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서울시장 후보자 TV토론회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서울시장 후보자 TV토론회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첫 TV 토론회에서 부동산 등 공약을 두고 대격돌을 펼쳤다. 그간 ‘실패한 시장’, ‘도망간 시장’이라며 공방을 주고받아 왔던 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신경전을 펼쳤다.

송 후보는 오 후보가 세 번의 서울시장 동안 이뤄 놓은 것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했다. ‘그림만 그린 시장’이라는 것이다. 반면 오 후보는 송 후보가 서울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급조된 후보’ 프레임을 덧씌웠다.

송 후보는 20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오 후보의 1년간 서울 시정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지난 보궐선거 때 3선 도전하면서 이미 2선 시장을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능숙하게 하겠다, 당선되면 일주일 안에 집값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했다”면서 “지금 서울 집값 계속 오르고 있다. 1년 동안 그림만 그린 거 아닌가”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러한 공세에 오 후보는 “실제로 한 게 없다면 53개 재개발·재건축 지역 조합원분들의 불만이 클 것”이라며 “근데 전혀 불만이 나오고 있지 않다. 각 지역에서 느끼는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뜻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일주일 안’이라는 기한은 “가닥을 잡겠다는 뜻이었다”며 “일주일내 가닥을 잡겠다는 약속은 저 나름대로 지켜졌다고 생각한다”고 맞불을 놨다.

역공의 기회를 잡은 오 후보는 송 후보의 ‘누구나집 프로젝트’를 정조준 했다. 누구나집 공약은 10년간 3% 이하 저금리로 임대주택에 주거한 뒤 10년 후 최초 확정 분양가로 해당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로 일단 거주를 하면서 내 집 마련 여건을 만들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오 후보는 이러한 송 후보의 공약이 서울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인천 지역과는 달리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는 일단 월세 부담부터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오 후보는 “인천에 만들 때는 월세가 서울에 비해 4분의 1, 5분의 1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10년 살면서 자본 축적하는 게 가능할지 모른다”며 “땅값 비싸고 건축비가 많이 들어가는 서울에 들어와서 똑같은 원리를 적용한다는 것을 대표 상품으로 내놨기 때문에 근본부터 흔들리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 도로 지하화·안심 소득 두고도 설전

이러한 프레임전은 다른 공약을 두고 언쟁을 벌일 때마다 이어졌다. 오 후보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지하화하겠다는 송 후보의 ‘한강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서울시 숙원사업의 ‘우선순위’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88도로와 강변도로를 지하화한다는 발상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기엔 조금 신중해야 한다”며 “서울에는 더 다급한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와 유사한 걸로 서울시는 신종 차량기지가 있다”며 “소음도 많고 경관도 좋지 않기에 그걸 덮어서 활용해 주길 바라고 녹지 공간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주민들이 계시는 데 아마 주민들이 보기엔 이런 일이 불요불급한 걸로 비춰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송 후보가 공약 중 하나로 세 개의 보행 전용교를 만들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송 후보는 세 개의 보행교 중 ′선유도-강북′을 잇는 보행교를 우선순위로 뒀다. 하지만 오 후보는 “서울시가 많이 검토를 했는데 우선순위로 보자면 잠수교를 보해화 하는 게 우선순위”라며 “급조된 공약을 계속 내놓고 계신다”고 비꼬았다.

송 후보의 반격도 거셌다. 그는 오 후보가 대표 공약으로 내놓은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안심소득’은 일정 부분을 지방정부가 지원해 주면서도 수혜자의 소득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제도다. 오 후보는 3년간 5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통해 이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송 후보 “3선 시장이 됐는데 지금까지 실험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용산 참사’ 상황을 거론하며 오 후보의 ‘행정 실패’를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2009년 오 후보가 무리하게 용산 계획을 추진하고 임차인에 대한 대책 없이 밀어붙이다 다섯 명의 임차인이 불에 타 돌아가시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건 반성해야 할 행정의 무능”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오 후보가 자신의 ‘도로 지하화’ 공약을 비판한 데 대해서 “용산 개발 계획이 실패해 보셨기에 경험에 따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며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송 후보는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도 오 후보의 행정력에 대한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상대 후보께서 세 번이나 기회를 가졌지만 아이디어가 고갈된 것 같다”며 “용산 개발의 반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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