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의지를 밝힌 가운데 당 내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큰 내홍이 없는 듯 했던 민주당이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놓고 분쟁이 생긴 형국이다.

◇ 서울과의 인연 강조한 송영길의 3일

송 전 대표는 지난 1일 본인의 SNS를 통해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저에게 서울시장에 출마하라는 많은 분의 강한 요청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법정 조건이 당과 지지자들의 판단과 결정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당과 지지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 드리기 위해서 주소를 서울 송파구로 옮겼다”고 전했다.

다음날은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 “용산구 후암동 해방촌 남산도서관 밑에서 둘째형과 자취하던 때, 신촌하숙집, 노고산동, 남가좌동, 염창동 자취집, 큰형과 명륜동 적선동에서 하숙하던 때, 신사동 입주과외 시절, 방배동 처가에 아내와 딸을 맡기고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사법연수원 시절에 태학관, 한림학원 고시학원에서 헌법 민법 형법 등을 강의하면서 봉천동 연립주택에서 신혼살림하던 시절들이 회상된다”며 서울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 다음날에도 송 전 대표는 사법연수원을 다니던 시절 세례를 받은 서울 서초동 성당에서 아침 미사를 드렸다는 소식을 전하며 “목숨을 건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지 기도하는 시간이었다”며 서울 시장 출마에 대한 심경으로 풀이되는 글도 올렸다.

◇ 민주당 내부서 일제히 공격

하지만 김대건 신부를 언급하며 목숨을 건 사명을 준비하는 송 전 대표와 달리 민주당 내에서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은 4일 TBS 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다른 카드들은 다 물 건너갔다”며 “아예 참신한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거기서 붐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어떤 혁신의 민주당을 보여주자는 이런 제안도 있었다. 그런데 유력한 당대표가 딱 앉아서 경선하자고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들어오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송 전 대표가 경선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지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당내 중진이 출마하는 카드도 언급하며 “이낙연 선배도 송 전 대표가 나오겠다고 하는 판에 그럼 한참 후배하고 경선하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결국 여러 카드를 다 무산시켰다고 본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전략공천 없으면 이제 경선인데, 그럼 여기서 외부인을 구해오나, 안 구해오나를 다 충분히 지켜본 다음에 정말 못 구해왔을 때 그때 송 전 대표가 결심을 하셨어야 한다”며 “이렇게 일찍 결심을 해버리면 지도부가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3선의 김민석 의원은 국회에서 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송 대표를 향해 “동일 지역구 연속 4선 출마 금지 약속을 선도하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촉발한 86 용퇴론에 대한 대국민 설명과 양해가 필요하다”며 “하산 신호를 내린 기수가 갑자기 나홀로 등산을 선언하는 데서 생기는 당과 국민의 혼선을 정리해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반대하는것 같다”며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던 지도부가 특별한 이유 없이 복귀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원래 서울 지역 출신이 아니지 않나. 86 용퇴론이라는 부분과도 안 맞아 반대 의견들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로 주소지를 이전하기 전 계양구 지역위원회 당원과 만남을 가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은 송영길 전 대표 SNS.
서울로 주소지를 이전하기 전 계양구 지역위원회 당원과 만남을 가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은 송영길 전 대표 SNS.

◇ 계파갈등의 연장선?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비판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정근 민주당 서울 서초갑 지역위원장은 SNS를 통해 “(송 전 대표와) 강남 4구 구의장들과 함께 반포한강공원을 걸었다”며 “험지일수록 빠른 공천으로 전투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늘 절박한 마음으로 요청해 왔다. 서울시장도 마찬가지다”며 이른 출마 선언을 반겼다.

지방선거 일정이 5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확실한 뜻을 밝힌 인물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송영길 차출론’에 응답을 한 송 전 대표를 환영한 것이다. 서울은 오세훈 현 서울시장과의 승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면서 민주당에서 지금까지 뚜렷한 출마 희망자가 없었다. 경선 후보가 너무 많아 고민인 경기와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의 출마에 초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사실상 계파간 힘겨루기라는 해석도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명계 박홍근 원내대표가 당선된 후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 이재명계에 주류를 완전히 뺏길 수 없는 이낙연계의 견제라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4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전략공천을 한다는 것도 아니고 경선을 하면 되는데 굳이 내홍을 일으킬 이유가 있겠느냐”며 “지선 시작도 전에 내부 분열로 자멸할 것이 아니라면 후보로 출마도 못하게 막아서기 보다는 정해진대로 경선을 거쳐 후보를 내면 될 일인데, 주소지 옮긴 순간부터 이런 분위기를 만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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