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1분기 판매 경차만 상승, 신규 등록 3만대↑
경차 판매실적 27%↑, 전체 신차 등록은 12%↓… 캐스퍼·레이 약진

캐스퍼가 경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현대자동차
캐스퍼가 경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현대자동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올해 1분기 자동차 시장에서 경형 차량(이하 경차)의 판매가 전년 대비 유일하게 상승세를 기록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는 작은 차체와 부족한 출력 등으로 인해 비인기 차종으로 꼽히는데, 그럼에도 판매대수가 증가한 점은 의미가 있다.

국내 경차의 기준은 2003년말 개정된 것을 20년째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해외 국가보다 더 타이트하다. 이 때문에 경차는 선택의 폭이 상당히 제한적이며, 결국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실제로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신차 등록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경차의 판매 실적은 매년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연간 경차 판매대수는 8년 만에 1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그만큼 경차를 찾는 이들이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현대자동차에서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생산하는 경형 SUV 캐스퍼를 출시했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캐스퍼를 시작으로 경차 시장이 부활의 조짐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으며, 이는 올해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 판매는 총 3만278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판매 실적인 2만3,835대 대비 27% 이상 상승한 수치다.

특히 1분기 자동차 시장은 경차를 제외한 소형·준중형·중형·준대형·대형 모델의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전부 감소했으며,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도 33만6,93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29% 줄었다. 다른 차급의 판매는 줄어들고 있음에도 경차만 늘어나는 현상은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양상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경차 가운데 기아 레이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 기아
기아 레이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 기아

경차 판매를 이끈 모델은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 레이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캐스퍼는 매월 판매량 상승세를 그리면서 경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캐스퍼는 지난 1분기 1만1,036대가 판매되며 경차 1위 자리를 꿰찼다.

캐스퍼의 흥행과 더불어 기아 레이도 1분기 1만222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 대비 25.65% 상승한 판매 실적이다. 그러나 두 모델을 제외한 다른 경차 모델은 판매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해 안타까운 부분도 존재한다.

캐스퍼와 레이에 이어 경차 판매 3위인 모델은 기아 모닝이다. 모닝은 지난 1분기 총 6,729대 판매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8,860대)와 비교 시 판매가 소폭 감소했다. 그나마 지난달 월간 판매 실적이 3,157대를 기록하면서 지난 1월(2,022대)과 2월(1,550대) 대비 상승한 점은 위안 요소로 꼽을 수 있다.

한때 경차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한국지엠의 쉐보레 스파크도 지난 1월과 2월에는 월 500대 미만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으나 3월 들어 1,206대 판매를 기록하면서 1분기 누적 판매 1,748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 6,478대와 비교해 상당히 큰 폭의 판매 감소를 기록한 점은 아쉽다. 이 외에는 쎄보-C, EV-Z(이브이 제타), 트위지 등이 소량 판매됐다.

캐스퍼와 레이는 경차 중에서 비교적 가격이 높게 형성된 모델임에도 타 모델 대비 판매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두 모델은 경차 중에 상대적으로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 다양한 편의사양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경차를 구매할 때도 단순히 저렴한 차량을 찾는 것이 아닌 가격보다는 합리적인 모델을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캐스퍼와 레이는 현대차와 기아가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분석해 출시한 모델로 볼 수 있다.

또한 가솔린(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는 고유가 시대에 접어든 만큼 소비자들이 큰 차보다는 유지관리비가 저렴한 차량을 찾으면서 경차의 판매 상승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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