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3·4월 두 달 연속 판매실적 아우디 추월… S90 판매 급증 영향
‘가성비’ 준중형 SUV 없는 아우디, 볼보 XC40에 시장 뺏겨
볼보, 전시장·센터 증설·확장이전 꾸준… 아우디는 뒷걸음질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업계 3위 자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 볼보자동차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올해 국내 수입자동차 업계에서 볼보자동차코리아(이하 볼보)의 저력이 돋보인다. 그간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 이어 업계 3위 자리는 아우디가 꾸준히 차지했는데, 최근에는 볼보가 성장을 거듭하며 아우디를 위협하고 있다. 비(非) 독일차 브랜드인 볼보가 올해 수입차 업계 3위 자리를 꿰차게 될지, 아우디가 3인자 자리를 사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누적 판매실적은 △메르세데스-벤츠 2만5,964대 △BMW 2만4,701대 △아우디 4,702대 △볼보 4,692대 등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볼보가 아우디의 턱 밑까지 바짝 추격을 한 점이다.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아우디와 볼보의 격차는 291대였지만, 볼보가 지난 3월에 이어 4월에도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아우디와의 차이를 10대까지 줄였다.

볼보는 지난달 1,332대 판매를 기록하며 아우디(1,051대)를 꺾고 벤츠와 BMW에 이어 수입차 업계 월간 판매 3위에 올랐다. 앞서 지난 3월에도 볼보는 1,309대를 판매해 1,155대를 판매한 아우디를 넘어선 바 있다. 두 달 연속 판매 3위에 오른 점은 국내 시장에서 볼보의 인지도와 입지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올해 3월과 4월 볼보의 실적을 견인한 모델은 브랜드의 플래그십(기함급) 세단인 S90이다. 볼보 S90은 지난 1월과 2월 100∼200대 수준만 판매되는 것에 그쳤으나, 지난 3월에는 726대가 판매되면서 월간 판매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지난달에도 429대 판매를 기록하면서 브랜드 내 월간 판매 1위 및 올해 총 1,537대를 판매해 누적 판매 모델 1위에 올랐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플래그십 세단 S90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시장에 출시하면서 E세그먼트 시장에 전운이 감돈다. / 제갈민 기자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S90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돼 편의성이 한층 개선됐다. / 여의도=제갈민 기자

볼보 S90은 동급 경쟁모델 대비 차체 크기가 넉넉한 편이 특징이다. S90은 준대형(E세그먼트) 차량으로 분류되지만 차체 길이나 실내 2열 레그룸(다리 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경쟁모델을 압도한다. S90의 제원은 △전장 5,090㎜ △전폭 1,880㎜ △휠베이스 3,060㎜ 등이다. 아우디의 준대형 세단 모델인 A6와 비교하면 차체 길이는 150㎜ 더 길고, 휠베이스도 136㎜ 길다. 휠베이스는 아우디 플래그십 세단 A8(2,998㎜)보다도 길어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가늠할 수 있다.

여기에 볼보가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SKT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3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탑재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볼보는 디지털 전환을 겨냥한 볼보자동차의 글로벌 모델 업데이트에 일환으로, 신형 XC60에 이어 지난해 10월 상품성을 개선한 S90에 해당 서비스를 탑재했다.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티맵(Tmap)’과 AI 플랫폼 ‘아리아’ 및 ‘누구(NUGU)’, 사용자 취향 기반 음악 플랫폼 ‘플로(FLO)’ 서비스를 제공해 운전자의 편의를 크게 개선했다. 한국어 음성 인식률도 96% 이상 수준으로, 주행 간 아리아를 통해 공조기 조작 및 음악 선택, 볼륨 조절 등을 음성으로 할 수 있다.

볼보 S90은 넉넉한 실내 공간과 최첨단 편의사양 등을 갖췄음에도 국내 판매 가격은 다른 수입차 브랜드의 동급 모델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타 브랜드와는 다르게 볼보는 할인이 전혀 없는 브랜드로 유명한데, 이를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가격은 타 브랜드의 준대형 세단 대비 약간 높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S90은 지난해 총 3,213대 판매 실적을 올려 XC60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차량이 판매됐다.

이와 함께 더 뉴 XC60도 1∼4월 누적 판매대수 기준 928대를 기록해 아우디의 동급 경쟁 모델 Q5 판매량 644대를 넘어섰다. 준중형 SUV 라인에서는 볼보 XC40이 동기간 749대 판매를 올려 브랜드 실적을 뒷받침했다. 앞서 XC40은 지난해 2,755대가 판매돼 브랜드 내 판매 2위 모델에 오르는 등 준중형 SUV 시장이 작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우디는 현재 준중형 SUV 모델 Q3의 부재로 XC40을 견제할 만한 카드가 없어 준중형 SUV 시장을 고스란히 볼보에게 내준 꼴이 됐다.

사진은 5월 16일 확장 이전을 통해 새롭게 오픈한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창원 전시장.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네트워크 확대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사진은 5월 16일 확장 이전 오픈한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 창원 전시장.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가 국내 시장에서 최근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계속해서 확대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볼보는 현재 전국에 신차 전시장 31곳, 공식 서비스센터 32곳, 인증중고차 4곳을 운영하고 있다. 볼보는 지난 2016년 전국에 서비스센터를 15곳 운영했었는데, 2017년부터 그 수를 점차 늘려나기 시작해 매년 연말 기준 △2017년 20개점 △2018년 22개점 △2019년 24개점 △2020년 28개점, 그리고 지난해에는 김해와 서울 강남(율현), 구리 서비스센터를 신규로 오픈해 31개점까지 확대했다.

올해도 볼보 서대구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를 신규로 오픈하고, 분당 판교 서비스센터와 창원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를 확장 이전했다.

신규 고객들의 편의도 높이기 위해 2020년말 기준 28개였던 전시장도 지난해 30개점까지 늘렸고, 올해 서대구 전시장을 오픈하면서 31개까지 늘렸다. 인증중고차 전시장도 2020년 3개점이었던 것을 지난해 부산에 1곳을 신규로 오픈해 영남지역의 기존 고객 편의 및 중고차 수요까지 확보하고 나서는 등 볼보 고객들의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볼보는 올해부터 3년간 약 1,400억원을 투입해 서비스센터를 현재 32곳에서 59곳으로 약 2배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볼보는 기흥 롯데프리미엄아울렛과 잠실 롯데월드몰, 부산 영도 피아크(P.ark)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개최하며 소비자들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아우디가 올해 1분기 수입차 3위 자리는 지켰으나 전년 대비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아우디 A6 TDI. / 아우디
아우디는 올해 3월과 4월 월간 판매 실적에서 볼보에 밀리며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사진은 아우디 A6 TDI. / 아우디

반면 아우디의 신차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수는 2020년 7월 대비 줄어들었다. 2020년 7월쯤까지만 해도 아우디는 전국에 41개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를 구축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37개 전시장과 40개 공식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시장이 4개, 서비스센터가 1개 줄어든 것으로, 볼보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우디 인증중고차 전시장은 12개가 운영 중이다.

네트워크가 줄어드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아우디는 지난달 마곡·하남·부천·의정부 지역의 판매와 서비스를 담당할 딜러사를 모집하고 나섰다. 모집기간은 이번달 말까지로 아직 대상자가 명확히 확정되지 않아 연내 네트워크 확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볼보의 상승세는 눈부시다. 현재 분위기를 이대로 이어갈 수 있다면 상반기 내 아우디가 지키고 있는 수입차 3인자 자리에 올라설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아우디는 수입차 3인자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대규모 할인 외에도 라인업 보강 및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볼보의 상승세는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볼보는 지난 2019년 연간 판매 1만570대를 기록하면서 국내 수입차 업계 1만대 클럽에 입성했다. 이후 2020년 1만2,798대로 전년 대비 21.1% 성장을 기록했고, 지난해도 전년 대비 17.6% 판매량 증대를 이뤄내 1만5,053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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