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왔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특수’가 끝나가면서  국내외 OTT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구독 피로감’이 커지면서 장기 서비스 이용 고객을 잡기 위한 OTT업계의 고심은 깊어지는 상황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원본=Gettyimagesbank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미디어·콘텐츠 업계에서 ‘철옹성(鐵甕城)’의 위용을 과시하던 넷플릭스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국내외 OTT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OTT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왔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특수’가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넷플릭스가 발표한 실적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넷플릭스 서비스 가입자 수는 전 분기 대비 20만명 감소한 2억2,164만명이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가 전 분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이것이 비단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 OTT업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OTT업계에 갑작스러운 침체기가 찾아오고 있는 이유를 ‘구독 피로감’에 있다고 지적한다. 

◇ 소비자들, 누적되는 ‘구독 피로’에 OTT 떠난다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란 구독 서비스가 증가함에 따라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OTT부터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 상품들이 구독 서비스로 바뀌면서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신조어다.

OTT서비스를 이용할 때 구독 피로가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많은 서비스들이 ‘구독’ 형식으로 바뀌면서다. 소비자들이 OTT플랫폼이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들 중 자기가 원하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선 반드시 해당 OTT플랫폼에 가입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OTT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이를 일일이 관리하면서 피로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OTT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구독 피로감의 주요인은 ‘금전적 문제’가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는 한정돼 있는데, ‘구독’이라는 이유로 매달 다른 콘텐츠의 비용까지 지불한다고 생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제작한 대작 드라마인 ‘로키’를 보고 싶은 소비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콘텐츠 각각 구매해서 봐야했던 예전이라면 이 소비자는 오징어게임과 로키를 제작한 제작사 측에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즐기면 됐다.

하지만 미디어·콘텐츠의 제공방식 트렌드가 OTT플랫폼으로 바뀐 지금, 오징어 게임과 로키를 보고 싶은 소비자들은 각각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라는 OTT플랫폼에 가입을 해야만 한다. 만약 로키와 오징어게임만 보기를 원했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두 콘텐츠가 아닌 다른 수천, 수만 개의 콘텐츠 가격까지 매달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유건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웹진 문화관광-OTT 생태계 트렌드(2019)’ 리포트를 통해 “월 정액제로 운영되는 OTT방식인 ‘SVOD’의 경우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이용자가 SVOD만 모두 추구할 수는 없다. 또한 SVOD가 너무 많기 때문에 구독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AI기반 글로벌 시장 분석 기관 아르고이드(Argoid)도 최근 발표한 ‘OTT Streaming Consumption Trends’ 리포트에서 “OTT 산업은 지난 18개월 동안 상당한 성장을 보였지만 미국 가정에서 구독 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독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비용 상승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의 52%가 여러 구독으로 나눠진 콘텐츠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콘텐츠의 제공방식 트렌드가 OTT플랫폼으로 바뀐 지금, 오징어 게임과 로키를 보고 싶은 소비자들은 각각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라는 OTT플랫폼에 가입을 해야만 한다. 때문에 매달 지불해야할 금전적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독 피로금은 커지는 상황이다./ 월트 디즈니 코리아, 넷플릭스

◇ 전문가들, “구독 피로 줄이려면 오리지널 콘텐츠만으론 안돼… 요금 인하가 최우선”

전문가들은 이처럼 소비자들이 느끼는 OTT플랫폼에 대한 구독 피로감이 커질수록 OTT산업 전반도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금전적·서비스 계정 관리 등으로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OTT서비스 자체를 해지하고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의 케빈 웨스코트 부사장은 지난달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용자들은 최근 OTT구독료 상승에 대해 경계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원하는 콘텐츠를 보고나면 더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OTT업계가 이 같은 소비자들의 구독 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 서비스 이용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선 단순 ‘오리지널 콘텐츠’의 확보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OTT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한 달 안에 1만원 대의 적은 요금만 지불한 뒤, 이른바 ‘정주행(드라마, 영화 등 시리즈물을 짧은 기간 내에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을 할 경우, 장기 서비스 이용 고객 확보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딜로이트 측에 따르면 미국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25%가 원하는 콘텐츠를 보고 구독을 해지한 뒤, 1년 안에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면 다시 구독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1만원대의 가격으로 지속적 이득을 취해야 하는 OTT업계 입장에서는 짧은 이용자들의 이용 기간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SK경영경제연구소 조영신 박사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게재한 ‘OTT, 생존을 위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리포트에서 “OTT플랫폼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은 ‘수건 돌리기’나 ‘치킨 게임’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순히 규모만을 무기로 제휴 등을 통해 콘텐츠를 수급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OTT업계가 구독 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 서비스 고객 확보를 위해선 서비스의 세분화를 통해 ‘서비스 이용 요금’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OTT서비스가 제공하는 품질 자체를 낮추지는 않되, 저가요금제부터 프리미엄 요금제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해 고객들의 니즈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딜로이트는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2021)’ 리포트에서 “동시에 구독 피로감을 느끼고 차선적 사용자 경험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경쟁업체 또는 다른 형태의 엔터테인먼트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다”며 “이 모든 요인으로 인해 가입 해지가 빈번해져 미디어 기업들 간 고객 유지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디오 스트리밍 사용 비용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콘텐츠를 사들이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정작 민감해 하는 부분은 비용 증가”라며 “딜로이트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46%는 새로운 유료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 결정 시 충분히 저렴한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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