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와 이재관 천안시장 후보 등 민주당 소속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12일 오후 양 지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날 박완주 의원(천안을)이 '당내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것과 관련해 사과 발언 후 고개를 숙이며 인사 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와 이재관 천안시장 후보 등 민주당 소속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12일 오후 양 지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날 박완주 의원(천안을)이 '당내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것과 관련해 사과 발언 후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지방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연이은 성비위 악재로 곤혹을 겪고 있다. 지난 한달여 동안 민주당은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발언과 김원이 의원의 2차 가해 논란이 있었고, 지방선거 출정일인 12일 박완주 의원이 성비위 의혹으로 제명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박완주 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신현영 대변인은 “당내에서 성비위 사건이 발생해 당 차원에서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변인은 “우리 당내에서 성비위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 앞으로 피해자 보호, 피해자 안위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국회 차원에서 관련 건에 대해 강력하게 진행되도록 징계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당은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신 대변인에 따르면 아직 경찰 수사가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문제가 제기 된 후 민주당은 곧장 조사에 나섰고, 당 내에서도 발 빠르게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 안희정‧박원순 이어 '또'

충남 천안시을 지역구 3선의 중진인 박완주 의원은 ‘86 그룹’ 출신으로 민주당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또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진의 동료 여직원 성폭행 의혹과 김 의원의 2차 가해 논란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김 의원의 지역보좌관에게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김 의원과 그 측근들이 합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12일 김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가해자와 당사자는 물론 저의 대처를 포함한 문제까지 윤리감찰단의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응하겠다. 조사에 따른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최강욱 의원이 화상 회의에서 성적 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 의원은 ‘짤짤이’라고 해명했지만,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지라도 제 발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으신 우리 당 보좌진님들께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전했다.

연일 터지는 성비위 사건에 민주당 SNS와 권리당원 게시판, 관련 뉴스 등에는 과거 민주당의 성비위 사건을 다시 연상하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피해자의 성비위 폭로로 자리에서 물러난 후 지금까지 복역 중이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2020년 강제추행을 인정하고 사퇴한 선례가 있다. 또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같은 해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지 하루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을 안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공천장 수여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공천장 수여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 박지현 “정권 반납한 뼈아픈 사실 잊지 말아야”

박지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완주 의원의 제명과 관련해 본인의 SNS를 통해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비대위는 오늘 박완주 의원을 제명하기로 했다. 당의 윤리감찰단과 지도부가 충분한 조사 끝에 신중히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당은 잘못된 과거를 끊어내야 한다”며 “당내 반복되는 성비위 사건이 진심으로 고통스럽다.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당을 만들어야만 국민 앞에 당당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겠다. 모두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민주당과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에 들어오기 전 ‘텔레그램 n번방 성범죄’ 사건을 밝히던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으로 앞서 성비위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온정주의에 대해 꾸준히 비판해왔다.

최강욱 의원의 사과 글이 올라왔을 때도 그는 “이 사과를 보좌진들이 오해하거나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 최강욱 의원이 성적 불쾌감을 일으키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사실임을 인정한 것으로 수용하겠다”며 “우리는 세 광역단체장의 성범죄로 5년 만에 정권을 반납했던 뼈아픈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는 사람이라고 잘못을 감싸는 문화를 버리지 않으면 5년 뒤에도 집권할 수 없다”고 질타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최 의원 의혹에 강경 대응한 후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라디오에 출연해 “하루에 비난 문자 1만개가 온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지금 쇄신을 해야 하지 않냐. 당이 어려울 때 내부 총질하지 말고 무조건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면 쇄신은 그럼 언제 하겠냐”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성비위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강경한 대처가 양날의 검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미 성비위 사건이 있었던 정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의혹이 이는 사건마다 모두 빠르게 인정하면서 성비위 사건이 더 부각되는 게 지방선거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 의원의 ‘짤짤이’ 논란처럼 본인이 잘못을 시인하지 않은 경우 오히려 내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 당 지도부는 대선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강력하게 조처한다는 입장이다. 신현영 대변인은 “앞으로도 발생하는 성비위 사건에 대해 민주당은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국회 윤리신고센터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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