수 있는 푸조 e-208보다 많이 받는다. / BMW그룹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수입차 업계에서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면서 전기차 종류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의 첫 번째 고민 사항은 1회 완전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 거리다. 한 번 충전으로 얼마나 오래,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지가 편의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에 대해 보다 많은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미니 일렉트릭은 주행거리가 상온 기준 최대 175㎞로 인증을 받았음에도 약 250㎞ 주행이 가능한 푸조 e-208 모델보다 보조금이 많이 책정돼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미니 일렉트릭의 제원은 △리튬이온배터리 용량 32.6㎾h △1회 충전 복합 인증 주행거리 159㎞(상온 175㎞·저온 153㎞) △복합 전력소비효율(전비) 4.88㎞/㎾h 등이다. 이러한 미니 일렉트릭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은 572만원이며, 여기에 추가로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 스텔란티스코리아
스텔란티스코리아의 푸조 e-208 및 e-2008 SUV는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200㎞를 넘어서지만 미니 일렉트릭보다 국고보조금이 적다. / 스텔란티스코리아

그런데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미니 일렉트릭보다 약 70㎞를 더 멀리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인증을 통과한 푸조 브랜드의 푸조 e-208 모델의 경우 국고보조금이 527만원으로 책정됐다. 푸조 e-208은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상온 244㎞·저온 215㎞ 수준이다. 리튬이온배터리 용량도 47.4㎾h로, 미니 일렉트릭보다 넉넉하다. 그럼에도 푸조 e-208 모델의 국고보조금은 미니 일렉트릭보다 45만원 적게 책정됐다.

푸조 전기 SUV모델인 e-2008 SUV와 DS 브랜드의 DS3 E-텐스 모델도 47.4㎾h 용량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 주행거리 인증을 상온 237㎞·저온 187㎞로 마쳤는데 국고보조금은 497만원에 불과하다.

상온 상태에서 적게는 62㎞, 많게는 69㎞ 정도의 주행가능 거리가 차이를 보임에도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전기차인 미니 일렉트릭에 세금으로 마련된 국고보조금이 더 많이 지원된다는 얘기다.

복합 전비 부분에서는 △미니 일렉트릭이 4.88㎞/㎾h △푸조 e-208은 4.4㎞/㎾h △푸조 e-2008 SUV 및 DS3 E-텐스는 4.3㎞/㎾h 효율을 보여 미니 일렉트릭이 소폭 효율이 높다.

하지만 단순히 복합 전비가 좋다고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지는 않는다.

/ 환경부
전기차 국고보조금 산출 방식은 차량의 전력 효율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다소 복잡하며, 여기에 이행보조금 등이 추가로 지급된다. / 환경부

이러한 보조금 차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행보조금’ 때문이다. 이행보조금은 ‘저공해차보급목표제 대상 기업’에 한해 해당 기업의 전기차 모델에 기본으로 3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적용하고, 해당 브랜드가 무공해목표 달성 시 20만원 추가 지급, 저공해목표 달성 시 20만원을 또 더해 최대 7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한불모터스가 수입해 판매하던 푸조와 DS는 전기차 이행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스텔란티스코리아 소속인 푸조와 시트로엥·DS는 그간 디젤 파워트레인을 얹은 내연기관 차량을 중심으로 판매를 전개했다. 전기차 모델을 3종 투입하긴 했으나, 이는 극소량에 불과해 전기차 이행보조금 대상 기업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미니 브랜드는 전기차 이행보조금 대상에 포함됐다. 미니 역시 지난해까지는 가솔린이나 디젤 파워트레인을 사용한 내연기관 모델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축해 운영해왔다. 하이브리드(HEV)나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모델도 전무하다. 미니의 첫 전동화 모델이 이번에 출시된 미니 일렉트릭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유는 모회사인 BMW그룹코리아에 있다. BMW그룹코리아에는 BMW와 미니, 롤스로이스까지 3개 브랜드가 포함돼 있는데, BMW가 그간 MHEV 및 PHEV 등 저공해 차량으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꾸준히 판매했다. BMW가 판매한 저공해 차량들로 인해 BMW그룹코리아라는 기업의 자동차 브랜드인 미니까지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사실상 ‘재주는 곰(BMW)이 넘고 돈은 주인(미니)이 받는 격’이다.

환경부 측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산출 방식에 따라 확정된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니 일렉트릭의 경우 주행가능 거리가 짧은 만큼 보조금 산출식에 따라 결정된 국고보조금이 최대치(700만원)에서 약 18%가 깎여 적용됐으며, 이행보조금이 지원되는 점은 BMW그룹코리아가 저공해 모델 판매로 기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환경부 측에서는 “미니를 판매하는 BMW그룹코리아는 저공해차보급목표제 대상 기업에 포함되며, 푸조가 속한 스텔란티스코리아는 대상이 아니라 이행보조금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며 “매년 이행보조금을 비롯해 전기차 국고보조금 산정에 있어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이행보조금이 조정될 수도 있지만, 당장에는 조정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필수 교수는 “국고보조금을 산정할 때 가중치에 대한 부분은 주행거리나 겨울철 배터리 기능 등 전기차의 성능을 핵심적으로 보고 이행보조금과 같은 부수적인 지원과 관련해서는 최소한으로 책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이행보조금이라는 것은 기업체들이 얼마나 친환경적인 저공해 차량을 많이 판매하는지에 따른 보조금을 적용해주는 것인데, 일부 모델을 서로 비교하는 경우에는 특정 모델의 효율이 좋지 않음에도 국고보조금이 역전돼 불합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불만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점은 차량 자체의 주행거리와 겨울철 배터리 기능에 가중치를 크게 산정하고, 추가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주와 부가 뒤바뀌지 않게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일선에서 지적되는 목소리를 환경부에서 반영해 국고보조금 책정 기준 및 가중치 부분을 보다 객관성 있게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니 일렉트릭은 주행거리가 상당히 짧아서 타 전기차와 비교가 힘든 점이 있고, 데일리카로 이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 때문에 미니 일렉트릭 모델을 구매하려 고민하는 소비자들은 세컨드카 용도가 대부분일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세컨드카 용도로도 적절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과거 세컨드카 콘셉트로 출시된 BMW i3는 주행가능 거리가 20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보니 경제성이 떨어지고 사용을 거의 하지 않게 되자 제주도에서 렌트카로 이용되던 모델들은 산골에 방치된 상태며, 해당 차량들은 현재 공매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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