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리즈는 외계인이 납치돼 제품을 개발한다고 할 정도로 품질과 성능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나친 원가절감이 품질 저하와 서비스 저하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CES 2021 트레일러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삼성전자 회사 내부에는 납치된 외계인이 살고 있다.” 외계인의 오버테크놀로지로 만든 것처럼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의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비유할 때 사용되던 우스갯소리다.

지난 2010년부터 출시된 갤럭시S 시리즈는 그동안 ‘기술력은 삼성’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실제로 많은 국내외 스마트폰 소비자들은 감성과 디자인은 애플의 아이폰이, 투박한 디자인이지만 성능과 내구성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의 손을 들어주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런 ‘기술력의 삼성’이라는 타이틀이 흔들리고 있다.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에서 ‘원가절감’으로 인해 성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논란 때문이다.

◇ 노트20부터 GOS사태까지… 갤럭시, 원가 절감 논란에 신뢰도 ↓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들이 원가절감 논란으로 본격적인 비판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출시된 ‘갤럭시노트20’부터라고 볼 수 있다. 갤럭시노트의 경우 일반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S’ 시리즈보다 보통 높은 사양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갤럭시노트20부터 오히려 몇몇 부분에서는 갤럭시S20보다 사양이 낮게 출시된 것이다.

갤럭시노트20의 경우 갤럭시S20과 동일하게 최대 12GB의 램(RAM) 용량으로 출시됐다. 갤럭시S20의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0 울트라가 최대 16GB 램 용량을 탑재한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후속작이면서 상위 모델인 갤럭시노트20의 램 성능이 떨어진 셈이다. 

후면 카메라의 경우에도 갤럭시S20울트라보다 뒤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갤럭시S20울트라의 경우 4개의 센서와 최대 10배 하이브리드 광학줌을 지원하는데 비해 갤럭시노트20의 후면 카메라 센서는 3개로 줄었으며, 하이브리드 광학줌 배율 역시 5배로 갤럭시S20울트라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갤럭시노트20으로 시작된 원가절감 논란은 후속작인 갤럭시S21로도 이어졌다. 특히 갤럭시S21부터 ‘환경보호’ 문제를 이유로 기존에 제공됐던 번들 이어폰과 전원 어댑터(충전기) 등을 미제공하는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경쟁사 애플을 조롱하더니 그대로 따라하는 처사’라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애플이 환경문제를 이유로 아이폰 후속작에 충전기를 뺀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라틴아메리카 공식 SNS계정을 통해 “갤럭시는 충전기, 최고의 카메라, 배터리 등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게시글과 함께 충전용 어댑터 사진이 게재하며 우회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12월 갤럭시S21모델부터 충전용 어댑터를 패키지에서 제외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해당 게시글은 삭제됐다.

아울러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S22가 홍역을 치른 ‘GOS(Game Optimizing Service)’ 사태 역시 지나친 원가절감을 목표로 잡다 발생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2에 원가절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베이퍼 챔버(냉매로 기기의 열을 낮추는 부품)을 탑재했으나, 예상보다 발열이 잡히지 않자 GOS앱을 이용해 기기 자체의 성능에 과도한 제한을 걸었다는 의혹이다.

미국 IT전문매체 BGR의 크리스 스미스 에디터는 16일 보도를 통해 “삼성전자의 올해 다음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오는 8월 출시될 예정인 갤럭시Z폴드4와 플립4일 것”이라며 “갤럭시S22의 디자인을 변경하기엔 너무 늦었지만 이후 출시될 모델들에는 더 나은 냉각기능을 사용하도록할 필요가 있다”이라고 조언했다.

<전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400달러 초과) 업체별 점유율 /Source: Google Flourish>

◇ 브랜드 가치 저하 우려 속,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도 감소

삼성전자 측이 부인하고는 있지만 갤럭시 시리즈의 원가절감으로 인한 성능 저하 논란은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품에 대한 신뢰 저하와 판매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나친 원가절감이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도 “원가절감을 통한 이득 확보는 사업에서 분명 중요한 가치이지만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원가절감 전략 역시 적당한 선을 지킬 필요가 있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원가절감 문제가 크게 불거지기 시작했던 갤럭시노트20이 출시됐던 2020년부터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월간 스마트폰 트래커(마켓펄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나 성장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7%로 전년 대비 3%p 줄어들었다.

반면 경쟁사인 애플의 경우 2020년 55%였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5%p 증가한 60%로 성장했다. 또한 중국의 샤오미와 오포, 비보도 각각 2%, 2%, 1% 시장 점유율이 증가해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 내리막을 걷고 있는 화웨이를 제외하곤 경쟁사들 모두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원가절감으로 인한 성능 및 서비스 저하 논란에 대해서 삼성전자 측은 부인하는 입장이다. 제53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표를 진행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합리적 가격대의 프리미엄 제품을 제공해 가격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제품의 품질을 양보하진 않는다”며 원가절감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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