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올해 1분기, 법인차 증가세… 3월 법인차 등록 1만대 돌파
“尹 당선인 탈세방지 공약 시행 전 흰색 번호판 달자”
연두색 번호판, 현행 흰색 번호판 법인차에 소급적용 안 돼… 강제성 없어

올해 하반기 개별소비세 조정으로 고가의 차량이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받게 된다는 얘기가 돌고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한 수준으로 보인다. 사진은 벤틀리 플라잉스퍼. / 벤틀리
수입자동차 중 가격이 수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차량들의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벤틀리 플라잉스퍼. / 벤틀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인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시행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초고가 수입차의 판매대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적용은 기업의 오너일가 또는 고위급 임원이 법인 명의로 구매한 차량을 사적(개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은 탓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번호판으로 법인 차량을 명확히 구분하고 사적 유용되는 차량들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시행되기 전 흰색 번호판을 발급받은 차량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이 불가하다는 맹점으로 인해 최근 법인차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가 포착돼 추가적인 규제 방안이 나타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법인차로 판매된 수입차의 대수는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입차의 법인차 판매 대수는 △2019년 9만1,103대 △2020년 9만9,178대 △2021년 10만2,283대 등을 기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매한 후 비용처리를 하게 되면 세금감면 등 효과가 있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법인명의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상황이 종종 발견되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지만, 겉으로는 법인차 여부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상존한다.

이에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법인차를 구별하기 위해 번호판 색상을 달리해 구분하고 사적 유용을 규제하겠다는 공약을 시행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인지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법인차 판매대수는 매월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법인차 판매대수는 △1월 6,518대 △2월 7,947대 △3월 1만494대 등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벤틀리·롤스로이스 등 고가의 수입차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브랜드는 앞서 지난해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올해 연초부터 판매대수가 또 한 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 BMW그룹코리아
올해 1분기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등 초고가 수입차의 판매가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사진은 롤스로이스 뉴 블랙 배지 고스트. / BMW그룹코리아

올해 1분기 벤틀리와 롤스로이스의 국내 시장 판매대수는 각각 122대, 67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벤틀리는 121.8%(67대↑), 롤스로이스는 26.4%(14대↑) 증가했다. 이 중 법인차는 각각 89대, 62대로 역시 분기 기준 최다 판매량이다. 벤틀리는 3월에만 43대가 법인용으로 판매됐다.

수입차 업계가 반도체 이슈 등으로 인해 공급 차질로 판매 실적이 주춤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으로,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법인차 판매의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월별 법인차 판매대수로는 올해 3월이 역대 세 번째로 판매량이 많았다. 이전에 법인에 판매한 수입차가 월간 1만대를 넘긴 적은 2019년 12월(1만540대), 2020년 12월(1만239대), 2021년 12월(1만576대) 등이었다.

대통령 당선인의 탈세방지를 위한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공약이 시행되기 전 흰색 번호판 달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당장 법인명의로 차량을 구매하면 연두색 번호판 공약이 시행되더라도 별도의 번호판 교체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번호판은 과거 녹색 바탕에 지역 표기가 있던 것에서부터, 지역 표기를 지운 녹색 번호판, 그리고 흰색 바탕의 번호판 등으로 몇 차례 변경이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1980년대나 1990년대에 발급받은 지역 번호판을 달고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새롭게 생산되는 차량에 장착되는 번호판 규정은 변경됐으나, 앞서 발급받은 차량 번호판에 대해서까지 소급 적용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도 동일한 맥락이다. 법인차임을 명확히 하고 사적 유용으로 인한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긴 하지만 정상적인 방식으로 출고된 차량과 해당 차량에 발급된 번호판을 강제로 바꿀 수는 없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존의 번호판을 새로 도입되는 번호판으로 교체를 강제로 시행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지금도 일부 차량은 과거의 녹색 지역번호판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기도 한데, 이는 개인의 자유”라며 “구형 번호판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소멸이 되도록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고 그간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을 해왔다. 발급된 번호판에 대해 강압적으로 바꾸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법인차에 대해 연두색 번호판을 도입해 운영을 할 때, 법인차의 기존 흰색 번호판을 신규 번호판으로 교체하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예를 들면 법인차량은 법인세 감면을 받는 차량인데, 연두색 번호판을 장착하면 법인세 감면 혜택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번호판 교체에 강제성을 부여할 수는 없고 자율에 맡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다음달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되면 이러한 부분에 대한 조치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든 법인차에 대해 연두색 번호판 장착을 소급적용 하게 된다면 기존에 법인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이들 사이에서 불만이 속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적절한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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