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대통령의 일상은 어떨까. 대통령도 보통 사람이니 밥을 챙겨 먹을 것이고, 피곤하면 산책도 나설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며, 반려견들과 휴식을 취하는 사진도 종종 공개되고 있다. 

지난 30일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몇 장의 사진 때문에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밭과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 때문이다. 사진이 무슨 문제냐 하겠지만, 이 사진은 대통령실이 공개한 것이 아니다. 김 여사의 개인 팬카페 ‘건희사랑’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대통령실은 보안시설이다. 그러다보니 5월 10일부터 이곳으로 출근한 기자들은 휴대폰에 ‘모바일보안앱’을 설치하라는 지침을 전달받았다. 이 앱은 촬영, 녹음 뿐 아니라 휴대폰 내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문제가 됐다.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이 앱이 필요할 수 있으나, 기자단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대통령실은 취재진에 한해 앱을 삭제하도록 했다. 다만 취재진은 대통령실 청사 안에서 사진 촬영 및 녹음을 할 수 없다. 이는 대통령실이 보안시설이니 어느 정도 지켜야 할 지침이라고 납득할 만 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보안시설’이라던 대통령실 내 집무실 사진이 영부인의 ‘개인’ 팬카페를 통해 공개됐다. 대통령실 청사 안에서 개별적으로는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는 기자단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이 사진은 팬카페를 통해 공개됐다. 그럼 이 ‘보안’은 누굴 위한 것일까. 

대통령집무실에 배우자가 함께하는 사진은 과거에도 있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집무실에서 사진을 찍은 것이 문제가 되자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언급했다. 바다 건너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도 소환됐다. 그런데 이들이 공개한 사진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공개경로’다. 문 전 대통령의 사진은 청와대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진은 백악관이 공식적으로 배포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취재진의 빗발치는 질문에 진땀을 뺐다. 결론적으로 사진을 찍은 사람은 김 여사였다. 이 사진을 팬카페에 보낸 것도 김 여사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내에서 찍은 것은 앞으로 대통령실을 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공식적인 경로를 통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점을 인식한 것일까. 

이번 사진 논란은 대통령실 조직에 ‘제2부속실’이 존재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통상 영부인과 관련된 업무는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맡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제2부속실 폐지’를 공언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이 공약은 이전의 ‘권위 내려놓기’ 차원에서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공약은 영부인이 사적으로 찍은 사진이 비공식적인 경로로 공개되는 것을 대비하지 못한 것 같다. 

대통령 부부의 소탈한 모습을 격의 없이 보여주는 것은 나쁜 일이라 할 수 없다. 김 여사는 “조용히 내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하는 사진이 종종 공개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김 여사가 착용한 옷이나 신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김 여사의 ‘조용한 내조’가 오히려 공조직 대신 ‘비선’이 움직인다는 오해를 자초한 것 같아 안타깝다. 

결국 31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속실 내에서 여사님 업무도 담당할 수 있는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2부속실은 없어졌지만, 그 기능이 필요함은 인정한 셈이다. 정권 초기인 만큼 이번 사진 논란이 공식 경로, 공적 조직의 중요성을 깨닫는 ‘해프닝’에 그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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