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해에도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해에도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불미스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하림그룹의 김홍국 회장이 지난해에도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ESG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사회 출석 또한 강조되고 있는 시대흐름을 거스르는 모습이다.

◇ 지난해에도 이사회 출석률 ‘낙제점’

하림그룹 상장계열사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홍국 회장의 이사회 출석률은 대체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먼저, 팬오션은 지난해 총 14차례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이 중 김홍국 회장이 출석한 것은 8번으로 출석률은 57.1%였다. 팜스코에서는 7차례 이사회 중 3번 출석해 42.9%, 선진에서는 41차례 이사회 중 5번 출석해 12.2%의 출석률을 각각 기록했다. 최근 하림지주로 합병된 엔에스쇼핑에서도 역시 3차례 이사회 중 2번만 출석해 66%의 출석률을 남겼다.

앞서도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 여부 등을 공개하지 않았던 하림은 이번에도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하림지주다. 김홍국 회장은 유독 하림지주에서 만큼은 줄곧 이사회 출석률 100%를 기록해왔으며, 하림지주도 이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그런데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선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 여부 등을 기재하는 항목을 돌연 비워놓았다. 다만, 지난해 3분기 보고서까지는 김홍국 회장이 100%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김홍국 회장의 이 같은 이사회 출석률 실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공개된 이후 하림지주를 제외한 상장계열사에서 대체로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해왔다. 수년째 개선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서 제기된 우려가 고스란히 현실로 이어진 것이기도 하다. 그룹 내 7개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홍국 회장은 과다겸직 논란이 끊이지 않은 바 있다. 매년 주요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를 권고해오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역시 지난달 “지나친 과다겸직으로 이사로서의 충실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팬오션의 김홍국 회장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이와 관련해 하림그룹 측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모습이다.

이사는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이자 그에 따른 법적 책임도 진다. 따라서 하림그룹의 입장대로 오너일가의 등기임원 등재는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등재돼있는 것에 그친다면 진정한 책임경영으로 보기 어렵다. 이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밑바탕 돼야하며, 이사회 출석률은 이를 가늠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다.

실제 앞서 주요 대기업 총수일가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 실태를 지적하고 나선 경제개혁연대는 “이사로서 권한만 누리고 그에 부합하는 책임은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이사회에 출석할 의사가 없다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주주와 회사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비판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이 기업공시 서식 작성기준을 개정해 사외이사 뿐 아니라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 및 안건 찬반 여부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다. 또한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지난 2월, 이사 후보의 직전 임기 이사회 출석률이 75% 미만일 경우 반대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의결권 행사기준에 추가했다. 기존엔 사외이사에게만 적용했던 기준을 사내이사로 확대한 것이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담합과 일감 몰아주기가 잇따라 적발됐으며, 하림지주와 엔에스쇼핑의 합병추진이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또한 올해 들어서는 김홍국 회장과 같은 교회 출신인 인물이 엔에스쇼핑 사외이사로 선임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가뜩이나 ESG경영에 커다란 물음표가 붙는 가운데, 시대흐름을 거스르는 이사회를 외면 실태도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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