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코리아가 지난해 거둔 순이익을 크게 웃도는 금액을 배당으로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필립스코리아가 지난해 거둔 순이익을 크게 웃도는 금액을 배당으로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회사들의 고액배당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 않은만큼 이 같은 고액 배당 정책에 대한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 지난해 배당성향 142.9%… 필립스코리아, 계속되는 고배당 기조

필립스코리아는 네덜란드 전자기업 필립스의 한국법인이다. 필립스코리아는 네덜란드 법인인 Koninklijke Philips N.V.의 100% 출자로 1976년 1월 설립됐다. 가전, 조명, 의료기기 전문 기업인 필립스코리아는 올해로 출범 46년째를 맞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필립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367억원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대비 3.3% 감소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427억원으로 전년(81억원) 보다 427.1% 증가하고 순이익은 165억원으로 (85억원) 94.1% 늘었다. 

필립스코리아는 2019년 영업적자를 내는 등 부진했다가 2020년부터 수익성이 서서히 회복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작년엔 매출은 주춤했지만 영업이익 면에선 높은 성장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실적이 반등한 필립스코리아는 지난해 배당 정책을 재개했다. 필립스코리아는 지난해 연차배당으로 235억7,400만원을 집행했다. 이는 작년 거둔 순이익(165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은 무려 142.9%에 달했다. 

필립스코리아는 2020년 배당을 집행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반적인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과 비교하면 고액배당 기조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법인의 현금배당 실적, 시가배당률, 배당성향 및 주가등락률 등 현황을 분석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배당법인의 배당성향은 35.41% 수준이다. 물론 필립스코리아는 비상장사인 만큼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성향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순이익을 웃도는 수준의 배당 집행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고배당 정책으로 평가된다. 

◇ 필립스코리아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영향 받아”

필립스코리아 측은 2021년 배당금액이 대폭 증가한 것과 관련해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를 반영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필립스코리아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소득조정금액을 본사로부터 먼저 송금을 받아 소득조정을 했다. 이후 해당 금액을 본사로 배당을 해서 배당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고배당 기조는 비단 최근 사업년도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10여 년간 필립스코리아의 배당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64억원 △2012년 223억원 △2013년 141억원 △2014년 115억원 △2015년 68억원 △2016년 59억원 △2018년 47억원 △2019년 67억원 △2021년 235억원이 배당금이 집행됐다. 배당이 미집행된 2017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배당이 이뤄졌다. 심지어 영업적자가 났던 2019년에도 수십억원대 배당이 집행됐다. 배당성향이 60~100%를 상회하는 사업 연도도 적지 않았다. 

최근 10여 년간 총 배당액은 1,019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배당금은 100% 해외 본사로 송금됐다.  

외국계 기업들의 고배당 정책은 그간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다. 기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에게 보내는 것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 대한 재투자와 사회공헌활동이 미진한 가운데 고배당 행보를 보이는 곳이 적지 않아 곱지 않은 쏟아져왔다. 

한편 필립스코리아가 지난해 기부금으로 집행한 금액은 680만원이다. 2020년 집행액은 ‘0원’이었다. 다만 필립스코리아 측은 기부금 집행과 관련한 회계상 잡히지 않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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