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日·中 등 6개국 기업결합심사 차질 없이 진행 중
기업결합심사 관련 자문사 선임비용만 350억원 지출

공정거래위원회가 22일 오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 입장을 밝혔다. / 뉴시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과정이 문제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입장문을 공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과 관련해 해외기업결합 심사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경쟁당국의 승인을 조속히 받을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조속한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운영, 맞춤형 전략을 안정적으로 펼쳐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한 국가는 필수신고국가 △터키 △태국 △대만 △베트남 △대한민국 5개국이며, 임의신고국가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3개국까지 총 8개국이다.

아직 양사의 기업결합을 심사 중인 국가로는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영국·호주 6개국이 있다. 이 중에서 미·EU·일·중 4곳은 필수신고국가로 분류된다.

대한항공은 경쟁당국의 심사에 적극 대응 및 협의를 진행 중이며 요청 자료에 대해서는 신속히 제출하는 등 기업결합승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심사절차가 최초 신고서 제출 한 달 후 ‘세컨드 리퀘스트’ 규정에 따라 방대한 내용의 자료제출이 필요하며, 피심사인은 △자료 제출을 통한 승인 △시정조치 계획 제출을 통한 승인 등 두 가지 절차 중 하나로 대응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한항공은 최초 신고서 제출(2021년 3월 31일) 후 자문사 조언 및 경쟁당국 협의 후 시정조치를 마련해 대응하려고 했지만, 미국 경쟁당국의 최근 강화된 기조를 감안해 세컨드 리퀘스트 자료 제출과 신규 항공사 제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조속한 승인 획득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현재 양 방향으로 심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EU의 경우 2021년 1월 EU 경쟁당국(EC)와 기업결합의 배경·취지 등 사전 협의 절차를 개시했다. 현재는 정식 신고서 제출 전 전체적인 심사기간 단축을 위해 경쟁당국이 요청하는 자료 제출 및 시정 조치 안에 대한 사전협의(Pre-consultation)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국에는 2021년 1월 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보충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심사에 대응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이 중국 당국에 신고를 철회했다가 재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심사 시한 종료에 따라 결합신고 철회 후 재신고 하는 것은 중국 당국의 심의 절차상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며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당시에도 동일한 절차로 진행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2021년 1월 설명자료와 2021년 8월 신고서 초안을 제출했으며, 현재 사전 협의절차 진행 중인 단계다. 일본 경쟁당국이 요구한 자료는 모두 제출했으며, 경쟁당국의 자체 경제분석 및 시장조사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 자료들을 제출하며 적극 설명하고 있다.

임의신고국가인 영국의 경우 2021년 3월 사전 협의절차 진행 후 4차례에 걸쳐 현지 경쟁당국 요청자료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으며, 호주도 2021년 4월 신고서 제출 후 3차례에 걸쳐 현지 경쟁당국 요청자료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전 협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파리→인천 귀국행 정기 항공편에 대해 지속가능 항공연료를 사용해 탄소 배출 감축에 나섰다. 사진은 대한항공의 보잉 777-300ER 항공기. /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해외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자문사 선임비용으로만 약 350억원을 지출했다. 사진은 대한항공의 보잉 777-300ER 항공기. / 대한항공

특히 대한항공은 해외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진행현황을 총괄할 ‘글로벌 로펌 3개사’ △각국 개별국가 심사에 긴밀히 대응하기 위한 ‘로컬 로펌 8개사’ △객관성 및 전문성 확보를 위한 ‘경제분석업체 3개사’ △협상전략 수립 및 정무적 접근을 위한 ‘국가별 전문 자문사 2개사’와 계약해 각국의 경쟁당국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올해 3월까지 기업결합심사 관련 자문사 선임비용만 약 350억원의 지출이 발생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자문료까지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이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총력을 쏟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대한항공 측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EU, 영국, 호주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전과 유사한 경쟁 환경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한항공은 국내·외 항공사를 신규 항공사로 유치하기 위해 최고 경영진이 직접 해외 현지를 방문, 협력관계가 없던 경쟁사들에게까지 신규 진입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근거도 제시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연관산업을 포함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3.4%(54조원)을 차지하고, 연관 일자리만해도 84만개에 달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이 때문에 양사의 통합 추진은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생존 및 일자리 보존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입장이다.

또한 현재 2개 이상의 대형항공사(FSC)를 운영하는 국가는 인구 1억명 이상이면서 국내선 항공시장 규모가 자국 항공시장의 50% 이상인 국가 또는 GDP 규모가 큰 국가인 점도 지적했다.

대한항공 측은 “자국 내 항공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기본적 환경을 갖춰야 2개 이상의 FSC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런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대한민국에선 2개의 FSC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인수·통합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는 조금 더디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각 경쟁당국에 제공한 자료는 수십만 페이지에 달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각 경쟁당국과 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대한항공은 혼신의 힘을 다 해 각국 경쟁당국의 요청에 적극 협조. 승인을 이끌어내는 한편 굳건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통합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머지않아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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