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고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 정보의 수집‧관리 권한을 위탁하겠다는 입법 예고가 나온 후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에 동조하자 야당에서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법률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법무장관이 총리, 부총리를 제치고 ‘실질적 2인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법무부는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은 공직자 인사 검증 기관으로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했던 업무를 맡게 된다. 단장은 검사 또는 국장급 공무원이 맡는다. 사회 분야를 담당하는 1담당관은 검사가,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2담당관은 검찰 또는 일반 부처의 과장급 공무원이 맡는다.

이 규칙은 법무부령이어서 별도의 입법 과정 없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바로 시행될 수 있다. 정부가 서두르면 내달 초 곧바로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업무가 시작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27일 오전 출근길에서 “미국이 그렇게 한다.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정책 중심으로 해야 한다”며 “대통령실 비서실에서 사람에 대한 비위나 정보를 캐는 건 안 하는 게 맞다. 그래서 민정수석실을 없앤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은 사정 컨트롤타워 역할 안 하고, 직접 정보 수집 안 하고 (정보를) 받아서 해야 한다. 옛날처럼 공직자 비위 정보 수집하는 그런 거 안 하고 사정은 그냥 사정기관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그래야 객관적으로 할 수 있고 자료가 축적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방식대로 하는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 민주당, 한동훈 해임안 카드까지 꺼내

하지만 야당에서는 위법적인 개정안이라며 결사적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윤 대통령의 설명에 대해 “윤 대통령의 인식을 정확히 보여주는 워딩(발언)”이라며 “인사 검증은 비리를 캐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 적격을 판단하기 위해 기본적인 검증과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비위 수집이나 감찰은 사정비서관실, 공직감찰에서 하는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에서 비위를 수집하라고 요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정확히 모르시거나 실제로 민정수석실이 비위를 수집해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공직자 비위 수집은 민정수석실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 비서실은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검사들이 인사 검증하는 것은 심각한 위헌적·위법적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국무총리 이상의 힘을 갖고 실질적인 2인자 자리에 오르는 셈이다. 강행한다면 한 장관 해임건의안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국회법에 따라서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를 요구하고 국회법 절차에 따라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을 통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며 “필요하다면 관련해서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해볼 생각이다. 입법부 권한을 훼손하고 침해·박탈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 부분도 검토할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은 1차 인사 검증 실무를 담당하는 것에 불과하고 이후 대통령실이 최종적인 인사 검증을 진행한다”고 설명했지만, 인사정보관리단에 경찰의 중간간부급인 경정 두 명을 파견한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권한 비대화를 막을 수는 없다. 정보경찰이 파견된다는 것부터가 민정 기능을 수행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 민주당, '법꾸라지'적 면모 비판

하지만 민주당이 이를 막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영배 의원은 국회의 원 구성에 합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법무부에 인사권을 넘기면서 국회를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법꾸라지’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령을 개정·제정·폐지 할 때는 의무적으로 국회로 송부해야 하고, 이것이 국회에서 볼 때 위헌이고 위법이라고 하면 국회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견제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법안으로 2020년에 통과된 이후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5월 29일이 지난 후 하반기에 의장이 선출되지 않으면 국회가 소집될 수 없다”며 “상임위가 없어도 의장이 있으면 전원회의를 할 수 있는데, 의장이 없으면 국회가 무력화 된다”고 말했다. 여당이 원구성에 비협조적인 태도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간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대통령령을 의결하면 10알 안에 국회로 보내는 것이 규칙이다. 그래서 지방선거 직후에 보낼 수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보내지 않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눈을 피해 가겠다는 법꾸라지적인 면모다”며 “의장도 없고 법사위도 없어 막을 수 있는 법이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의 우려대로 29일까지 원 구성이 합의되지 않으면 국회의 견제 없이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국민의힘 측에서는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받기로 하면 원 구성에 아무 문제가 없으므로 민주당이 한 발 물러서기를 바라고 있다.

박형수 의원은 26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마치 하반기 원 구성 협상이 되지 않을 것을 전제로 말씀한다”며 “지난번에 합의한 법사위원장을 원만하게 국민의힘이 받기로 하면 원 구성 협상에 아무 문제 없다. 민주당이 고집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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