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요즘은 택시기사들이 승객과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적어졌다고 한다. 택시에 어플이 생기고, 기사에게 별점이 매겨지고, 나아가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실내에서 마스크까지 쓰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려워진 탓이다. 

택시 안에서 기사 작성을 하느라 한참 노트북 타이핑 중인 기자에게 “라디오 소리 줄여 줄까요?”하고 물은 택시기사는 “요즘 사람들은 조용히 가는 거 좋아하더라고. 종일 앉아서 운전하면 입에서 단내가 나는데, 요즘은 이야기 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어”하고 은근히 운을 뗐다.

그 이야기를 듣자 스스로도 택시 어플에서 별 5개를 찍고 ‘조용히 잘 왔습니다’ 하고 후기를 남기던 기억이 났다. 기자도 젊은 여성승객이다보니 택시에서 아버지뻘 되는 분들과의 대화가 늘 유쾌한 기억만 있지는 않다. 택시 어플이 상용화 되기 전에는 카드결제 거부로 실랑이를 하기 일쑤였고, 회식 후 귀가하는데 늦게 집에 들어간다고 가족도 안할 잔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교통체증으로 답답한 도로 위인 것도 잊고 ‘언제 도착했지’ 싶게 시간이 빨랐던 기억도 있어 택시 기사들은 무슨 이야기가 가장 하고 싶을까 물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기자임을 밝히게 되니 반색을 하며 “택시 기사들 화장실 문제 좀 누가 다뤄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다. 코로나 시기에 해외 원자재 문제로 사업을 접게 돼 택시를 시작했다는 그는 “택시를 하면 월수입이나, 사납금, 진상손님 그런 걸로 힘들 줄 알았는데 정작 제일 힘든 건 화장실이다”며 “코로나라서 민간 화장실은 외부인 출입을 죄다 막아놨고, 개방 화장실은 상상도 못하게 열악한 데가 많다”고 했다.

그는 “개방화장실 중에 그나마 깨끗한 데를 좀 기억해놨다가 손님 교체 시기가 잘 맞으면 쓰곤 하는데 이게 타이밍이 안맞으면 마냥 참아야 한다”며 “이젠 화장실 가고 싶을까봐 물을 안 마시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리가 붓는다”고 호소했다.

이후에 만난 다른 택시기사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60대에 은퇴 후 택시를 운전한다는 한 기사는 “예전엔 지구대 화장실도 좀 쓰게 해주는 곳이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그런 곳도 다 막혔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되더라도 이제 선뜻 쓰겠다고 하기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여성 택시기사의 고충은 더 했다. 40대 여성 택시기사는 기자의 질문에 “남자 택시기사들은 노상방뇨하는 데라도 있다”며 “그런데 여자들은 아무리 열악한 화장실이라도 들어가야 한다. 개방화장실이라고 써놓고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곳도 있어 급하면 경비한테 사정해서 열고 들어가야 한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일본에서는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면 편의점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할 방법은 없을까. 몇 안 되는 사례였지만 택시기사들이 공통적으로 “그래도 사람이 기본적으로 생리문제는 해결하고 살게 나라에서 좀 도와주면 좋겠다”는 말을 꺼내는 것이 안타까웠다. 지자체와 정부가 서로 떠넘기지 않는 보건위생 사업 운영 방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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