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뒤숭숭하다. 직원이 수년간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뉴시스<br>
우리은행이 뒤숭숭하다. 직원이 수년간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우리은행이 뒤숭숭하다. 직원이 수년간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형 횡령 사건 발생에 우리은행은 물론, 금융권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 6년간 600억원 꿀꺽?… 대형 횡령사고에 은행권 발칵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7일 오후 10시 30분쯤 우리은행 차장급 직원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우리은행 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A씨가 이날 늦은 밤 직접 경찰서에 자수함에 따라 긴급 체포한 뒤, 조사를 진행 중이다.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기업 매각 관련 자금 6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횡령액은 500억원 규모로 알려졌지만 이보다 많은 600억원 이상으로 다시 전해졌다. A씨는 기업 매각 관련 부서의 차장급 직원으로 알려졌다. 

빼돌린 자금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관련 계약금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당시 채권단 간사은행으로 인수합병(M&A)를 주관한 바 있다.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란 최대 가전그룹 엔텍합은 채권단에 계약금 578억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당시 계약은 매매대금 관련 이견으로 파기됐다. 이후 해당 계약금은 우리은행이 별도 계좌로 넣어놓고 관리해왔다. 기업 매각 관련 부서에 있던 A씨는 해당 계약금과 이자를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개인계좌로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내부 감사를 통해 횡령 정황을 파악하고 A씨를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감사실을 통해 이번 사건의 사실 관계 등을 파악하고 있는 중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시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고 판단, 곧바로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27일 밤 우리은행 측으로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사안의 시급성과 중대성 등을 고려해 28일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횡령 사건에 은행권은 물론, 주식시장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국내 주식시장에선 올해 초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상장기업에서 잇달아 직원에 의한 대형 횡령 사고가 발생했던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형 시중은행 상장사에서도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투자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제1금융권에서 직원에 의한 수백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많으면 수십억원 규모로 횡령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간혹 있었으나 단위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사례는 흔치 않다.

◇ 이원덕 행장, 사태 수습 등 과제 무거울 듯 

특히 수년간 은행 측에서 직원의 비위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충격은 더욱 큰 분위기다.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취임 한 달 만에 무거운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현직 CEO로서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우리은행

내부통제시스템 전반의 부실이 드러날 시, 은행은 물론 전직 경영진도 책임론에 휘말릴 전망이다. A씨가 횡령 행위를 한 시기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약 6년간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는 3명의 은행장(이순우·이광구·손태승)이 행장직을 수행했다. 이순우 전 은행장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이광구 전 은행장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손태승 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017년부터 2020년 3월까지 은행장을 수행한 바 있다. 

이후 행장직은 권광석 전 행장을 거쳐 이원덕 행장이 올해 3월말부터 이어받았다. 

이원덕 행장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현직 CEO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등 사태 수습의 과제를 짊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횡령 등 금융사고는 금융사의 신인도에 치명적인 악재다. 아울러 내부통제시스템 부실이 드러날 경우, 금융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과연 이 행장이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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