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신인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예방을 받고 윤석열 당선인의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신인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예방을 받고 윤석열 당선인의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제3기 신임 원내대표로 박홍근 의원이 선출됐다. 이재명 계로 분류되는 박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민주당의 주류 교체에 신호탄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24일 공식 입후보 절차 없이 172명의 의원이 전체 투표를 진행하는 ‘콘클라베’ 방식으로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1차 투표 결과 박광온, 박홍근, 이원욱, 최강욱 의원이 2차 투표 후보로 선정됐고, 2차 투표에서 박광온, 박홍근 의원으로 압축된 후 3차 결선 투표에서 박홍근 의원으로 결정됐다.

◇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 선출 의미

3선의 박 원내대표는 당초 ‘박원순 계’로 분류됐으나,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이재명 상임고문 지지를 선언하고 경선 당시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이 고문의 측근으로 부상했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박 원내대표가 당선된 만큼 이 상임고문의 영향력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 투표 전 정견발표에서 박 원내대표는 “우리는 정권 재창출에 결국 실패했다. 야당으로서의 첫 원내대표는 독배를 들고 십자가를 멘 채 백척간두에 서는 자리다”며 “강한 민주당을 만드는 것에 제 모든 것을 바쳐보겠다”고 말해 ‘강한 야당’에 대한 의지를 내세웠다.

그는 스스로를 유머도 부족하고 매사에 진지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의원들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서 우리 당이 개혁과 민생을 모두 챙기는 강한 야당으로 반드시 거듭나게 하겠다. 지선과 총선의 승리 발판을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성과를 통한 유능한 진보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윤석열 정부 첫 해에 부당한 탄압은 결단코 막아내고 개혁과 견제를 확실히 해내겠다. 윤 당선자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대하는 적대적 태도가 심상치 않다.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실력과 실적’을 강조하는 이재명 계의 면모를 드러낸 셈이다.

당선 인사에서도 박 원내대표는 감사 인사와 함께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하나다. 172분 의원님들의 열정과 의지, 경륜과 지혜 모아서 담대하게 변화 이끌어나가겠다”며 “강한 야당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겠다. 불안은 확신으로 기대는 성과로 보여드리고 말씀드린 약속 반드시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당원들도 ‘홍근홍근’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주류 교체와 함께 이슈가 된 것은 당원들의 문자 독려였다. 박 원내대표 역시 정견발표에서 이에 대해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문자 발송 등으로 심려와 불편이 크셨던 점에 대해 송구하다”며 “저로서도 이번 일이 매우 당혹스러웠고, 오히려 제 속만 새까맣게 탔다. 분열을 일으키는 어떤 행위도 자제하며 서로 위로하고 이겨야한다”고 당내 결속을 약속했다.

당원들의 문자 폭탄으로 일부 의원들은 휴대폰 사용에 불편을 겪기도 하고 일부 문자에는 독려 이상의 욕설이 섞이면서 당원들 사이에 자제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원내대표 선출에 당원들의 이목이 이정도로 집중되고, 문자 폭탄이 쏟아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당 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이번 문자 세례는 대체로 새로 입당한 이 상임고문의 지지층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상임고문의 지지자들은 SNS에서 홍근홍근을 외치며 이재명 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문자메시지 내용과 민주당 의원들의 전화번호 등을 공유했으며, 독려 문자가 욕설 등으로 변질되자 다시 SNS로 문자 자제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25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문자 폭탄을 받은 적은 있지만, 당원들 사이에 이렇게 빠르게 자정 작용이 일어나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은 처음이다”며 “심지어 끝나고 감사하다는 문자도 받았다. 박홍근 의원과 경합을 벌인 박광온 의원 측에도 수고했다는 문자를 보낸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상임고문의 지지층이 대체로 2030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SNS 사용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강성 당원들의 의지표명이 주로 문자 세례였던 반면 이번에는 과거보다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 부대표에 진성준박찬대… ‘강한 야당’ 강조

아울러 박 원내대표는 신임 원내수석부대표에 운영 수석으로 진성준 의원을, 정책 수석으로 박찬대 의원을 각각 선임했다고 25일 밝혔다.

진 의원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청와대에서 정무기획 비서관으로 일해 친문 의원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 옛 박원순 계로 묶이기도 한다. 다만 지난해 경선에서는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이유로 중립을 지킨 바 있다.

그리고 박 의원은 지난해 경선과 본선에서 모두 이재명 캠프의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이재명 계다. 친문과 이재명 계를 모두 기용한 점을 봤을 때 이는 당내 통합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박 원내대표가 진 의원을 뽑은 것에 대해 “민주당의 전략통으로서 역량을 발휘해 주실 것이다.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의원으로 민주당 의원들과 두루 소통하며 원내 운영에 헌신해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진 의원은 대선 기간 선거 유세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자를 겨냥한 날선 발언들을 이어가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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