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차고지 증명제’는 소비자들이 차량을 구매할 때 해당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 함께 등록하는 제도로, 이웃나라 일본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 중이다. 이는 주택가 불법주정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조치이면서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제주특별법’을 근거로 시행 중이며, 올해부터는 전 차종에 대해 적용됐다.

그러나 해당 법에는 맹점이 존재한다. 일부 중고차는 차고지 증명제를 적용받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을 일부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2007년 차고지 증명제를 2,000㏄ 이상 승용차, 36인승 이상 승합차 등 대형자동차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한 후 2017년부터는 1,600∼2,000㏄ 중형자동차에 대해서도 적용했다. 2019년에는 중·대형 전기자동차가 추가로 포함됐으며, 올해부터는 1,600㏄ 미만 경·소형 자동차와 16인승 미만 승합차 등 전 차종에 대해 차고지 증명제를 확대 시행하고 나섰다.

올해부터는 제주도에서 신차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거주지 기준 반경 1㎞ 이내 거리에 반드시 주차장 등 차고지를 확보하고 이를 입증해야 한다. 차고지가 없으면 신차 구입이 불가능하다.

제주도에서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한 배경은 도내에서 등록된 차량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신차 등록을 제한하고, 주차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부 중고차는 예외 대상이라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제주도의 차고지 증명제는 차량 최초 등록 시기를 기준으로 적용된다. 제주도에서는 차량 배기량에 따라 차고지 증명제를 적용한 시기가 달라서 △2007년 이전 생산된 대형차(2,000㏄ 이상) △2017년 이전 생산된 중형차(1,600∼2,000㏄ 미만) △2019년 이전 생산된 전기차 등은 차고지 증명 적용 대상이 아니다. 경차 및 1,600㏄ 미만 소형차도 지난해까지 생산돼 등록된 차량을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구매하게 된다면 별도의 차고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2016년 구매한 2,000㏄ 미만 중형차를 보유한 국민이 육지에서 제주도로 이사를 갈 때도 차고지 증명을 할 필요가 없다. 중형차에 대한 차고지 증명은 2017년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제주도청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차종별로 차고지 증명제 시행 시기가 달라 그 이전에 구매한 오래된 중고차들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이 힘들다”고 입장을 전했다.

제주도는 도내 차량 증대를 억제하기 위해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새롭게 등록되는 신차에 대해서만 차고지 증명을 요구하고, 중고차를 구매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차고지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면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특히 1,600∼2,000㏄ 중형차 기준으로 2016년 12월에 최초 등록된 차량은 차고지 증명제 대상이 아니지만 2017년 1월 이후 등록된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차고지를 마련해야 하는데, 아이러니한 상황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도내 차량을 줄이겠다고 경차까지 차고지 증명제를 확대 적용한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러한 차고지 증명제를 ‘신차 구매’ 또는 ‘차량 최초 등록 시기’로 한정하는 것이 아닌 ‘차량 등록’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차량 등록을 기준으로 차고지 증명제를 적용한다면 신차와 중고차 전부 적용이 가능하다.

물론 이미 국민들이 실사용 중인 차량들에 대해서까지 소급적용은 힘들 수 있다. 다만, 새롭게 등록되는 차량들에 대해서는 신차와 중고차를 가리지 않고 차고지 증명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차고지 증명제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확산될 필요도 있다. 서울이나 부산 등 도시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네의 경우에는 옛날에 지어진 아파트의 주차 공간이 부족하거나 단독주택의 경우 별도의 차고지가 마련돼 있지 않아 심야시간 주택가 도로변에 불법주정차가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도 해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시도 차고지 증명제와 관련해 필요성을 느끼고 국토교통부 측에 이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서울의 면적 대비 등록 차량이 상당히 많아 시행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제주도에서도 차고지 확보가 어려운 도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심야시간까지 자신의 차량을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세워 두는 불법주정차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도 개별 차고지는 필요한 규제 장치인 만큼 수긍하고 따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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