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당선인 측이 언급한 검수완박 ′국민투표′에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미 효력이 정지된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투표’가 검수완박 정국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검수완박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를 앞둔 상황에서 마땅한 저지 방안이 없자 윤석열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이 이를 꺼내 들면서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여론전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국민투표는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의 입에서부터 시작됐다. 장 비서실장은 전날(2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적 상식을 기반으로 헌법정신을 지키기 위해 당선인 비서실은 대통령 당선인께 국민투표를 붙이는 안을 보고하려 한다”고 말했다. 헌법 제72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주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돼 있다.

장 실장은 “국회가 압도적으로 다수의 힘을 갖고 이렇게 헌법 가치를 유린하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국민들께서 원하는 것인지 직접 물어보는 것이 마땅하지 않느냐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물리적 수단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만큼 국민 여론을 실질적 대안으로 삼은 것이다.

국민의힘도 보조를 맞추고 나섰다. 당과 협의가 없는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입장을 앞세우고 있지만 ‘해볼만 하겠다’라는 기류도 역력하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직 협의가 이뤄진 것은 없다”면서도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당선인이 실제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 당 차원의 지원도 약속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투표 발의는 대통령 고유의 권한으로 당선인이 취임하신 뒤 행사할 의향이 있는지는 인수위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며 “그것이 이뤄진다면 여당으로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 ‘국민투표법 개정’도 거론

인수위와 당의 분위기가 ‘국민투표’에 모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 여부엔 여전히 물음표가 따른다. 무엇보다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가 국민투표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린 것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헌재는 재외국민이더라도 국내에 거소 신고가 돼 있어야 투표인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조항이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후에도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효력을 상실했다. 중앙선관위도 이를 근거로 국민투표의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오히려 이러한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즉각 선관위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선관위에서 일방적으로 아니다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 역시 “헌법 해석기관이 아닌 관리기관”이라며 날을 세웠다.

직접 효력이 정지된 국민투표법을 개정할 의사가 있음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인수위 측과 소통해서 당에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국민투표에 있어 재외국민에 대한 부분은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이미 제출된 걸로 알고 있다”며 “헌법불합치 부분이고 하니 당연히 헌법 합치가 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 당선인, ‘긁어 부스럼’ 만들 수도

직접 ‘손질’에 나서겠다고는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국회에서 법안을 개정하기 위해선 민주당의 동참이 필수적이지만 민주당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 수사권 조정이 국가 안위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우에 우리 속담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한다’고 말한다”고 비꼬았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이러한 행보가 사실상 오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여론전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는 가능성이 없는 카드지만, 정권 초기의 호의적 여론을 이용하는 데는 효과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행보가 오히려 윤 당선인에게 긁어 부스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면한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하고 전략을 짜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정치의 기본이 의회정치를 통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의회정치를 무시하며 윤 당선인이 ‘국회를 존중한다’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