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염병의 풍토화를 뜻하는 '엔데믹'으로의 전환에 들어서면서 보이면서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대호황을 가져왔던 ‘비대면 특수’도 끝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자 '메타버스' 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대호황을 가져왔던 ‘비대면 특수’가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전염병의 풍토화)으로 바뀌어 가는 단계에 들어섬에 따라 소비자들의 오프라인 활동이 크게 증가하면서다. 특히 글로벌 ICT업계를 이끌던 국내외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의 성장이 둔화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 1분기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 실적 ‘주춤’… 비대면 특수 ‘끝물’ 영향

이달 들어 발표된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비대면 특수가 끝난 상황을 여실히 드러나 있다. 전년 대비 기업 성장세가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영업손실 등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대표주자인 구글의 경우, 비대면 특수가 끝나가는 올해 1분기 시원찮은 실적을 보여줬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올해 1분기 매출 680억달러, 영업이익은 210억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와 대비해서는 23%, 22.2%를 기록하며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전 분기와 대비해서는 각각 9.7%, 8.2% 감소했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의 앤데믹으로의 전환이 시작됨에 따라 성장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정호윤 연구원은 2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알파벳은 엄청난 고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0년 부진했던 실적에 의한 기저효과와 비대면으로 인해 온라인 광고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서서히 일상생활이 회복되고 있으며 2021년 기저가 높았기 때문에 올해 알파벳 매출 증가율은 20%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대표주자인 구글과 아마존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가 약화되면서 실적도 덩달아 주춤하는 추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서서히 일상생활이 회복됨에 따라 비대면으로 인한 온라인 광고 플랫폼 수요가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뉴시스

또 다른 미국 빅테크 기업을 상징하는 ICT플랫폼 기업 아마존 역시 성장이 둔화됐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올해 1분기에 1,164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2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또한 38억달러의 손순실을 기록하며 2015년만에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구글, 아마존 같은 해외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도 비대면 특수가 수그러들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 21일 실적 발표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8,452억원, 영업이익 30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대비해선 증가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해선 각각 4.3%, 14.1% 줄어들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봉쇄됐던 사람들이 온라인 서비스에 접속했을 때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에 영구적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였었다”며 “집에서 일하거나 영화를 시청하는 것처럼 온라인 쇼핑이 실제 매장을 방문하는 것보다 빠르고 안전하며 쉬운 대안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가 종료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복귀가 늘어나고 있다”며 “광범위한 소비 패턴 변화를 기대하던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은 이제 침체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시선을 돌리고 있는 분야는 ‘메타버스(Metaverse)’다. 특히 메타(舊 페이스북)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SNS, VR게임, 화상회의 등의 서비스의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FRL) 연구팀이 공개한 ‘컨텍스트 인식 AI’ 기반의 AR기술을 적용한 모습./ 메타

◇ 빅테크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메타버스’ 주목

이처럼 코로나19로 누렸던 비대면 특수가 약해짐에 따라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도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대한 고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이 시선을 돌리고 있는 분야는 ‘메타버스(Metaverse)’다. IT산업 분야의 떠오르는 블루오션일 뿐만 아니라 기존 ICT플랫폼 기업을 운영하면서 확보한 인프라 및 데이터를 적용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 산하의 데이터분석기업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787억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24년 7,833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데이터를 활용한 전자상거래 및 광고 수익 부문에서 큰 성과를 이룰 것으로 분석된다.

빅테크 기업들 중 일찌감치 메타버스의 시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은 사회연결망서비스(SNS)계의 ‘큰 손’인 ICT플랫폼 기업 ‘페이스북(현 메타)’이다. 

지난해 아예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기까지 한 페이스북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SNS, VR게임, 화상회의 등의 서비스의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모두가 3D 세상에서 함께 즐기는 메타버스가 일상에 더 가까워 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타(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메타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태로 개인용 메타버스와 업무용 메타버스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계획이다. 

먼저 MS는 지난 1월 유명 글로벌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90억달러 규모의 비용에 인수하고, 이미 보유하고 있는 Xbox 등의 플랫폼과 힘을 합쳐 메타버스 게임 사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한 기존의 업무용 플랫폼 팀즈(Teams)와 혼합현실 플랫폼(Mesh)를 통합해 업무공간용 메타버스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에서의 영역 확장을 가속화할 경우, 또다시 ‘빅테크 독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일각에서는 이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에서의 영역 확장을 가속화할 경우, 또다시 ‘빅테크 독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본과 인력 등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보다 월등히 높은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을 장악할 경우, 또다시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원들은 ‘메타버스 가상세계 생태계의 진화전망과 혁신전략(2021)’ 보고서에서 “현재 메타버스 가상세계 시장은 인프라, 플랫폼, 콘텐츠, IP의 네 영역 중 특히 인프라와 플랫폼을 선점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지배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IT산업 분야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초기 시장에서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영향력이 강력하겠지만,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빅테크 기업의 독주는 막을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메타버스 내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개인 간 직접적인 금융 거래가 가능한 ‘탈중앙화’가 이뤄질 경우 기존 플랫폼들과 다른 고유 경제 시스템을 갖추게 돼 빅테크 기업들의 지배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6일 리포트를 통해 “현재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시장에 활동을 넓히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에서는 아직까지 관련 데이터가 기업들에 집중되면서 메타버스가 지향하는 탈중앙화에서 벗어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탈중앙화는 개인 간 직접적인 금융 거래가 가능하게 하여 메타버스가 기존 모바일 플랫폼, 게임 등과 다른 고유의 경제 시스템을 갖게 하는데, 그 핵심 기술로는 블록체인이 꼽힌다”며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이 순차적으로 메타버스 시장에 진출하면 지금과 같은 메타버스 시장에서의 빅테크 기업 독주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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