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마주하고 있다. /SK케미칼
SK케미칼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마주하고 있다. /SK케미칼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불만과 개선 요구를 지속적으로 마주해온 SK케미칼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또 다시 주주와의 갈등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도 주주서한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였던 안다자산운용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며 SK케미칼이 상정한 안건을 조목조목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 SK케미칼 주주들 뿔난 이유

SK케미칼을 향해 주주들이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부터다. SK케미칼로부터 물적분할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 3월 상장하고, SK케미칼의 주가가 부진을 이어가면서 이에 불만을 품은 주주들이 소액주주연대를 결성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사측이 주주들의 요구에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한다며 더욱 분개했고,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이어 지난해 9월엔 싱가포르 헤지펀드 메트리카 파트너스가 SK케미칼에 보낸 주주서한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촉구했다. 보유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중 일부를 처분해 주주들에게 배당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직후 SK케미칼이 전력, 스팀 등 유틸리티 공급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SK멀티유틸리티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고,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메트리카 파트너스 역시 이 같은 물적분할 계획에 반대하며 소액주주연대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논란이 커지자 SK케미칼은 지난해 10월 7일 무상증자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 방안을 발표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향후 배당성향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중간배당도 실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주주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소액주주연대는 버스 시위 등을 통해 문제제기를 이어나갔다. 결국 SK케미칼은 지난해 10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물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으며 지난해 12월 물적분할이 단행됐다.

그러자 메트리카 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 SK케미칼에 두 번째 주주서한을 보내 주주가치 제고를 거듭 촉구했다. 앞서 SK케미칼 측이 발표한 새로운 배당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 및 특별 배당 실시를 재차 요구한 것이다. 

이어 국내 자산운용사인 안다자산운용도 지난 1월 배당 확대,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일부 매각, 신규사업 투자,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요청하는 주주서한을 SK케미칼 측에 보냈다. 이후 SK케미칼 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안다자산운용은 소액주주연대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실질적인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가 SK케미칼 측이 협조하면서 이를 철회했으며, 이어 주주제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상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주주제안은 무산된 상태다.

◇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나선 '안다'

이처럼 주주들의 날선 불만을 마주하고 있는 SK케미칼은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를 앞두고 주주들의 공세 또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메트리카 파트너스는 이달 초 소액주주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자신들이 처음으로 SK케미칼에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처분을 요구했던 지난해 9월 18.3%의 지분을 매각했다면 4조7,000억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많아야 2조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K케미칼 이사회가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더욱 거센 공세를 예고한 것이다.

주주제안이 무산된 안다자산운용 역시 지난 15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통해 SK케미칼이 이번 주주총회에 상정한 안건들을 조목조목 반대하고 나섰다.

먼저,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이 상정한 보통주 3,000원, 우선주 3,050원의 현금배당 계획에 대해 “당기순이익 3,000억원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또한 전광현 SK케미칼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과 안재현 SK디스커버리 총괄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선임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안다자산운용은 “전광현 대표이사는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을 겸직하고 있고,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라며 “SK케미칼이 보유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배당 또는 신사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전광현 대표이사가 SK바이오사이언스 이사직을 겸직하면 양사 주주들 사이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해 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현 총괄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선임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현재 SK케미칼 이사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있는데, 안재현 총괄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개선하기보단 향후에 있을 소수주주들의 이사회 진입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안다자산운용은 이사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서도 “현재 회사의 주가가 순자산가치 대비 70% 이상 저평가돼있는 상황에서 사내이사들이 평균 10억원을 넘는 연봉을 지급받고 있다는 것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SK케미칼 측은 “지난해 주주환원정책 발표 당시 배당성향을 30%로 제시한 것은 비경상손익을 제외한 별도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이번 배당성향은 30% 수준이 맞다”고 설명했다.

또한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을 비롯한 주주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안다자산운용 측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 이후에도 소액주주연대 및 메트리카 파트너스와 협력하며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SK케미칼이 마주하고 있는 주주 달래기 과제는 향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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