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에 새로운 병원균에 의해 제2의 팬데믹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ICT기반의 '방역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이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이후에 새로운 병원균에 의해 제2의 팬데믹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팬데믹 혹은 그에 상응하는 세계적인 감염병 확산 사태는 2003년 사스(SARS), 2009년 신종 플루, 2015년 메르스(MERS), 2019년 코로나19 등 최근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다 하더라도 머지 않아 또다시 전 세계적인 감염병 확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전문가들 역시 신종 감염병의 범유행 발생시 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첨단 방역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방역로봇’이다.

<전 세계 방역로봇 시장 규모 (2019-2026) /Source: Google Flourish>

◇ 방역로봇 시장규모, 2026년 33억 달러 넘어

실제로 IT산업계에서 바라보는 방역로봇의 시장 성장에 대한 전망은 매우 밝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모더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방역로봇 시장–성장, 동향, COVID-19 영향 및 예측 (2022-2027)’ 보고서를 통해 세계 방역 로봇 시장의 규모는 연간 36.4%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이며 2019년 3억4,130만 달러(한화 약 4,143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6년 33억1,018만달러(한화 약 4조 18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모더 인텔리전스 측은 “COVID-19 발생과 전국적인 폐쇄는 대부분의 전 세계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며 “하지만 로봇 산업, 특히 방역 로봇은 현재 시장 시나리오에서 이점으로 인해 엄청난 수요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방역 현장에서 로봇이 효과적이라는 기대감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IT분야 및 의료계 전문가들은 방역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면 ‘안전성’ 확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확진자 및 오염 현장에 사람의 접촉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의료진들의 노동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방역로봇사업단의 정진우 팀장과 오상록 단장은 한국로봇학회(KROS)에 게재한 칼럼에서 “로봇과 ICT기술을 활용하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비대면 형태의 안전한 감염병 대응지원 체계 구축에 기여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모더 인텔리전스도 “최근에는 추가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 병원감염(HAI, Hospital-Acquired Infection)을 줄이기 위해 방역로봇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방역로봇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환자의 감염 위험 감소, HAI 치료 비용 및 환자의 입원 기간 감소와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대표 IT·가전 기업 중 하나인 LG전자를 중심으로 방역로봇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LG전자에서 개발한 방역로봇인  ‘LG 클로이 살균봇’./ LG전자

◇ LG전자부터 통신사까지… 국내 IT업계, 방역로봇시장 확보에 ‘잰걸음’

이처럼 방역로봇의 활용도에 대한 기대감과 높은 시장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국내외 IT기업들 역시 방역로봇 기술 확보에 나서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국내 대표 IT·가전 기업 중 하나인 LG전자를 중심으로 방역로봇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20년 12월 방역로봇 ‘LG 클로이 살균봇’을 공개했다. 현재 클로이 살균봇은 서울 성동구청에서 시범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클로이 살균봇은 UV-C(Ultraviolet-C) 램프를 이용해 세균을 제거한다. UV-C 자외선은 100~ 280나노미터(nm) 파장의 자외선으로 UV-C는 바이러스나 미생물이 노출될 경우, 해당 생물의 세포에 흡수돼 세포의 핵산을 파괴한다. 이때 핵산이 파괴된 바이러스나 세균은 보유한 DNA도 함께 파괴되고, 사멸한다.

LG전자는 “클로이 살균봇은 자율주행과 장애물 회피 기술을 기반으로 동작하고, 실내 공간을 누비며 사람의 손이 닿는 물건들의 표면을 살균한다. 호텔, 병원, 학교, 사회복지시설 등 분리되고 독립된 공간이 많은 건물에서 방역 작업을 하는 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 역시 방역로봇시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30일 이동통신사 KT가  AI 로봇 서비스 플랫폼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AI방역로봇 2종을 공개한 행사 장면./ KT

국내 이동통신사들 역시 방역로봇시장 확보에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4월 용인세브란스병원에 5G통신과 실시간 위치 추적시스템( RTLS)을 활용한 5G 복합방역로봇 솔루션을 세계최초로 상용화했으며, 지난 2020년에는 LG유플러스가 자율주행 로봇 개발업체 퓨처로봇, 얼굴인식 솔루션업체 넷온과 5G기반 AI방역로봇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통신사들 중 올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KT로 보인다. 구현모 KT 대표는 30일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KT AI 로봇 서비스 플랫폼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AI방역로봇 2종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KT에서 이번에 공개한 AI 방역로봇은 중소형과 대형의 2종이다. 두 모델은 방역용량과 크기에서 차이가 있으나 모두 플라즈마, UV-C 살균과 공기청정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 KT의 방역로봇들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국제 모바일·IT전시회 MWC 2022에서  24시간 상시 방역이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해 글로벌 IT업계 관계자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KT 측은 “다수의 인원이 장기간 머무를 수밖에 없는 사무공간, 학원, 학교에서도 AI방역로봇의 수요가 높다”며 “백신 사각 지대에 있는 어린이들, 감염에 취약한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아동·노인 복지 시설 등에서도 KT AI방역로봇이 감염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