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캡투어의 이사회 구성원은 모두 LG그룹 계열사 출신 인사로 채워져 있다. /사진=레드캡투어, LG /그래픽=권정두 기자
레드캡투어의 이사회 구성원은 모두 LG그룹 계열사 출신 인사로 채워져 있다. /사진=레드캡투어, LG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범LG가로 분류되는 레드캡투어가 LG그룹 계열사 출신 인사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핵심고객인 LG그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행보가 내부견제 기능을 향한 물음표로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 사내이사 모두 LG그룹 계열사 출신… 사외이사·감사까지

레드캡투어는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조카인 고(故) 구자헌 회장이 설립한 범한흥산을 모태로 하는 여행·렌터카업체다. 현재는 고 구자헌 회장의 부인인 조원희 회장이 경영을 이끌고 있고, 장남인 구본호 판토스홀딩스 회장이 최대주주다.

이 같은 배경을 지닌 레드캡투어는 다른 여행사와 달리 일반 소비자보단 기업출장 및 법인 대상 차량 장기렌탈을 주력으로 삼고 있으며, 주요 고객도 LG그룹 계열사다. 

이는 레드캡투어가 다른 여행사에 비해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을 덜 받은 요인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2,500억원대 수준이었던 레드캡투어의 연결기준 연간매출액은 2020년과 지난해 2,200억원대로 약 10% 감소하는데 그쳤고, 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기조도 유지했다.

레드캡투어는 최근 주요 경영진 또한 LG그룹 출신 인사로 채워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오는 25일로 개최될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3명의 사내이사를 모두 신규 또는 재선임할 예정인데, 그 면면을 살펴보면 어김없이 LG그룹 계열사 출신이다.

먼저, 신규 사내이사 후보자로는 지난해 10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한 이충희 상무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충희 상무는 LG디스플레이에서 금융기획팀장, 자금팀장, 금융팀장, IR팀장 등 재무부문 요직을 거쳤다.

재선임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인유성 레드캡투어 대표이사도 LG에서 비서팀장과 부사장을 지낸 뒤 LG디스플레이에서 요직을 거친 바 있다. 함께 재선임될 예정인 김성일 이사도 범LG가로 분류되는 LS전선에 몸담은 경력이 있다. 

문제는 레드캡투어의 LG그룹 출신 인사에 대한 선호가 내부견제 기능을 향한 물음표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레드캡투어는 현재 3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데, 이 또한 모두 범LG가 계열사 출신 인사다. 여성구 사외이사는 LG투자증권 부사장, 심재혁 사외이사는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부사장을 지냈다. 윤흥렬 사외이사 역시 판사 출신으로 LG 법무팀 상무와 LG화학 법무담당 전무를 지낸 바 있는 인물이다.

사외이사는 경영 전반과 관련된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최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그리고 소액주주 권리 보호가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이다. 이를 위해 최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독립성이 필수적인 요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레드캡투어 사외이사들의 면면은 이러한 측면보단 LG그룹과의 관계에 집중된 모습으로 비춰진다.

뿐만 아니다. 레드캡투어는 세 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구 사외이사와 윤흥렬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각각 2016년 3월, 2016년 12월에 최초 선임된 두 사람은 사외이사로서의 재직기간 또한 6년을 채웠거나 가까워진 상태다. 2020년 개정된 상법상 사외이사의 최대 임기는 6년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재선임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이 중 윤흥렬 사외이사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감사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레드캡투어는 기존에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던 감사위원회를 폐지하고 1명의 감사만 두는 내용의 정관 변경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대해 레드캡투어 측은 “회사 규모 상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는 아니고, 선택 가능한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재직기간이 6년에 가까워진 기존 사외이사를 감사로 신규 선임하는 것에 대해서도 “규정 상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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