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와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픽=권정두 기자
SM엔터테인먼트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와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또 다시 주주 행동주의를 마주한 SM엔터테인먼트가 주주들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행보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주주권리 제고가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을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법정시한 마지막 날 추가된 주총 안건, 주주 불만 부채질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2019년에 이어 또 다시 주주 행동주의를 마주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오비맥주 매각을 이끈 이창환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주주제안과 의결권 위임 권유, 공개 주주서한 발송으로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앞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던 라이크기획과의 거래 문제 등을 지적하는 한편,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최소한의 건전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며 곽준호 전 케이씨에프테크놀러지스(현 SK넥실리스)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또한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를 해지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창사 이래 첫 배당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그동안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행보로 풀이됐다. 하지만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 및 주주서한에 맞선 SM엔터테인먼트의 대응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추가했다. 정기 주주총회를 딱 2주 남겨놓은, 주주총회 안건 확정 법정시한 마지막 날이다. 

이에 대해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시가총액이 1조원을 훌쩍 넘는 대형 상장회사가 주주총회 소집 결의 이후 3주가 지난 시점이자 주주총회 안건 확정 법정시한 마지막 날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갑자기 안건을 추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위임장 작성 등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의 이러한 막판 안건 추가에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방해할 의도가 있다고 보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급작스럽게 추가된 안건의 내용 또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추가된 안건은 정관 변경과 사내이사 추가 선임이다. 이 중 정관 변경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한도 확대와 정기 주주총회 주주명부 폐쇄일 변경을 골자로 한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30%에서 50%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의 목적에 대해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한 자금조달 범위 확대”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얼라인파트너스 측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유상증자는 희석효과로 인해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주주배정이 우선이며, 다만 긴급한 자금의 조달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필요가 있을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정관상 규정된 한도 내에서 이사회 결의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도록 돼있다”면서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4,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순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상황인데, 주주 동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 할 수 있는 한도를 지금보다 더 늘리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이는 앞으로 주주 동의 없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신호로 주가에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대주주 지배권 강화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는 이러한 정관 변경이 왜 지금 필요한지에 대해 구체적 이유를 주주들에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기 주주총회 주주명부 폐쇄일을 기존 매년 12월 31일에서 최소 정기 주주총회 2주전으로 변경하는 것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법적으로 주주제안은 주주총회 6주 전까지 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주주명부 폐쇄일이 주주총회 2주전 이사회가 정하는 때로 변경되면 각종 편법으로 의결권 있는 지분을 확대해 감사 선임을 포함한 모든 주주제안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된다”고 꼬집었다.

◇ 주주권리 외면하는 SM엔터테인먼트, 의결권 확보엔 ‘분주’

뿐만 아니다. 의결권 확보를 위한 SM엔터테인먼트의 행보도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엔 SM엔터테인먼트 측이 의결권 위임을 요구하며 무작정 집에 찾아와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아내 몰래 주식투자를 해오던 것이 들통 났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갑작스러운 방문과 의결권 위임 요구에 대한 불편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적지 않고, 절차적 하자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의결권 확보를 위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소속 연예인 친필사인까지 배포한 것으로 전해진다.

SM엔터테인먼트가 이처럼 의결권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배력이 탄탄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확보하고 있는 지분은 19.03%에 그친다. 

반면, 앞서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해 문제를 제기했던 KB자산운용의 지분은 지난해 다시 5%를 넘겼다. 국민연금 역시 지난해 말 지분을 5.15%에서 6.16로 확대했다. 또한 소액주주 지분이 60%에 달하는 가운데, 얼라인파트너스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의결권 위임을 받고 있다. 

이에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므로, 사측이 참석인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지 못하도록 하면 충분히 부결시킬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현재까지 주주제안과 공개 주주서한에 대한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의 대응이 실망스럽다”며 “뜻을 함께하고 있는 수많은 주주들과 함께 이번 주주총회에서 주주권리를 훼손하는 의안들을 부결시키고, 독립적 감사 선임을 통해 에스엠 이사회를 건설적으로 감시·견제하면서 주주 권익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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