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로 호황을 맞았던  ‘OTT(오버더톱 서비스)’ 업계가 올해 들어 성장 둔화세에 접어들고 있다. 급격히 증가한 OTT플랫폼과 이로 인한 구독 피로도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집콕족’의 증가로 대호황을 맞았던 ‘OTT(오버더톱 서비스)’ 업계가 올해 들어 성장 둔화세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글로벌 OTT플랫폼의 대명사인 ‘넷플릭스’의 상황을 살펴보면 전 세계적인 OTT업계의 성장세 둔화를 체감할 수 있다. 

◇ ‘OTT의 대명사’ 넷플릭스 주춤… 국내 OTT 이용자 수 증가도 둔화세

지난 20일 넷플릭스의 실적 발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넷플릭스 서비스 가입자 수는 2억2,164만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약 20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가 전 분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250만명의 가입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기존 가이던스(기업이 예상하는 실적에 대한 전망치)와 비교하면 매우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넷플릭스는 오는 2분기 가입자 수가 200만명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과 순이익 실적도 좋지 않은 모양새다. 1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4% 감소한 16억달러(한화 1조9,960억원)이었으며,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 27.4%에서 25.1%로 2.3%p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넷플릭스의 주가는 20일 258.9달러로 25.73% 급락하며, 시가총액 400억달러(49조9,440억원)도 증발했다.

이 같은 성장세 둔화와 부실한 실적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주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NH투자증권 이화정 애널리스트가 2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러시아 시장 철수로 가입자 70만명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국내 OTT시장 상황 역시 좋은 것은 아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7대 OTT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 플러스 △시즌 △왓챠 등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수는 총 1,986만명으로 지난해 11월에서 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지난해 매년 20%의 성장세를 보이던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대폭 둔화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국내 OTT서비스의 대표격인 웨이브와 티빙의 경우 1분기 영업손실이 각각 558억원, 티빙은 762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악화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일 넷플릭스의 실적 발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넷플릭스 서비스 가입자 수는 2억2,164만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약 20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넷플릭스, 편집=박설민 기자

◇ 우후죽순 늘어난 OTT 플랫폼에 증가하는 ‘구독 피로감’… 이용자 감소 원인

전문가들은 이처럼 넷플릭스 등 OTT플랫폼들이 주춤한 이유에 대해 경쟁업체들의 대거 증가를 꼽는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등 글로벌 대형 OTT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가입자라는 한정된 시장 파이를 서로 나눠먹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OTT플랫폼이 몇 년 새 급격히 증가한 현상은 곧 소비자들의 ‘구독 피로’를 유발하게 됐다. 구독 피로란 OTT 등의 구독 서비스가 증가함에 따라 피로감을 호소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수많은 OTT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각각의 서비스 이용 관리 및 요금 납부 등으로 받는 스트레스에서 피로를 느끼는 현상이다.

특히 OTT의 구독 피로는 ‘경제적 부담’이 큰 원인 중 하나다. 최근 OTT가 급증하면서 콘텐츠를 하나 보고 싶다면 모든 플랫폼을 다 가입해야 하는 OTT특성상 여러 앱을 사용해야 한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각각의 OTT서비스에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만약 3개의 OTT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라면 한 달에 최소 3만원 이상의 지출이 발생하게 거의 통신 요금에 맞먹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OTT의 구독 피로는 ‘경제적 부담’이 큰 원인 중 하나다. 소비자들은 각각의 OTT서비스에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AI기반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 아르고이드(Argoid)도 최근 발표한 ‘OTT Streaming Consumption Trends’ 리포트에서 OTT플랫폼 가입이 늘면서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경제적 부담 소비자들의 구독 피로를 부르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아르고이드는 “OTT 산업은 지난 18개월 동안 상당한 성장을 보였지만 미국 가정에서 구독 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독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비용 상승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52% 가 여러 구독으로 나눠진 콘텐츠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의 케빈 웨스코트 부사장 역시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용자들은 최근 OTT구독료 상승에 대해 경계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원하는 콘텐츠를 보고나면 더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OTT업계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 분야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미디어·콘텐츠의 영향력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OTT플랫폼들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한 투자 강화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콘텐츠 업계에도 활력이 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오징어게임’과 같은 소위 ‘대박’ 콘텐츠가 나온다면 영업손실 및 매출 감소는 얼마든지 회복 가능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이화정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의 재무적 측면 개선으로 현금흐름까지 개선되고 있는 만큼, 향후 가입자 수 성장을 위한 콘텐츠 투자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특히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인터내셔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다. 이는 특히 국내 K-콘텐츠 제작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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