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브라에르, 11일 국내 최초 간담회 개최… 국내 항공사 다수 참석
울릉공항 활주로 1,200m 불과… 중·대형기 취항 불가, 소형항공기 必
하이에어, 울릉도 노선 독점 우려… 비용·시간 고려 시 알짜배기

엠브라에르는 국내 항공 시장에 소형 항공기 공급을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현재 알래스카항공에서 30대 운용 중인 엠브라에르의 E175 기재. / 엠브라에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브라질 항공기 제작사 엠브라에르가 국내에서 최초로 간담회(포럼)를 개최하고 국내 항공사들과 접촉했다. 엠브라에르는 보잉이나 에어버스에서는 생산하지 않는 소형항공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항공기 제작사로, 이번 국내 간담회는 오는 2025년 개항이 예정된 울릉도 공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엠브라에르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파크하얏트 서울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항공사 등 업계 관계자들에게 기업설명회를 진행했다. 엠브라에르는 이번 행사를 통해 민간항공기(민항기), 방위 및 도심 항공 교통(UAM), 신기술 및 ESG 이니셔티브에 대한 엠브레에르의 최신 개발 현황을 선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각 항공사에서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이 구매팀 관계자로 알려진다.

엠브라에르는 보잉이나 에어버스 2개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다른 항공기 제작사와 달리 소형항공기 제작에 특화된 기업이라는 특성상 그간 국내 항공업계와는 접점이 없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보잉이나 에어버스의 중·대형기 위주로 기단을 꾸리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내 항공시장에 엠브라에르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항공업계는 대부분이 보잉이나 에어버스의 항공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중·대형 항공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 항공사에서 많이 이용 중인 항공기는 보잉 737 계열 또는 에어버스 A321·A320 계열인데, 현재 항공기 기단으로는 오는 2025년 개항이 예정된 울릉도 공항 취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울릉공항 취항을 위해 소형항공기 도입이 필요하게 됐는데, 엠브라에르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울릉공항은 지난 2020년 11월, 2025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첫 삽을 뜬 후 공사가 한창이다. 2025년 울릉공항이 개항하게 되면 뱃길과 함께 하늘길로도 울릉도를 오갈 수 있게 된다. 현재 울릉도를 오가기 위해서는 경상북도 포항 또는 강원도 동해 등에서 배편을 이용해야 해 수도권 기준으로 6시간 이상이 소요되는데, 울릉공항이 개항하게 되면 수도권에서도 2시간 이내로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울릉공항은 국내 주요 공항들보다 활주로 길이가 짧게 설계돼 취항할 수 있는 항공기가 제한적이다. / 엠브라에르

그러나 울릉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약 1,200m 정도로, 국내 주요 공항 △김포 3,600m △제주 3,180m △광주 2,835m △대구 2,755m △김해 2,743m 등에 비해 상당히 짧게 설계됐다. 국내 항공사가 다수 운용 중인 보잉 737 및 에어버스 A321 등 기재는 활주거리가 2,000m 정도인데, 현재로써 국내 주요 항공사들의 울릉공항 취항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울릉공항 취항이 가능해 보이는 항공사는 국내 리저널 항공사(소형항공사)인 하이에어다. 하이에어는 50석 규모의 터보프롭 항공기인 ATR72 기재를 운용 중으로, 울릉공항 이착륙이 가능한 기재다. 이러한 상황에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소형항공기를 2025년까지 도입하지 않는다면 울릉공항 노선은 하이에어가 독점으로 취항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경우 운임 상승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엠브라에르 측에서는 국내 항공사들에게 울릉공항 등 국내 소형공항 노선에 소형 제트 여객기인 E175 기재 운용을 제안했다. 엠브라에르 E175 기재는 하이에어에서 운용 중인 ATR72와 달리 프로펠러 엔진이 아닌 제트 엔진을 장착하고, 좌석수도 최대 84석으로 여유롭다. 활주거리도 1,259m 정도다. 울릉공항의 활주로 길이 1,200m와 스톱웨이 60m를 포함한 가속정지가용거리는 1,260m로, E175 기재를 활용하면 승객 및 화물수송까지 동시에 할 수도 있다.

엠브라에르는 울릉공항에 대해 면밀히 분석을 진행했다. 엠브라에르 측은 E175 기재를 활용해 김포∼울릉 노선을 운항할 때, 울릉공항에 급유시설이 없다면 김포발 울릉행 편에는 승객 최대 탑승 인원을 73명으로 제한하고 울릉발 김포행에는 84명 탑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울릉공항에 급유시설이 확보된다면 왕복 항공편 모두 84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여기에 400㎏ 화물 수송도 가능해 부가 매출을 노릴 수도 있다.

또한 울릉도를 찾는 소비자들도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육지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배편의 요금은 약 7만원 수준인데, 포항이나 동해 등 지역으로 이동하는 비용과 시간을 감안하면 10만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다만, 시간적인 부분을 감안한다면 향후 항공편을 이용해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이를 감안하면 항공사들에게 울릉공항 노선은 수익성이 보장된 알짜노선이 될 수 있다고 분석된다.

다만, 지난 11일 엠브라에르 간담회에 참석한 항공사들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으나 대부분 현재까지는 울릉공항 취항 관련 신사업 계획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엠브라에르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 전부가 울릉공항 취항을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거라 본다”며 “엠브라에르의 소형항공기는 보잉이나 에어버스의 항공기들에 비해 운영비용이 저렴한 이점도 있으며, 울릉공항뿐만 아니라 탑승객이 적은 내륙노선까지 전략적으로 취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기를 신규로 구매하는 경우에는 도입까지 약 2∼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를 감안하면 울릉공항 취항을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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