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IT기업인 구글이 기존 강세를 보였던 소프트웨어(SW) 시장을 넘어 ‘하드웨어(HW)’ 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부터 무선이어폰, 스마트워치에 이르기까지 안드로이드와 결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제품들을 선보이며 종합 IT생태계를 만든다는 목표다./ 사진=구글,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세계 최대의 IT기업인 구글이 기존 강세를 보였던 소프트웨어(SW) 시장을 넘어 ‘하드웨어(HW)’ 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 IT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가장 영향력이 큰 글로벌 IT기업인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에 참여함에 따라 산업 전반에 활력이 돌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동시에 구글이 SW시장처럼 하드웨어 시장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적으로 선언한 것은 지난 11일 개최된 구글 개발자 컨퍼러스 ‘구글I/O 2022’에서다. 사진은 구글I/O 2022 행사에서 SW와 하드웨어를 어우르는 종합 IT생태계 구축 목표를 발표하는 구글의 릭 오스텔로 수석 부사장./ 구글I/O 2022 온라인 행사 캡쳐

◇ “스마트워치부터 스마트폰까지”… 하드웨어 생태계 본격 구축 나선 구글

먼저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적으로 선언한 것은 지난 11일 개최된 구글 개발자 컨퍼러스 ‘구글I/O 2022’에서다. 이날 행사에서 구글은 스마트워치부터 태블릿PC, 무선이어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제품들을 선보이며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특히 구글이 중점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드웨어 부문은 ‘스마트워치’다. 스마트워치가 향후 IT기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 화웨이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중점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독일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난 2016년 3,700만대 수준이었던 글로벌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오는 2025년에는 2016년 대비 무려 597.3% 증가한 약 2억5,8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스마트워치 시장의 미래는 유망하다.

구글 역시 이를 인지하고 이미 지난해 웨어러블 업체인 ‘핏빗(Fitbit)’을 인수하고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OS ‘타이젠(Tizen)’을 구글웨어OS에 통합하는 등 스마트워치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을 쌓아올린 상태다. 이런 일련의 준비과정을 거쳐 구글이 이번 구글I/O 2022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자사의 첫 번째 스마트워치가 바로 ‘픽셀 워치’다.

 구글I/O 2022에서 공개된 구글의 스마트워치 '픽셀 워치'의 모습./ 구글

픽셀 워치는 각종 앱(App)을 활용한 헬스케어 기능과 구글맵, 구글 월렛 등의 다양한 부가 서비스 기능들을 탑재했다. 웨어OS에는 사건·사고나 재난 현장에서 응급서비스 혹은 지인들에게 즉시 연락할 수 있는 비상구조전화 기능도 적용됐다. 구글 측에 따르면 픽셀 워치는 올해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워치와 함께 구글이 본격적 사업 확장 의지를 내비친 하드웨어 사업 부문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무선 이어폰’이다. 3가지 하드웨어 모두 현재 IT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과 시장 성장력을 지니고 있는 하드웨어 제품들로 각각 △스마트폰 ‘픽셀6a’와 ‘픽셀7’ △태블릿PC ‘픽셀 태블릿’ △무선 이어폰 ‘픽셀버즈 프로’의 제품 4종이 공개됐다.

스마트폰 모델인 ‘픽셀6a’의 경우 449달러(한화 약 57만원)의 보급형 스마트폰 모델로 현재 삼성전자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픽셀6a는 보급형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AI칩 ‘텐서(Tensor)’가 탑재돼 다양한 기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텐서6a는 오는 7월 미국에서 첫 출시가 예정된 상태이며, 후속작이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인 ‘픽셀7’과 ‘픽셀7프로’는 올해 가을 픽셀 워치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구글이 구글I/O 2022에서 공개한 자사의 스마트폰 모델인 ‘픽셀6a’의 경우 449달러(한화 약 57만원)의 보급형 스마트폰 모델이다./ 구글I/O 2022 온라인 행사 캡처

◇ 하드웨어와 안드로이드 시너지 노리는 구글… 삼성전자 등 韓기업들도 대응책 필요

이 같은 구글의 하드웨어 시장 진출 배경에 대해 IT업계에서는 단순 신제품 및 신기술을 공개한 것이 아닌, 기업의 차세대 전략 방향인 독자적 모바일 하드웨어 생태계 확장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으로의 진출에 자극을 받은 경쟁사는 ‘애플’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단순 OS부문만 본다면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애플의 macOS보다 강력한 것은 맞지만 하드웨어와의 시너지 효과 면에서는 애플이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 맥북,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 하드웨어들은 무조건 자사의 OS인 macOS를 자동으로 사용하게 된다. 때문에 한 번 애플 제품을 사용해 macOS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다음 제품 역시 애플을 사게 된다. 이른바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데 효과적인 셈이다.

반면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강력한 경쟁자인 애플의 macOS보다 접근성면에서는 월등하다. 삼성전자 등 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기업 제품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하드웨어 제조사의 제품에 의존해야 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기술정책단도 20일 발표한 ‘ICT Brief (2022-19호)’ 보고서에서 “이번 구글 I/O 2022는 SW영역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애플에 대항하는 동시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적용한 삼성전자에 대한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검색의 강자에서 강력한 SW 기술력으로 무장한 구글은 단종됐던 스마트폰에 이어스마트워치·무선이어폰 신제품 공개하며 애플에 버금가는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태블릿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 영향력은 크지 않았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사용성 개선, 안드로이드 기반 편리성을 강점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평가했다.

IT업계에서는 구글의 하드웨어 산업 진출이 자칫 시장 독점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보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다만 IT업계에서는 구글의 하드웨어 산업 진출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기대하면서도 자칫 시장 독점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보내고 있다. 현재 ‘빅테크(Big tech)’ 기업으로서 SW산업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IT시장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를 포함해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다수 하드웨어 제조기업들의 경우,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 분야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첫선을 보인 픽셀워치·픽셀 버즈 프로는 애플·삼성전자 등 기존 강자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특히 동일한 OS기반을 가진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와의 승부는 관심사”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 기업도 경쟁 기업의 첨단 기술·제품·서비스 등 미래 승부 전략과 방향을 지속 모니터링하며 시장우위를 확보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모바일 시장에서 동일한 OS를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므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차별화 서비스, 공격적 마케팅 등을 통해 기존 고객의 ‘락인 효과(고객의 재구매를 촉진시키는 것)’를 높이는 유통망·리더십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