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의 거센 불만을 마주했던 SK케미칼이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환원정책을 대거 내놓았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주주들의 거센 불만을 마주했던 SK케미칼이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환원정책을 대거 내놓았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주주들의 거센 불만을 마주했던 SK케미칼이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환원정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급한 불을 껐다. 주주 행동주의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낸 모습이다. 다만, 주주들이 지적한 문제들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향후 SK케미칼이 이 같은 변화를 지속해나갈지 주목된다.

◇ 거센 주주 불만에 달래기 나선 SK케미칼

SK케미칼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거센 불만을 마주한 바 있다.(관련기사: SK케미칼, 주주들의 거센 불만 달랠 ’무거운 과제‘) 특히 올해 초 주주서한 발송과 함께 행동을 개시한 안다자산운용은 공세를 한층 높였다.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주주제안은 무산됐으나, 의결권 위임 권유를 통해 SK케미칼을 비판하고 상정한 안건 또한 조목조목 반대했다.

SK케미칼 주주들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앞서 SK케미칼에서 분사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 3월 상장하고, 이후 SK케미칼의 주가가 부진을 이어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소위 ‘쪼개기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이 주주들을 분노하게 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일부 소액주주연대 차원의 불만에 그치지 않았고, 논란이 점차 확대됐다. 싱가포르 헤지펀드 메트리카 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자사주 처분 및 주주 배당 등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SK케미칼은 그 직후 또 한 번의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하며 기름을 부었고, 주주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해 10월엔 배당정책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주주들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올해는 안다자산운용 또한 새롭게 가세했던 것이다.

갈수록 커져만 가는 주주들의 원성은 SK케미칼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논란이 지속 및 확대될수록 재계 전반의 화두이자 SK그룹 차원에서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ESG경영’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SK케미칼은 지난달 주총을 앞두고 당근책을 연이어 꺼내들었다. 먼저, 지난달 21일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발표했다. SK케미칼은 이 같은 자사주 취득의 목적이 주주가치 제고에 있다고 명시했으며, 이를 위해 취득한 자사주는 향후 소각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5일엔 1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 등을 골자로 한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별도기준 매출액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SK케미칼의 이 같은 잇단 발표는 줄곧 날을 세워왔던 안다자산운용의 환영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안다자산운용 측은 주주총회 직후 “SK케미칼의 중장기 계획은 안다자산운용이 그동안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처분 등을 통한 친환경·신사업 투자 확대를 요청한 것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한 “앞서 547억원의 배당 방안을 내놓았던 SK케미칼이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안다자산운용이 요구한 약 1,200억원 수준의 배당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SK케미칼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확대되고 있는 주주 행동주의가 뜻 깊은 성과를 낸 또 하나의 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다만, 주주들이 제기한 문제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안다자산운용 측은 앞서 반대를 표명했던 전광현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과 안재현 SK디스커버리 총괄사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신규선임 안건이 통과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다자산운용이 전광현 대표를 반대한 이유는 겸직에 따른 이해충돌 문제 때문이었다. SK케미칼이 보유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을 일부 처분해 주주가치 제고에 투입해야 한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요구인데, 전광현 대표가 이번에 SK바이오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로도 선임돼 지분 처분 시 양사 주주 사이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안재현 총괄사장에 대해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개선하기보단 향후에 있을 소수주주들의 이사회 진입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안은 주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처분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안다자산운용 측은 이에 대해 꾸준히 개선책을 주문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집중투표제 도입은 주주 행동주의를 한층 원활하게 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은 끈 SK케미칼이 근본적인 개선을 통해 주주와의 갈등을 화합으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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