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선대위 제공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의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송영길 선대위 제공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연일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 사용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외국 군대가 바로 옆에 있다. ‘아관파천’ 때도 아닌데 주권 국가의 대통령 집무실이 외국 군대의 허락을 받아 통과를 하면서 움직인다는 것이 저는 적절한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토론회에 참석해 “사대문 밖으로 대통령 왕궁이 옮긴 것은 처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의미심장한 지적이다”며 “삼봉 정도전 선생이 1394년에 한양을 정할 때 인의예지신에 따라 조선 왕조가 되도록 철학을 담아 서울을 만들었는데 경복궁에 있던 자리를 임의로 급작스럽게 국민적 공감도 없이 옮긴다는 것은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송 후보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도 연일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더 구중궁궐로 들어가 차단되고, 국방부 건물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외국 군대 바로 옆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미군이 허용한 통로를 따라 출퇴근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수도, 탈환할 수 있나

이와 같이 송 후보가 첨예하게 날을 세우는 배경에는 4선 시장에 도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자신보다 더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13일 KBS가 주최한 6.1 서울시장 선거 후보자 첫 TV토론에도 ‘개별 방송사 주최 토론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로 인해 송영길 민주당 후보와 권순정 정의당 후보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오 후보는 계속 토론을 피했고, 한국기자협회가 16일 주최하는 토론회까지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이날 토론회는 무산됐다.

그럼에도 오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13~14일 서울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6.5%를 얻은 반면 송영길 민주당 후보는 31.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권순정 정의당 후보가 1.9% 의 지지를 받았다. 오 후보와 송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5.1%p로 오차범위 밖이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송 후보는 토론회에서도 현재 뒤처지는 지지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전 세계 선진국에서 역대 4선 시장은 없다”며 “미국에도 루즈벨트 대통령뿐이다. 굳이 세종대왕‧루즈벨트 같은 분이 아닌 이상 4선을 시킬 필요까지 있겠느냐. 저도 광역자치단체장을 해보니 4년만 해도 에너지가 고갈되고 아이디어가 고갈된다. 새롭게 준비된 저 송영길에게 기회를 준다면 한강르네상스, 새빛둥둥섬, 디자인서울 같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UN 아시아 본부를 유치해서 서울의 근본적 전환기를 만들어보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것은 오세훈 후보께서 TV토론을 지금 회피하고 계시다”며 “법정 토론도 한번, 토론을 2번 정도 밖에 안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큰데 오세훈 후보께서 TV토론에 응해서 1,000만 서울 시민의 비전을 가지고 충실하게 유권자에게 알 기회를 주는 것이 시장으로서의 자세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 윤석열 대항마 부상 노리나

지난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3선에 성공한 오 후보에 비해 송 후보는 서울시민에게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또 서울 출신이 아닌 인천 5선 의원이라는 꼬리표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송 후보는 오 후보를 이기기 위해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책임자를 자처했다.

그는 토론회 모두발언을 시작하면서 곧장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축하를 드린다”면서도 “어느 나라 대통령이나 취임을 하게 되면 그 취임사에는 나를 찍어주지 않은 국민도 마음을 헤아려서 하나로 국가를 통합시키겠다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대통령도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푸른색 빨간색을 가리지 않고 전 미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이야기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 정파의 대표를 넘어서 국가원수로 대한민국을 통합시켜야하는 헌법적 의무를 갖는 존재다”며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출범 이후 내각 구성이나 청와대 비서진 구성에 있어서 특정 학교, 특정 지역, 특정 연령, 특정 성에 너무 치우쳐 있어서 걱정이 많이 된다. 심지어 주로 검사 출신들로 대검찰청 부속실을 방불케한다는 언론의 지적도 있다”고 비판했다.

송 후보는 “제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국무회의에 참여하는 유일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끼리끼리 모여있는 내각과 대통령 비서실 속에서 백신 역할을 하겠다”며 “쓴소리를 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천만 서울시민의 민심을 전달해 윤석열 정부의 일방독주를 위한 사고를 예방하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대항마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백신 역할을 하겠다고 호언하면서 차별화를 한 것이다.

하지만 송 후보의 전략이 어디까지 통할지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송 후보가 꾸준히 윤석열 정부의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지적하고 있지만 ‘어깃장’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따라서 송 후보가 앞으로 서울 시정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어느 정도 제시하느냐에 따라 서울 탈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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