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한미약품·동국제약·동화약품, 영업이익률 10%↑ 기록
광동제약, 이익률 2%… 영업이익·R&D투자, 동화약품보다 저조

제약업계가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 픽사베이
1분기 제약업계가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1분기 사업 실적을 대부분 공시했다. 대체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끌어 올리며 성장세를 기록하는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일부 제약사는 영업이익률이 10% 이상을 달성하기도 해 눈길을 끄는 반면, 특정 제약사는 연구개발(R&D)도 소극적이고, 이익률도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해 명암이 엇갈렸다.

주요 제약사들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녹십자와 한미약품·동국제약·동화약품 등 4개사가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건실한 제약사로 돋보였다.

특히 녹십자와 한미약품은 매년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 적극적인 R&D 투자 등으로 업계의 본보기가 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10대 제약사에 이름을 올렸으며, 국내 최장수 제약사 동화약품은 외형 성장이 다소 더디지만, 내실을 다지며 천천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 녹십자, 한미약품
녹십자와 한미약품은 자체 신약 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 / 녹십자, 한미약품

먼저 녹십자는 모든 사업 부문이 순 성장을 달성하면서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169억원 △영업이익 418억원 △영업이익률 10.04% 등을 기록해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7.7%, 영업이익은 736.0% 증가했다. 세전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324억원, 180억원을 기록해 건실함을 자랑했다. 여기에 현재 바이오신약 7종과 백신 5종을 개발하면서 R&D에도 361억원을 투자하며 적극적인 신약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녹십자의 성장을 이끈 의약품은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로, 올 1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헌터증후군은 지능 저하, 점진적 청력 소실, 색소성 망막 변성, 울혈 유두 및 뇌수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유전 질환이다. 또 자체 개발 의약품 다비듀오(콜레스테롤 조절제), 뉴라펙(항암치료 후 호중구 감소 예방약) 등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1분기 △매출 3,211억원 △영업이익 409억원 △영업이익률 12.72%를 기록했다. R&D 부문에 투자한 비용은 372억원으로, 유한양행·녹십자와 함께 업계 최고 수준이다. 한미약품은 수년째 업계 최고 수준의 신약개발 투자를 이어오면서도 상당히 높은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알짜 제약사다.

한미약품이 다른 제약사와 달리 높은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배경에는 탄탄한 자체 개발 신약 포트폴리오가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기준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18종 보유하고 있다. 또한 1분기 분기보고서상 개발 중인 신약 리스트만 총 33종에 달한다. 올해 초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당뇨병 치료제 2종을 포함해 최근 3년 사이 개발을 완료한 신약도 7종이다.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이어오며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지속가능 성장세를 두고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과 적극적인 R&D 투자의 선순환 효과라고 평가한다.

동국제약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657억원, 영업이익 234억원을 기록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14.13%를 기록했다. 이익률만 놓고보면 국내 주요 제약사를 앞지르는 수치다. R&D 부문 투자는 녹십자나 한미약품 등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매출의 4.03%인 약 67억원을 쏟았다. 동국제약은 7종의 정부출연 국책과제에 참여 중이며, 신약·필러 등 15종의 의약품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모습에서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 동화약품
 동화약품은 오는 9월 중 신사옥(사진)을 착공하여 오는 2024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은 동화약품 신사옥 조감도. / 동화약품

동화약품은 국내 10대 제약사들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에 속하지만, 영업이익이나 영업이익률 부문을 살펴보면 건실한 제약사임을 확인할 수 있다. 동화약품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853억원 △영업이익 91억원 △영업이익률 10.61%를 기록했다. 감기약 ‘판콜’과 소화제 ‘활명수’를 비롯한 일반의약품 매출 호조세의 영향이 크며, 정형외과용 임플란트를 주로 취급하는 메디쎄이 등 의료기기 사업 부문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성장을 이뤄냈다.

신약개발 등 R&D 부문에도 42억원을 투자해 매출 대비 4.92%를 지출했다. 현재 동화약품이 개발 중인 신약으로는 천식·비염 치료제(DW2008)가 있으며, 이 약품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당뇨 치료제 개량신약 2종도 함께 개발 중이다.

건실한 제약사들과 달리 외형 성장에만 집중한 광동제약은 분위기가 어둡다.

광동제약이 최근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 제갈민 기자
광동제약은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 제갈민 기자

광동제약은 매출 기준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실속을 그렇지 못한 분위기다. 광동제약은 올해 1분기 3,12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89억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은 2.87%다.

영업이익 89억원은 매출이 광동제약의 3분의 1 이하 제약사인 동화약품(91억원)보다 저조한 규모다.

매출이 높음에도 이익률이 낮다면 자사 제품을 헐값에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거나, 자사 제품의 수익성이 낮거나, 타사 상품을 가져다 파는 등 구조적인 문제로 밖에 볼 수 없다. 광동제약 별도기준 1분기 매출 1,772억원 가운데 34,7%에 달하는 616억원의 매출이 제주삼다수에서 발생하는 영향이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광동제약이 R&D에 많은 비용을 투자한 것도 아니다. R&D 투자의 경우도 동화약품은 42억원을 투자한 반면, 광동제약은 34억원에 그쳤다. 실제로 광동제약이 현재 개발 중인 신약으로는 여성성욕저하장애 치료제와 세스퀴테르펜 화합물을 이용한 비만치료제 2개 뿐이다. 이 중 여성성욕저하장애 치료제는 미국 제약사 팰러틴 테크놀로지스의 약품을 도입한 것이다. 또 치매치료제 천연물 신약 개발은 임상2상까지 마친 후 현재 개발을 보류하고 있다. 사실상 광동제약이 직접 개발 중인 의약품은 비만치료제가 유일하다.

기업이 ‘살림을 잘했다’고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 외형 성장보다는 이익을 얼마나 창출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나 제약산업은 신약 및 복제약(제네릭) 등 개발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해야만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동제약은 최근의 성적표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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