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논란에 휩싸였던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철회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SM엔터테인먼트가 논란에 휩싸였던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철회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와 대립 양상을 보인 SM엔터테인먼트가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급작스럽게 추가했다가 이내 철회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의결권 자문기관들까지 잇따라 반대를 권고하고 나서면서 SM엔터테인먼트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치열한 표대결을 예고하는 안건이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의 이번 정기 주주총회 결과와 후폭풍에 관심이 집중된다.

◇ 자산 1조 넘는 상장사가 주총 안건 놓고 ‘촌극’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했던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철회했다. 지난 16일 안건을 추가한지 9일 만이자, 정기 주주총회 예정일을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6일 정관 일부 변경 안건과 추가 사내이사 신규선임 안건을 정기 주주총회에 전격 추가한 바 있다. (관련기사: 주주 목소리에 귀 닫나… SM엔터테인먼트 ‘마이웨이’

이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주주제안과 주주서한으로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해 여러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정기 주주총회 안건 확정 법정 시한 마지막날 단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한도 확대와 정기 주주총회 주주명부 폐쇄일 변경을 골자로 한 주요 내용 또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같은 정관 변경이 주주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굴지의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한국ESG연구소, 심지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조차도 반대를 권고했다. 

정기 주주총회를 약 2주 앞두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안건을 급작스럽게 추가한 뒤 다시 일주일여를 남겨두고 이를 철회한 SM엔터테인먼트의 촌극은 이러한 반발 및 반대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SM엔터테인먼트의 이 같은 행보를 현재 진행 중인 매각협상과 연결 짓기도 한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차원이었으나 역풍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철회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면서도 “애초에 이러한 시도를 해 유례없는 해프닝을 만들었다는 것은 최대주주가 실질적으로 모두 임명한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가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또 다른 강력한 증거”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SM엔터테인먼트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정기 주주총회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치열한 표대결을 예고하는 안건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주주제안을 통해 감사 후보를 추천한 상태다. 감사는 얼라인파트너스와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가 각각 추천한 후보 중 1명이 선임되며, 소위 ‘3%룰’이 적용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18.88%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지배력이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3%룰이 적용될 경우 더욱 그렇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 지분은 60.23%에 달한다. 논란과 갈등이 연이어 확대되면서 주주들의 관심 또한 높아진 만큼, 키는 소액주주들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과 앞서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 KB자산운용도 각각 6.16%, 5.1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 얼라인파트너스는 의결권 위임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간편하게 진행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주주 행동주의가 소기의 성과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의 감사로 주주제안 후보가 선임될 경우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그동안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왔던 라이크기획과의 거래 등의 현안에 제동이 걸릴 뿐 아니라, 매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SM엔터테인먼트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이달 초 발송한 공개서한과 관련해 지난 23일 “당사는 귀사의 의견을 존중하며, 그 의미 역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회사의 대내외적 경영 환경 변화 등이 있을 수 있어 구체적인 회신을 드리기 어려우니 이를 널리 이해해 주길 부탁드린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상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얼라인파트너스는 아쉬움과 실망감을 드러내며 “감사 한 명이라도 최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주주가 제안한 인사를 이번에 반드시 선임해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가 최대주주만이 아닌 회사와 주주 전체를 위해서 일하도록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31일 오전 9시 서울 성동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디타워 2층 회의실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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