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6대범죄 수사권 이전 등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 법안 등 검찰개혁 입법안과 처리 시점을 놓고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의힘과 검찰 측의 견제에도 당론으로 채택했다.

◇ 민주당, 의총서 구체적 시기∙내용 논의

민주당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검찰개혁 입법의 시기와 내용, 방법 등을 논의하고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외에도 이날 의총에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정치개혁안, 가짜뉴스 처리 규제 등 언론·미디어 혁신 등이 함께 논의됐고, 언론개혁 법안도 당론에 포함됐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보시더라도 검찰이 보다 더 선진검찰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도록 저희들의 안을 잘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권력을 이제 개혁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검찰개혁 꼭 해야 한다”며 “하지만 국민의 희생과 정치적 환경이 매우 어렵다. 오늘 좀 더 냉정한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검찰개혁을) 강행하더라도 통과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정의당의 동참, 민주당 의원의 일치단결 없이 통과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도 힘들지만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 지고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정권교체를 코앞에 두고 추진하는 바람에 이재명 상임고문과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받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검찰 "사퇴도 마다 않겠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민주당의 의총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긴 하루가 될 것 같다”며 “저는 하여튼 간절한 마음으로 의총에서 현명한 결정을 해줄 것으로 고대하고 기다리고 있다. 간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맞서 사퇴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었다.

전국 18개 지검장들도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전날은 전국 지검장들이 약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열고 “국민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집단 사퇴 등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양식 있는 의원님들께 호소한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한 뒤에도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여야가 협의해 같이 고쳐나가자”고 제안했다. 또한 "민주당이 그것도 기다리기 어렵다면 국회 형사사법시스템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나 특위를 구성해서 진지하게 논의할 것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일반 범죄에서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상황”이라며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들이 경찰 수사에서 풀려났다가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발견한 이후 피의자들은 도주 중이다. 검찰이 없었다면 영구 미제 사건이 됐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사건을 언급하며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일부의 주장처럼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도 출범 1년이 넘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제2의 공수처가 될 뿐”이라며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통해 권력 비리에 대한 수사 공백을 의도적으로 바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민주당 내부서도 속도조절론 나와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 의원들은 대체로 검찰 개혁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검찰이 집단적으로 반발한 것에 대해 박홍근 원내대표는 “공익을 저버리고 이익집단화된 검찰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라며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 공화국 만들기에 검찰이 행동대장을 자임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 대부분이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날 의총에서 검수완박이 당론으로 채택된 이상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 처리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지난 7일 국회 법사위 소속 박성준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옮기고 자당 출신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에 배치하는 사·보임을 단행하면서 마음만 먹는다면 압도적 의석수를 바탕으로 법사위와 본회의 등 관련 절차를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내 속도조절론에 일방적으로 강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후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 검수완박을 저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무리한 검수완박은 진영대결이나 갈등만 증폭시켜 지방선거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박 공동비대위원장도 정의당의 반대와 당내의 소수 의견 존중이 필요함을 언급하고 “검찰개혁은 분명히 해야 하지만 방법과 시기는 충분히 더 논의해야 한다. 저는 오늘 여러분께 다수 의견이 아닌 소수 의견을 내겠다. 누군가는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인 이소영 의원은 전날 “우리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명분과 내용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국민들이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일 때에만 실제 사회 변화와 제도 안착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당과 정부가 지난 수년 동안 추진해왔던 검찰개혁이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비대위 지도부의 모두발언에서부터 입장이 엇갈렸음에도 검수완박에 대한 의지 자체는 모두가 공감했고, 당론으로 채택까리 완료된 만큼 당내 신중론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단독 처리 시 지방선거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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