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7월 여야 간 합의한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지도부 간 합의는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또다시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원점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지난해 7월 여야 간 합의로 법제사법위원장을 돌려받기로 했던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 후속 조치를 위한 ‘술수’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6일 민주당에선 원구성 협의를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어났다. 이 같은 주장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반기 원구성 협상은 원점에서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며 불이 붙었다. 박 원내대표의 ‘선봉’에 당내서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조응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전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선뜻, 순순히 주기가 그렇다”며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맡기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민주당은 우선 협상의 주체가 달라졌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후반기 국회 원구성은 새로 꾸려진 지도부 간 협의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전임 지도부 간 협의는 사실상 ‘실효’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앞선 여야 지도부 간 합의를 ‘월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반기 원내대표가 후반기 원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합의는 좀 월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중간평가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원구성과 관련해서 가장 강제력 있는,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건 국회법”이라며 “5월 29일로 전반기 원구성이 마무리되는 거고 후반기 원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협상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전 전반기 원구성 문제가 후반기에 그대로 적용될 순 없다”며 “후반기 원구성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건 당연하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이 의회 독재를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뉴시스

◇ “눈에 뵈는 게 없다”… 국민의힘 ‘반발’

정권교체로 두 당의 상황이 뒤바뀌었다는 점도 민주당이 원구성 원점 논의를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다. 후반기 국회는 국민의힘이 ‘여당’, 민주당이 ‘야당’이 되는 만큼 관례에 따라 야당인 자신들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상반기의 법사위원장을 여당인 민주당이 맡았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도 내놓았다. 진 부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으며 제대로 국정과제가 추진되지 못했던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여당이라는 이유로 법사위원장을 강탈해가더니 대선 패배하니 야당 몫이라고 우기겠다는 걸로 보인다”며 “동네 반상회도 이렇게 운영하지 않는다”라고 힐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눈에 뵈는 게 없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이 제시한 ‘명분’도 가당치 않다는 게 국민의힘의 생각이다. 중대범죄수사처 등 검수완박 후속 절차를 위해선 법제사법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민주당이 이를 염두에 두고 강행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것이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결국 민주당은 국회를 손아귀에 쥐고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의회 독재로의 회귀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이 예고됐지만, 민주당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중이 다분하다. 검수완박을 둘러싼 강 대 강 대치에 이어 이번엔 원구성 협상을 둘러싼 신경전이 점화되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히려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 합의를 뒤엎은 것을 꺼내들며 합의를 먼저 파기한 쪽은 국민의힘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의 파기는 국민의힘이 수도 없이 해왔다”고 일침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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