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뉴시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애초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후보 단일화를 하며 ‘공동정부 수립’을 약속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안 위원장이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맡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입각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위원장이 총리직을 고사한 표면상의 이유는 ‘공동정부 수립’ 약속이 윤 당선인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는 것과 재충전이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저는 인수위원장으로 다음 정부에 대한 청사진, 좋은 그림 방향을 그려 드린 다음에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는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 그것이 당선인이 생각하는 전체적 국정운영 방향을 잡는 데 도움 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국무총리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안 위원장은 “사실 지난 1년간, 그리고 길게는 지난 10년간 (정치를 해왔으므로) 제가 재충전 시간이 필요하다”며 “최근만 하더라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선까지 (선거를) 두 번 치르다보니 제가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 ‘초대 총리’ 리스크 회피

그러나 안 위원장의 ‘진짜’ 계획은 다음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안 위원장은 본인은 총리를 맡지 않겠다고 했지만, 초대 내각에 들어갈 장관 후보자는 추천하겠다고 했다. 그는 “공동정부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자격 있고 깨끗하고 능력 있는 분들을 장관 후보로 열심히 추천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공동정부에 그의 ‘지분’을 더 넓히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총리직을 포기하는 대신 장관으로 실리를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

또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 “당 지지기반을 넓히는 그런 일들, 그리고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그런 일들에 공헌할 수 있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앞으로 여당이 될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을 언급한 셈이다. 

그렇다면 그는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을까. 현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임기가 1년 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안 위원장 역시 이를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는 당권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1년 뒤면 한참 뒤다. 그동안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생길 것 아닌가. 그건 그 부근에 판단할 생각”이라면서 “원래 정치에서 그런 일들은 장기계획을 세운다고 그대로 되지는 않는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양당이 합당하더라도 국민의힘 내에는 ‘안철수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와 같은 지형에선 안 위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더라도 5년 후 대선 경선에서 낙마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에 합당 후 6월 지방선거에서 외연 확장에 공을 세운다면, 이를 기반으로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안 위원장 역시 당내에서 대권을 노릴 모멘텀이 생긴다. 

아울러 안 위원장이 이낙연 전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라는 브랜드가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후광을 얻었으나, 부정적인 요소 역시 이 전 총리의 책임으로 돌아갔다. 결국 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안 위원장이 초대 총리가 된다면 이런 ‘리스크’를 안고 경선에 임해야 한다. 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거대 야당이 되는 민주당의 공세에 시달려 총리직에서 낙마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안 위원장은 상처만 입고 물러나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총리직을 포기하며 일부 장관직 지명권을 얻어,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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