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권 회장이 이끄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사진=쌍용자동차, 에디슨모터스 /그래픽=권정두 기자
강영권 회장이 이끄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사진=쌍용자동차, 에디슨모터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우여곡절과 잡음으로 점철됐던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 추진이 결국 무산됐다. 숱한 우려 및 지적에도 불구하고 당찬 자신감을 드러내온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의 원대한 포부도 첫 걸음조차 떼지 못한 채 멈춰 서게 됐다. 후폭풍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여 강영권 회장은 물론 쌍용차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 끝내 고래를 삼키지 못한 새우… 자금력 우려 현실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28일,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 맺었던 ‘M&A를 위한 투자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에디슨모터스 측이 인수대금 예치시한(관계인 집회 5영업일 전)인 지난 25일까지 잔여 인수대금을 예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인수대금은 2,743억원이었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앞서 관계인 집회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으며, 이어 25일까지 잔여 인수대금을 예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인수 무산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쌍용차 측은 이번 계약 해제에 대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쌍용차의 상장유지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관계인 집회 기일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사안은 M&A 절차 공고 이전부터 이미 거래소 공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익히 알려졌던 것으로 이를 감안해 투자자 모집 등을 준비했어야 할 사항이며, 입찰 또는 투자계약의 전제조건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청을 수용해 연장된 관계인 집회마저 무산될 경우,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만 허비하게 돼 재매각 추진 등 새로운 회생방안을 모색할 기회마저 상실 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계약자 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쌍용차 인수를 계속 추진해나간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지 여부 등에 대한 업계 전반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쌍용차 매각 절차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인수 의지를 밝혔던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10월 결국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줄곧 기대보단 우려가 컸다. 2020년 기준 연간 매출액이 897억원에 불과한 기업이 같은 해 2조9,297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우려는 역시 자금력에 대한 것이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금액으로 약 3,000여억원을 써냈는데, 쌍용차는 부채가 7,000억원에 달할 뿐 아니라 경영정상화 및 미래투자 등 위해 필요한 자금이 총 1조5,000억원대까지 예상됐다.

에디슨모터스는 이에 대해 재무적 투자자 등을 유치해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지만, 이후 일련의 절차에서 이러한 우려는 점점 더 커지기만 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에 대한 실사 이후 인수대금 51억원 삭감을 요청했고, 난항을 겪은 끝에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사모펀드 한 곳이 최종 불참한 채 본계약이 체결됐다. 또한 지난달 말 제출된 회생계획안 상 채권 변제율이 1.75%에 그쳐 상거래 채권단이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강영권 회장은 산업은행을 통한 대출, 부동산 개발 등의 방안까지 거론했으나 논란과 우려만 키우고 말았다.

결국 에디슨모터스는 마지막 재무적 투자자로 남아있던 KCGI마저 컨소시엄에서 이탈했을 뿐 아니라 추가 투자 확보에도 실패했으며, 상거래 채권단과 쌍용차 노조가 잇따라 에디슨모터스를 반대하는 탄원서 및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여론 또한 악화되는 등 악재가 거듭된 끝에 잔여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는데 이르렀다. 

아울러 에디슨모터스는 잔여 인수대금 미납에 앞서 200억원의 2차 대여금 또한 쌍용차에 지급하지 않아 이미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이 해제되면서 쌍용차는 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뉴시스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이 해제되면서 쌍용차는 다시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뉴시스

◇ 쌍용차도 다시 생사기로로… 새 주인 찾기 ‘촉박’

이처럼 애초부터 우려가 끊이지 않던 인수 추진이 끝내 무산되면서 강영권 회장의 야심찬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뿐만 아니라 무리한 추진에 따른 후폭풍 및 상처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에디슨모터스 측은 305억원의 계약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2020년 영업이익이 27억원 수준이었음에 비춰보면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1차로 지급한 300억원의 대여금을 돌려받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에디슨모터스의 코스닥상장 계열사이자 이번 인수 절차에 참여했던 에디슨EV는 계약 해제 소식이 전해진 지난 28일 주가가 하한가로 급락했다. 

무엇보다 대외 신뢰도와 기업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는 점은 강영권 회장과 에디슨모터스의 향후 행보에 있어서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까스로 새 주인을 찾는 듯했던 쌍용차 역시 또 다시 중대한 생사기로를 마주하게 됐다. 당장 새로운 주인을 찾아나서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쌍용차가 법정관리 중 M&A를 추진할 수 있는 기한은 오는 10월 15일까지로 7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이때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법원 차원에서 M&A를 진행하거나 청산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이 경우 쌍용차 협력사들의 줄도산도 우려된다.

이와 관련, 쌍용차는 지난해보다 여건이 한결 나아진 만큼 재매각을 신속하게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측은 “개발 여부가 불확실했던 J100 6월 말 출시를 앞두고 있고, 글로벌 전기차 선도기업인 BYD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친환경차로의 전환도 구체적으로 추진 중이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SNAM과의 CKD사업도 내년부터 연 3만대 규모의 물량을 확보했고, 기타 국가의 수출 주문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반도체 수급 문제만 해결된다면 생산라인을 2교대로 가동해야할 정도로 운영이 정상화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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