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그룹의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했다. 건전한 기업지배구조 확립이 지속 가능 성장의 초석이며,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권리보호 및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측 입장이다. 하지만 3세 승계 과정에서 오너일가 사이에 불거진 일련의 논란들은 이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기업지배구조 헌장 제정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민낯’

한국타이어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9일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하고 이를 공시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기업지배구조 헌장은 전문에 “건전한 기업지배구조 확립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영활동의 초석이라는 믿음으로 본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한다. 회사는 본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바탕으로 주주이익 증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권리보호 및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고객이 상상하는 미래를 실현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총 5장 14조로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이해관계자, 공시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같은 헌장은 실상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타이어그룹은 3세 승계 과정에서 가족 간 갈등이 불거지는 등 진통을 겪고 있으며, 특히 승계를 둘러싼 의사결정에 커다란 물음표가 붙는다.

조현범 회장은 2020년 부친인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모두 넘겨받아 최대주주에 올랐으며, 이후 빠른 속도로 그룹을 장악해나갔다. 그러나 조현범 회장의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형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부회장 등은 조양래 명예회장이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내린 결정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돼온 한정후견 소송은 최근 기각됐으나, 조희경 이사장 측은 이 같은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조양래 명예회장은 지난달 자신이 보유 중이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 모두를 조현범 회장에게 넘긴 바 있다. 이 같은 결정 역시 정상적인 상태에서 이뤄진 것인지 물음표가 붙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기업지배구조 헌장 제6조 1항은 ‘이사는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기준에 부합하여야 하고, 모범적인 윤리의식과 직업의식 및 정직성을 가져야 하며, 전체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균형 있게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조현범 회장은 2019년 11월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을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바 있으며 2020년 11월 최종적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헌장이 명시한 이사의 요건인 ‘모범적인 윤리의식과 직업의식 및 정직성’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처럼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싸고 아쉬운 행보를 이어온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이번 헌장 제정을 계기로 근본적인 변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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