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555억원 손실 감수, R&D 1,000억원 투자… 10여종 신약 개발 중
광동제약, 주요 제약사 중 R&D 투자 최저… 파이프라인 빈약, 수익성도 저조

일동제약이 미국에서 자사 당뇨병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IDG16177’에 대한 신규 물질 특허를 취득했다. / 일동제약
일동제약은 지난해 555억원의 적자 성적을 감수하고도 연구개발에 1,000억원대 투자를 감행해 눈길을 끈다. / 일동제약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제약산업은 기술집약적 연구개발(R&D) 투자형 고부가가치 산업의 특성상 신약개발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해야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분류된다. 제약 업계에서는 대부분이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신약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한동안 적자가 지속될 수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3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평가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적극적인 투자를 보여준 제약사로는 일동제약이 대표적이다. 반면 투자에 인색한 제약사는 광동제약이 항상 거론된다.

특히 일동제약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것을 감수하고도 신약 개발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행보를 보여 광동제약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매출 대비 R&D 부문 투자 비중만 놓고 본다면 국내 주요 제약사들 중 최고 수준에 달해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

일동제약이 공시한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5,601억원 △영업손실 555억원 △당기순손실 1,010억원 등 수준을 기록했다. 제약업계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대부분 매출과 영업이익 증대를 기록한 것과 다르게 일동제약은 영업손익 부분에서 적자 전환을 기록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55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신약 개발 등 R&D에 1,082억원을 쏟아 부었다. 지난해 매출 대비 19.3%에 달하는 비용을 신약 개발에 투자한 것이다. 일동제약은 R&D 부문에 꾸준히 투자를 늘려오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일동제약이 R&D에 투자한 금액 및 매출 대비 비중은 △2017년 483억원(10.5%) △2018년 547억원(10.9%) △2019년 574억원(11.1%) △2020년 786억원(14.0%) △2021년 1,082억원(19.3%) 등이다.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는 그 비중을 더 크게 확대했고 지난해는 매출의 20% 수준까지 늘렸다.

매출의 20%에 달하는 비용을 R&D에 투자하는 것은 신약 개발에 상당히 적극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앞서 매출의 20% 수준을 R&D에 투자한 제약사는 한미약품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 종근당과 대웅제약 등이 매출의 15% 수준을 R&D에 쏟은 바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제약사라는 점이다. 그에 반해 일동제약의 매출 규모는 이들의 절반 수준인 5,601억원이다.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에서도 밀려났다.

그럼에도 일동제약이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일동제약이 제6기 정기 주주총회를 25일 서울 서초구 일동제약 본사에서 개최했다. / 일동제약
일동제약이 제6기 정기 주주총회를 25일 서울 서초구 일동제약 본사에서 개최했다. / 일동제약

지난 10년간 일동제약은 △B형간염치료제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 △골다공증 치료제 △항암제 △항바이러스제 △과민성방광 치료제 △발기부전 및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치질 좌제·연고 △비타민제(엑세라민프로·아로나민골드프리미엄) 등 27종의 신약 및 제네릭, 일반의약품 개발을 완료했다.

현재는 당뇨병치료제(2형 당뇨) 후보물질 IDG16177 제제에 대해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녹내장 치료제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폐동맥고혈압 치료제 △고형암 면역항암제 △비알콜성지방간(NASH) 치료제 △NASH·간질환(Liver Fibrosis) 치료제 △위식도 역류 질환 및 소화성 궤양 치료제 등 9종의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해 비임상을 진행, 총 10종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향후 국내외 제약기업으로 기술수출을 할 수 있도록 신약 연구에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R&D 중심의 글로벌 신약개발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함께 R&D 조직 및 프로세스 정비 등 제반 환경을 구축해왔다”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및 상용화 추진뿐 아니라, 당뇨병 치료제, NASH 치료제 등 신약 개발 과제 진행에도 역량을 집중해 더 많은 가시적 성과를 보여드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동제약이 최근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 제갈민 기자
광동제약이 여전히 연구개발에 인색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 제갈민 기자

반면, 국내 제약사 중 광동제약은 유독 R&D 투자에 인색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고,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도 R&D에는 100억원 수준의 투자만 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3,382억원 △영업이익 449억원 △당기순이익 255억원 등의 실적을 달성했다. R&D 부문에는 125억원을 투자했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1.5%다.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음에도 R&D 투자는 여전히 매출의 1%를 유지하고 있다. 전년 대비 R&D 투자비용과 매출 대비 비중은 소폭 늘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제약업계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R&D 투자가 인색한 만큼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도 빈약하다. 광동제약이 현재 진행 중인 신약 개발 과제는 △비만치료제 합성신약 KD101 △여성성욕저하장애 치료제 합성펩타이드 신약 KD-BMT-301(바이리시) 등 2종에 불과하다. 최근 10년 사이 개발한 신약도 성인대상 비타민D 결핍 치료제 ‘비타민D3비오엔주(KDBON-302)’ 단 1종뿐이다. 이마저도 프랑스 제약사에서 완제품을 수입해 공급하는 비오엔주에 적응증을 추가한 것이다.

사실상 최근 10여년 동안 새롭게 개발한 신약이나 제네릭은 전무한 셈이다. 광동제약은 의약품보다는 유통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먹는샘물(생수) 제주삼다수가 2,839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의 21% 이상을 차지했으며, 유통영업부문에서 비타500·옥수수수염차·헛개차 등 2,017억원(15%)의 매출을 올렸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의 경영 방식에 대해 “스타일이 다를 뿐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고 할 수는 없으나, 국내 제약회사라면 신약 개발에 투자를 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과거 한미약품도 영업이익 지표 등에서 수익성이 다소 저조한 기간이 존재했는데,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신약 개발 및 기술개발을 이뤄냈고, 최근 많은 기술수출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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