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 주총서 완패 후 주식 매각… 경영권 분쟁 일단락
호반건설, 단순투자라고는 하지만… 한진그룹 견제세력 가능성↑

호반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호반건설
호반건설이 KCGI 측의 한진칼 지분 대부분을 사들이며 사실상 한진칼 2대 주주 위치에 올랐다. / 호반건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호반건설이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강성부 펀드) 산하 그레이스홀딩스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거의 대부분을 인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가 피어나고 있다. 그러나 호반건설 측은 ‘단순투자’라는 입장 외에는 말을 아끼고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호반건설은 지난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를 통해 한진칼 주식 940만주(13.97%)를 5,640억원에 취득했다고 밝혔다. 주식 취득 목적은 ‘단순투자’라고 명시됐으며, 취득 예정 일자는 오는 4월 4일이다.

해당 주식은 KCGI(2021년말 17.41%) 측이 소유하고 있던 것이다. 호반건설은 KCGI가 보유한 3.44% 잔여 지분에 대해서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호반건설은 이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호반건설이 한진칼 2대 주주에 등극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KCGI가 한진칼의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KCGI 측은 지난 2018년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후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주주총회에 이어 올해 주총 표 대결에서 KCGI 측이 제안한 안건은 전부 부결됐다. 또 앞서 2020년 11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한진칼 신주 발행에 반대하면서 이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으나 기각됐다.

번번이 한진그룹 견제에 실패한 KCGI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주식을 호반건설 측에 매도하고 나섰다.

KCGI는 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이 현재 장기 성장을 위한 도약대에 올라섰다고 판단한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통해 장기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이에 한진칼에 대한  투자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여건이 성립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장 매각 방식을 택하지 아니하고 현 경영진을 도와 기업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경영진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효과적인 견제를 할 수 있는 매수자에게 일괄 매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며 “매수자도 그렇게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CGI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손을 뗐으나, 호반건설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가 한진칼 지분 1%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뉴시스
호반건설의 한진칼 지분 매입에 대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호반건설 측은 단순투자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 뉴시스

호반건설은 앞서 항공업 경영에 꾸준히 관심을 내비친 바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응찰했으나 입찰가가 채권단의 기대치보다 낮아 유찰되면서 인수 시도는 무산됐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유력 인수 후보기업으로 거론됐다. 호반건설이 대한항공이나 그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호반건설의 이번 한진칼 주식 취득 목적은 ‘단순투자’다. 주식보유 목적은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세 가지가 있다. 단순투자는 주총에서 의결권만 갖는 것이며, 일반투자는 배당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경영참여는 KCGI처럼 주총 안건을 제안하는 등 현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다. 공시를 통해 주식 취득 목적을 ‘단순투자’로 밝힌 만큼 호반건설이 당장 한진칼 측을 견제하고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반건설이 경영참여의 목적이 있다할지라도 단순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한 목적을 공시한 만큼 속내를 내비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도 있다. 주식 취득 목적과 관련해서는 언제든 변경보고가 가능한 점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이 때문에 ‘경영참여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불거지는 모양새다.

반대로 단순히 한진칼의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투자를 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직 항공업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는데, 향후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다분한 데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아직 불투명해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관점에서도 호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에 대해 아직까지는 단순투자를 통해 조원태 회장의 우군이 될지, KCGI처럼 경영 간섭에 목적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호반건설 측에서는 “호반은 인수합병(M&A)을 통해서 사업다각화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에 KCGI의 한진칼 지분을 단순투자 목적으로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순투자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KCGI가 한진칼 주식 매각 과정에서 “경영진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효과적인 견제를 할 수 있는 매수자에게 일괄 매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으며, 매수자도 그렇게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입장을 전한 만큼 호반건설이 한진그룹의 견제 세력이 될 가능성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KCGI와 호반건설 간 한진칼 주식 거래와 관련해 한진그룹 측에서는 별도의 입장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 주요 주주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 20.93% △KCGI(그레이스홀딩스) 17.41% △반도건설(대호개발 외) 17.02% △델타항공 13.21% △KDB산업은행 10.58%다. 이 중 델타항공과 산업은행은 조원태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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