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인수위가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 관려 정책을 공식화 하면서 통신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5G 중저가 요금제를 도입하면 수익성 악화가 발생할 수 있지만, 국민적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윤석열 당선인 측이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통신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아직 5G통신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저가 요금제를 빠르게 도입하게 된다면 통신사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예측에서다. 하지만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을 찬성하는 국민적 여론이 압도적으로 큰 만큼, 통신사들의 셈법은 당분간 복잡해질 전망이다.

◇ 인수위, “5G요금제 다양화 할 것”… 소비자·시민단체 “환영”

지난달 28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브리핑을 통해 5G 요금제를 다양화해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 선택권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민들의 데이터 이용량은 급증하고 있으나, 제한적인 요금제 운영으로 이용자의 선택권은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 정책 추진 배경이다.

실제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의 무제한 요금제 대부분이 가격이 높은 ‘고가 요금제’에 치중돼 있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달 발표한 바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5G요금제 데이터 양은 평균 약 60.9GB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설문 조사 결과, 가장 많은 고객들이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은 평균 31.1GB다. 즉, 절반에 가까운 데이터를 소비자들이 전부 사용하지 못한 채 허공에 날리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약 20GB~ 100GB 사이의 중저가 요금제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20GB~100GB의 요금제는 단 한 개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달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는 △무제한 요금제 9개 △200GB대 1개 △100GB대 3개 △10GB대 3개 △10GB미만 2개다. 전체 요금제의 절반 이상이 가격이 높은 무제한 요금제다.

지난달 28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브리핑을 통해 5G 요금제를 다양화해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 선택권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남기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이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 전략 마련'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인수위사진기자단, 뉴시스

이처럼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괴리가 큰 고가의 5G요금제들을 중심으로 통신사들이 서비스 제공을 하면서, 이번 인수위 측 발표에 대해선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모양새다. 통신서비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의 누리꾼들은 “그동안 끊기기만 하고 비용은 LTE의 두 배 이상을 받던 5G가 드디어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냐”는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이번 인수위 측 발표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인수위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28일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인수위 발표는 그동안 소비자·시민단체들이 5G 서비스가 고가요금제 중심으로 설계된 문제를 제기하며 요금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을 수용한 것”이라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통신3사가 실제 20~100GB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3년 간 소비자들의 불만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해 왔던 이통3사가 과연 정부의 발표에 호응해 20~100GB 중저가 요금제를 도입할지 의문”이라며 “이제라도 소비자들의 지적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통신사들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이용자들의 수요에 맞는 요금제를 즉시 출시해야 한다”고 통신사 측을 비판했다.

통신 분야 투자자들은 5G 중저가 요금제를 급하게 도입하게 되면 통신사 실적 악화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곧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정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는 있어도 통신사 실적에 큰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통신사, 아직 공식 입장은 없어… 전문가들, “통신사 실적에 큰 악영향은 없을 듯”

아직까지 통신사들 측에서는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통신사 관계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직 사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통신사들이 이번 5G 중저가 요금제 이슈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국민적 여론이 주요하게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대다수가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지만 동시에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 시 생길 수 있는 수익성 악화 측면에서는 분명 부정적 영향이 있는 만큼.  인수위 측 발표에 대해 공개적으로 긍정·부정의 입장을 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최근 5G를 이용하는 소비자 1,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G통신 개선방안 중 ‘중저가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9.5%에 달했다. 5G서비스 이용자 10명 중 7명은 중저가 요금제를 원하는 셈이다. 반면 통신사들이 5G 관련 사업의 중심으로 추진 중인 ‘콘텐츠’ 확보는 29.8%에 불과했다.

아울러 통신 분야 투자자들 역시 이번 인수위의 5G중저가 요금제 신설 관련 발표에 촉각이 기울어지고 있다. 아직 5G통신 관련 초기비용 회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서 5G 중저가 요금제를 급하게 도입하게 되면 통신사 실적 악화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곧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서다.

다만 이승웅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위에서 5G 중저가 요금제 신설안을 통해 통신비 인하를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로 5G 중간 요금제 도입 영향 대비 과도한 주가 하락이 발생했다”며 “통신비 직접 인하가 아닌 5G 요금제를 확대하는 것으로, 향후 5G 전환은 일반 요금제 선택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부 무제한 가입자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일시적 영향에 그치고 오히려 일반 가입자의 요금제 선택폭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5G 전환 가속화와 일반 요금제 ARPU 상승 기대가 가능하다”며 “결론적으로 5G 중저가 요금제 확대는 ARPU 상승 추세를 꺾지 못할 것이고 통신사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만약 인수위의 5G 중저가 요금제 관련 정책이 구체화될 경우, 통신3사 중 가장 영향을 적게 받을 곳은 ‘KT’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KT의 경우,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보다 연결 자회사의 비중이 커 통신 관련 정책에 대한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중저가 요금제 도입 시 KT 영향 가장 적어… 무선사업 의존도 큰 SKT가 제일 영향 클 것

아울러 증권가 전문가들은 만약 인수위의 5G 중저가 요금제 관련 정책이 구체화될 경우, 통신3사 중 가장 영향을 적게 받을 곳은 ‘KT’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KT의 경우,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보다 연결 자회사의 비중이 커 통신 관련 정책에 대한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기준 통신3사의 연결매출액 중 무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SK텔레콤 64.3% △LG유플러스 56.2% △KT 32.5%로 KT가 5G 등 무선통신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낮았다. 인수위 발표가 포함된 지난주(25~29일) 통신3사의 주가수익률 역시 SK텔레콤이 -7.5%로 가장 많이 하락 했으며, LG유플러스가 -4.8%로 그 뒤를 이었다. KT의 경우 -1.1%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메리츠증권 정지수 연구원은 2일 보고서에서 “인수위의 5G 중저가 요금제 신설 채택 가능성은 높으나, 통신사의 단기적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Pure-Telco(순수 통신사)인 경쟁사보다 연결 자회사 비중이 큰 KT는 규제 영향이 가장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 역시 “인수위의 5G 중저가 요금 정책과 관련해서는 KT가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며 “실제로 주가 하락 역시 무선부문의 비중에 따라 비례해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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