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SK E&S에서 추진 중인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SK E&S
법원이 SK E&S에서 추진 중인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SK E&S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인 SK E&S의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과 관련해 현지 원주민 및 국내 활동가들이 제기한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SK E&S는 한숨을 돌리게 된 반면, 국내 환경단체에서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호주 원주민들과 국내 활동가들이 SK E&S가 추진 중인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과 관련해 제기했던 가처분신청이 지난 23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지난 3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이들은 해당 사업에 금융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공적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투자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따른 환경 파괴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SK E&S는 2012년 7월 3억1,000만달러를 투입해 바로사 가스전 개발사업 지분 37.5%를 확보했다. 이후 지난해 당초 예상보다 많은 7,000만톤 이상의 매장량이 확인되면서 최종투자의사결정을 선언했고, 향후 5년 간 14억달러를 투자해 2025년부터 20년 동안 연간 130만톤의 LNG를 국내에 들여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특히 SK E&S는 LNG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제거하는 CCS(Carbon Capture & Storage) 기술로 ’CO2 Free‘ LNG를 생산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사 가스전 개발사업은 호주 현지와 국내 등에서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였고, 각종 문제제기를 거듭 마주했다. 지난해 12월엔 기후솔루션이 SK E&S를 허위·과장광고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공정위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으나, 이후 미국 에너지경제연구소(IEEFA)에서 SK E&S의 CSS 기술로 바로사 가스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없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이번 가처분신청은 이러한 논란이 이어지던 가운데 제기된 것이었다. 다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SK E&S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돌리게 됐다. 수출입은행은 가처분신청이 제기됨에 따라 당초 지난 3월 의결할 예정이었던 금융지원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만약 가처분신청이 인용됐을 경우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으나, 이를 모면하게 된 모습이다.

반면, 기후솔루션은 법원의 이러한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쓴소리를 냈다. 기후솔루션은 입장문을 통해 “매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기후위기의 현실에서, 명백히 보이는 사업적 위험과 호주 원주민들의 간절한 요청에도 소극적인 판단에 그친 한국 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법원은 오래전부터 재산권과의 관계에서 환경권을 인정하는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고 지적한 기후솔루션은 ”급속도로 팽창한 한국의 경제력 때문에 국내 기업과 공적금융의 경제활동은 더는 국내에 한정되지 않으며 국제사회 시민들 권리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공적금융은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141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하는 등 G20 국가 중 1위 수준으로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며 “높아진 국격에 맞게 책임감 있는 사업 추진도 필요하다. 해외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국 기업들의 권리 침해에 대해서도 법원의 적극적인 판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은 또한 법원이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전환에 따라 바로사 가스전 사업이 장기적으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사후에만 판단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점도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국내 공기업과 공적금융의 해외 화석연료 투자 실패 사례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원은 향후 호주 규제 당국의 바로사 가스전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호주 원고들의 권리가 구제받을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국내 공적금융 투자에 직접적인 권리 침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기각 결정이 향후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뛰어들며 규제 당국의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중요한 돌파구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끝으로 “기후위기엔 국경이 없다”며 “잇따른 화석연료 자산의 좌초에도 꿋꿋이 해외 화석연료 투자를 이어가는 한국의 공적 금융기관의 투자 행태에 법원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제동을 걸 수 없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기후 소송들에서 한국 법원의 적극적인 판단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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