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은 비대면 의료부터 인공지능(AI)의 도입까지 디지털 기술과 의료 분야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가장 핫한 IT트렌드인 ‘메타버스’ 역시 의료 분야에 융합될 수 있는 기술로 꼽히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2년간 전 세계를 위협했던 코로나19의 팬데믹은 역설적이게도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그 어떤 산업 분야보다 빠르게 ‘디지털 전환’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가장 ‘보수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의료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수천 년간 이어져 왔던 인류 의학의 역사는 이제 비대면 의료부터 인공지능(AI)의 도입까지 디지털 기술과 의료 분야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가장 핫한 IT트렌드인 ‘메타버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게임, 영화 등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국한됐던 메타버스 기술이 의료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밴티지마켓리서치(vantage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전세계 헬스케어 시장의 메타버스는 연간 42.9%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이며 오는 2028년까지 108억4,91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Gettyimagesbank

◇ 디지털 의료시장서 주목받는 메타버스, 의료진 교육·비대면 의료 등에 효과 높아

최근 메타버스가 디지털 의료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는 이유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VR과 AR(가상·증강현실) 기반의 메타버스 기술을 의료 현장에 적용할 경우, 비대면 진료 등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밴티지마켓리서치(vantage market research)가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헬스케어 시장의 메타버스는 연간 42.9%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보이며 오는 2028년까지 108억4,91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밴티지마켓리서치는 “새로운 기술 혁신으로 인해 의료 기술 산업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며 “의료 산업은 MRI 스캔 및 X-레이에서 로봇 수술 및 가상 현실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디지털 혁신을 겪고 있는 가운데 메타버스는 의료 산업에서 빠르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에 중점을 둔 회사의 출현과 환자 산출량 및 전반적인 수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고급 AR과 VR 솔루션 개발 및 협업 증가,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 증가는 향후 몇 년 동안 시장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12일 판교 메타버스허브에서 진행된 ‘AWC 2022 in Seoul’에 참가한 IT 및 의료 분야 전문가들 역시 메타버스 기술이 앞으로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의료진들의 ‘교육 부문’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12일 판교 메타버스허브에서 진행된 ‘AWC 2022 in Seoul’에 참가한 IT 및 의료 분야 전문가들 역시 메타버스 기술이 앞으로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AWC 2022 in Seoul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는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 박설민 기자

‘AWC 2022 in Seoul’는 올해로 7회째를 맞는 글로벌 AI 컨퍼런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더에이아이(The AI) 등이 주최하고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가 후원하며, 매년 AI 분야의 글로벌 전문가들이 초청돼 국내외 AI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이번 AWC 2022 in Seoul은 ‘메타헬스, 미래 헬스케어를 말하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은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은 의료진들이 들어가는 수술장에서 메타버스를 통해 교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을 했다”며 “해당 메타버스 기술이 중요한 것은 의사처럼 수술하는 입장뿐만 아니라 수술장 안에 있는 간호사 등의 참가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배워야할 역할 관련 교육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의 의료시스템은 디지털 플랫폼 기반이 될 것”이라며 “병원은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해 환자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진행한 장윤정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장은 “메타버스 기술이 환자들에게 적용될 때는 의료 기관 안에서 치료적인 목적으로 쓸 수 있는 것들, 예를 들어 센서를 통해 환자의 근력이나 관절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재활 치료적 활용이 가장 많이 되는 것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타버스는 고난도 기술이나 새로운 치료 재교육에 대한 의료진 교육과 관련된 부문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를 들어 장루 환자 케어는 실제로 제대로 배우기가 어려운데,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이를 현실과 유사하게 의료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립암센터가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와 함께 개발한 메타버스 의료 플랫폼 '닥터메타'로 의료진들의 실습교육이 진행되는 모습./ 닥터메타 유튜브 캡처

◇ 아직 갈 길 먼 메타버스 의료… 전문가들 “디지털 격차·의료 환경 등 고려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의료산업의 핵심 축이 되기 위해선 아직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보고 있다. 메타버스의 활용도가 높은 것은 맞지만 실제 환자의 상태를 현재 기술 수준의 메타버스 가상공간 안에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의료분야 메타버스 플랫폼 ‘닥터메타’를 구축한 경험이 있는 장윤정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장 역시 AWC 2022 in Seoul에서 메타버스와 의료 서비스를 기술적으로 연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닥터메타는 국립암센터가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와 함께 개발한 메타버스 의료 플랫폼이다.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환자 및 의료진을 위한 가상융합기술(XR) 기반 비대면·비접촉 디지털 서비스 발굴 및 지역 서비스 인프라 구축’ 과제로 선정돼 양 기관에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초 의료분야 메타버스 플랫폼 ‘닥터메타’를 구축한 경험이 있는 장윤정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장은 AWC 2022 in Seoul에서 메타버스와 의료 서비스를 기술적으로 연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AWC 2022 웨비나 캡처

장윤정 국립암센터 부장은 “환자를 대상으로 메타버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의료진이 환자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목소리만 가지고 증상을 확인할 수 없고 아바타가 아픈 표정을 짓거나 하는 것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닥터메타를 개발할 당시 연구진들과 어떤 것이 가상현실적인 것이고 어떤 부분에서 라이프 로깅(사물과 사람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과 정보를 그대로 가상 공간에 묘사하는 기술)을 할 수 있을지 메타버스라는 것의 특징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원거리 진료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의료 서비스, 특히 수술의 경우 1분 1초를 다투는 작업이다. 이때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의료진이 원격 진단이나 원격 수술을 진행할 경우 통신망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치명적 의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의료 서비스의 상용화를 위해선 장애인이나 노인, 저소득층과 같은 디지털 기술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저하와 국내 의료체계와의 호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윤정 국립암센터 부장은 “우리나라에서 IBM의 AI의료서비스 왓슨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진단 및 치료 절차 등이 해외 국가와 다르기 때문이었다”며 “결국 우리 의료 현장에서 메타버스나 AI 등 첨단 디지털 의료 기술이 사용되기 위해선 환경과 서비스 절차, 보건의료체계 등의 일치성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65세 이상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70~80% 정도다. 하물며 HMD(VR용 디바이스)가 있는 디지털 기술 취약층은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때문에 최소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등으로도 메타버스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멀티스크린 기술 등을 통해 접근성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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