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산업 분야의 사업 영역이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로 향하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이동통신사 KT를 중심으로 우주통신기술 확보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깊은 바닷속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구 위의 땅을 사업 영역으로 두고 있는 이동통신산업 분야가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로 향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활용해 데이터 사업부터 우주통신망 구축까지 수많은 신(新) ICT산업 분야의 개척지로 우주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다. 

세계적인 ‘IT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 역시 우주통신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관련 사업들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이동통신사 KT를 중심으로 우주통신기술 확보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KT그룹의 위성서비스 산업 자회사 KT SAT는 22일 ‘스페이스 데이터(Space Data)’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KT SAT과 파트너쉽을 맺은 블랙스카이사가 운용 중인 위성의 모습./ KT

◇ 우주로 향하는 KT, ‘스페이스 데이터’ 산업 본격 진출

먼저 KT가 본격적인 우주통신사업에 진출한다고 공식화한 분야는 ‘스페이스 데이터(Space data)’ 부문이다. 

KT그룹의 위성서비스 산업 자회사 KT SAT는 22일 ‘스페이스 데이터(Space Data)’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스페이스 데이터는 위성에서 촬영한 지구 관측 영상·이미지 등 우주를 통해 오가는 다양한 정보들을 말한다. 

우주산업 분야 전문가들은 스페이스 데이터를 ‘우주 데이터 산업의 쌀’이라고 평가한다. 위성에서 관측한 스페이스 데이터들을 AI, 빅데이터 등을 분석하면 국토·자원 관리, 재해·재난 대응 등 공공 분야는 물론, 농업, 금융, 부동산, 물류, 환경 등 민간 산업 전 영역에 걸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T SAT는 우선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스페이스 데이터 사업의 레퍼런스를 확보한 후 글로벌 전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KT SAT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유수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공공 및 민간 기업에 위성 이미지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소재 위성영상 제공 및 분석기업인 블랙스카이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고해상도의 위성 이미지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에는 AI기술 기반 공간정보분석기업인 오비탈인사이트의 공간정보분석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한국 시장에 제공하는데 합의했다.
 
KT SAT 송경민 사장은 “국방, 금융, 환경, 부동산 등 산업 여러 분야에서 위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활용한 가치 창출 사례가 알려지면서 민간 서비스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AI, 빅데이터 등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분석·활용 분야에서 KT 그룹 역량을 활용하여 글로벌 최고의 스페이스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KT SAT는 지난 18일 KT SAT 금산위성센터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우주통신망 서비스 산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KT SAT 금산위성센터의 모습./ 뉴시스

◇ ‘K-스타링크’ 꿈꾸는 KT, 우주통신망 산업 진출도 ‘가속화’

아울러 KT는 스타링크와 같은 우주통신망 서비스 산업 진출에 대한 의지도 밝히고 있다. KT SAT는 지난 18일 KT SAT 금산위성센터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위성통신은 지상-위성이 연결된 3차원 네트워크 실현으로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 차세대 통신 서비스의 핵심 기술”이라며 “차세대 통신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일론머스크가 운영하는 우주통신사업 ‘스타링크’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통신망이 불안정한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우주 위성 스페이스X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큰 활약을 하면서다.

지난 3일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도 자신의 SNS를 통해 “하루 15만 명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의 파괴된 기반 시설을 복구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주통신사업 시장 전망도 매우 밝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예측에 따르면 오는 2040년 1조1,000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전세계 우주 산업 시장에서 위성통신부문이 53%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 마켓 리처리도 글로벌 우주인터넷서비스 시장이 오는 2030년 185억9,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KT SAT는 우주통신시장의 △복합 통신 서비스로 다양한 고객 니즈 충족(다중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국제 협력기반 서비스 경쟁력 강화(LEO Alliance, HTS 사업) △Inorganic 성장 추진 등을 통해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KT SAT는 “차세대 통신 기술은 지상 이동통신과 공중 위성통신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에 힘입어 KT그룹은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그룹차원의 역량으로 산업 전 영역에 차세대 융합서비스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우주통신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KT가 넘어야할 산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특히 스타링크와 같은 글로벌 거대 빅테크들과의 대결을 위해서는 전 세계의 작은 위성사업자들이 연합할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진=뉴시스

◇ 스타링크 등 글로벌 ‘공룡’들과의 대결 넘어야… 글로벌 연합 및 정부 지원 ‘필요’

다만 글로벌 우주통신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KT가 넘어야할 산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통신용 위성의 개수가 아직 부족해 아직까지 KT SAT혼자 스타링크와 같은 글로벌 ‘거물’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가 FCC(미연방통신위원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스타링크 운영을 위해 쏘아올려진 위성은 약 1,800대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의 CEO인 일론머스크는 지난해 7월 세계 모바일·통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1’에서 향후 소형위성 1만2,000개를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막강한 스타링크의 파워에 대응하기 위해 KT가 선택한 전략은 ‘뭉치기’다. KT를 포함한 전 세계의 작은 위성사업자들이 연합해 스타링크와 같은 글로벌 ‘공룡’ 기업들과의 경쟁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KT SAT는 지난해 전 세계 위성사업자가 참여하는 유로컨설트 ‘WSBW(World Satellite Business Week)2021’에 참여해 저궤도 위성사업을 위한 ‘해외 지역사업자 연합체’ 결성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해외 지역 위성사업자들과의 동맹을 결성하고 저궤도 위성사업(LEO) 분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우주통신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기업인 KT의 자체적 노력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련 부처의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불붙는 우주인터넷(위성통신) 경쟁’ 보고서에서 “우리 정부도 2031년까지 위성통신 기술개발을 통한 저궤도 통신위성 14기 발사를 비롯해 민간에서도 우주 인터넷 서비스 추진 검토 중”이라며 “하지만 우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저궤도 위성 인프라를 비롯한 기술‧기업‧인력 등은 모두 아직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주 인터넷이 스페이스X 등 일부 빅테크에 의해 잠식될 우려에 대비해 자주적 우주 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 지원 필요하다”며 “현재 국내 인터넷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우주 인터넷에 대한 필요성이 낮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차세대 통신분야 선도국 지위 유지를 위해서는 통신3사를 포함한 민관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