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후보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후보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위원이 6.1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섰다.

대선 패배 이후 두 달 간 칩거한 채 지지자들과의 SNS 소통 외에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던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차출설’으로 다시 한 번 이슈가 됐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 굵직한 자리마다 ‘이재명 역할론’이 고개를 들었으나 응답하지 않던 그는 지난 8일 민주당 지도부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전략공천과 총괄선대위원장을 수락하며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의 생각보다 이른 칩거 해제에 정치권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그 후광을 입은 국민의힘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카드’ 외에 묘수가 없는 민주당 지도부에 의해 조기 등판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선의 패장으로 물러섰으나, 지방선거까지 내줘서는 안 된다는 계산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 이재명 “방해하는 것 보면 출마하길 잘했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의 이른 등판에 국민의힘은 ‘방탄 출마’라고 날을 세웠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선에 패배했는데도 국회의원 자격을 갖고 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사로부터의 도피”라고 이 총괄선대위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이준석 대표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총괄선대위원장이 계양을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본인이 분당에 살면서 소고기도 드신 추억이 있는데, 다 버리고 계양으로 가는 것은 의아하다”며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18년째 민주당 텃밭 지역구로 가는 것을 동시에 저격했다.

하지만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의 공세에도 오히려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 중앙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한 그는 “저의 출마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민주당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찬성한다”며 “호치민이 ‘싸울 때는 우리가 유리한 때에 장소 방법으로 싸워야지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방해하는 것을 보면 훨씬 더 잘한 판단이라는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라’는 권성동 원내대표에게도 “제가 인생을 살면서 부당한 일을 한 일이 없기 때문에 검찰·경찰 수사가 아무리 압박해도 저는 걱정되지 않는다”며 “자꾸 ‘방탄, 방탄’ 하는데 여러분은 물도 안 든 물총이 두려운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자꾸 빈총으로 사람 위협하고선 총 피하려고 한다는데, 잘못한 게 없으면 아무런 걱정할 일이 없다”고 대응했다.

◇ 일 잘하는 일꾼 vs 지역 토박이 ‘맞대결’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맞붙을 계양을에 윤형선 전 계양을 당협위원장을 공천했다.

인천 계양을 선거구는 송영길 전 대표가 제 16·17·18·20·21대 총선에서 내리 5선 의원을 지낸 민주당의 대표적 우세지역으로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되면서 보궐선거가 이뤄지는 곳이다. 특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 총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8.79%p(1만6,894표)차로 승리한 곳인만큼 국민의힘에서 이 총괄선대위원장의 대항마를 찾는데 고심했다.

윤형선 당협위원장이 공천된 것은 갑작스레 계양으로 지역구를 옮긴 이 총괄선대위원장에 비해 꾸준히 계양을 지킨 ‘지역일꾼론’을 내세운 것이다. 윤 위원장은 “계양구에서 25년간 활동하고 2016년과 2020년 총선에 출마한 경험을 바탕으로 계양구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도망온 사람보다 계양 사람이 필요합니다’는 선거 슬로건을 내세웠다.

반면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출마선언 이후 계양 지역을 구석구석 다니며 표밭갈이에 전력하고 있다. 지역 연고에 대한 지적에 대해 그는 지방선거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 “지역선거는 지역연고를 따져야 하지만 대통령 전 후보로서 전국을 대표하는 입장이라면 특정 지역 연고 따지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며 “연고에 따른 판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 전체 대한민국 문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총괄선대위원장이 지역구를 옮긴 상황에서 본인의 선거와 총괄선대위원장 자리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갑작스럽게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게 됐는데 우선 계양을에 충실해야 하는 게 첫 번째다. 그 다음에 인천 선거, 수도권·전국 선거에서 역할을 어느 정도 할지는 시간을 두고 봐야 하겠다”고 본인의 역할을 규정했다.

특히 본인이 직접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한 우려에 “(대선 이후) 어떤 장소에 가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정말 어려웠다”며 “길이 없어 보여도 길을 만들어 내는 것, 패색이 짙을 때 승리의 활로를 만드는 것이 정치가 하는 일이다. 지난 대선은 심판자와 일꾼 중에 심판자를 선택했다. (이번에는)일꾼들이 일할 수 있도록 선택해 달라”고 본인이 나설 수밖에 없었음을 전했다.

아직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고 있지만, 이 총괄선대위원장이 직접 출마한다는 것만으로 서울∙인천∙경기 지역에는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도 이에 대해 “이 전 지사가 총괄선대위원장을 하면서 격전지인 수도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경기와 인천은 많은 점에서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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