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와 신세계, GS가 향후 5년간 수십조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각사의 전략이 향후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 신세계, GS
최근 롯데와 신세계, GS가 향후 5년간 수십조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각사의 전략이 향후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 신세계, GS

시사위크=엄이랑 기자  최근 롯데와 신세계, GS가 수십조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신세계가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했다면, 롯데와 GS는 신사업에 무게 중심을 뒀다. 각사의 전략이 향후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롯데‧GS ‘신사업’, 신세계 ‘온‧오프 시너지’

지난 24일 롯데그룹(이하 롯데)은 유통‧식품‧화학 등 핵심사업과 함께 다수 신사업에 향후 5년 동안 총 3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그룹 핵심사업인 유통사업에 8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서울 상암동, 인천 송도 등에 대규모 복합 쇼핑몰 개발을 추진한다. 이외 △본점‧잠실점 등 롯데백화점 핵심 지점 리뉴얼(재단장) △롯데마트 특화 매장 확대(제타플렉스·맥스·보틀벙커) 등이 주요 내용이다. 식품사업에서는 신제품 개발과 함께 대체육·건강기능식품과 같은 미래 먹거리에 2조1,000억원 투입할 계획이다.

롯데의 발표 직후, 신세계그룹(이하 신세계)과 GS그룹(이하 GS)도 잇달아 향후 5년간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신세계는 4대 과제로 △오프라인 유통 사업 확대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자산개발 △신규 사업 발굴 등을 설정하고 20조원을 투자한다. 오프라인 사업에 11조원을 책정한 신세계는 백화점·이마트(트레이더스)·스타필드 등 점포 신규출점 및 리뉴얼을 진행할 계획이다. GS는 총 21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 중 3조원을 △편의점 등 점포 확장 △물류인프라 확충 등 유통·서비스 부문에 투입한다.

이 같은 유통기업들의 행보는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가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른바 ‘보복소비’ 효과를 본 백화점을 제외하고 다수 오프라인 소매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해당 시기 기존 점포 리뉴얼을 중심으로 경쟁력 제고에 나섰던 유통기업들은 회복세가 시작된 만큼, 신규출점 또한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존 규제 중심에서 완화로 선회한 정책기조 또한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사는 공통적으로 기존 오프라인 유통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집중하는 방향은 사뭇 다르다. 롯데와 GS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신사업에 투자를 하거나 발굴에 나선다면, 신세계는 보유 중인 자산을 토대로 온·오프라인 강화에 집중한다.

롯데는 전체 투자금액에 41%(15조2,000억원) 가량을 바이오·모빌리티 등 신사업에 투자한다. 최근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대를 위해 미국 소재 의약품 제조공장을 1억6,000만달러(약 2,06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1조원 규모의 국내 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바이오 사업을 추진할 신규 법인(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모빌리티의 경우 UAM(도심항공교통) 전기차 충전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한다. 오프라인 소매점을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 충전스테이션 등 충전 시설을 확대하며, 8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24만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오프라인 거점을 기반으로 지상과 항공이 연계된 국내 교통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GS는 전체 투자액의 절반가량(10조원)을 신사업·벤처에 집중 투자한다. 5대 중점 투자영역으로 △유통 △기후변화 대응 △자원순환 △딥테크 △바이오 등을 선정했다. 올해 출범한 벤처투자전문회사 ‘GS벤처스’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GS퓨처스’를 중심으로 국내외 스타트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신세계의 경우 롯데·GS와 비교해 신사업 투자비용(2조원)은 적다. 대신 지난해 이베이·W컨셉 등 대규모 인수자금을 투입한 온라인 사업 강화 기조를 이어간다. 이를 위해 △물류센터 확대 △시스템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하는 등 온라인 강화를 위해 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 잇단 대규모 투자, 업계 지각변동 일으킬지 ‘주목’

3사의 투자 계획은 지난 2년간 거둔 실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 사이 유통업계 맞수로 평가받는 신세계와 롯데 사이 희비는 극명히 엇갈린 바 있다. GS의 경우 편의점 업계 맞수 BGF와의 격차가 급격히 좁혀진 상황이다. 

신세계는 지난 2년 사이 백화점을 중심으로 위상을 공고히 했다. 특히 그룹 핵심 계열사 이마트는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린 시기에도 매출·영업이익 모두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상승세를 기반으로 신세계는 올 초 신년사로 제시한 온·오프라인 시너지 극대화 전략인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롯데쇼핑)와 GS(GS리테일)의 유통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쇼핑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백화점에서 큰 폭의 실적 하락(영업이익 2019년 5,190억원 → 2021년 3,490억원)을 겪었으며, 마트는 적자폭이 확대(2019년 250억원 적자 → 2021년 320억원 적자)됐다. GS리테일의 경우 2019년 영업익(2,388억원)과 비교해 2020년(2,525억원)은 늘었지만, 지난해(2,084억원)는 오히려 2년 전보다 더 축소된 상황이다.

이 같은 대비에 따라 롯데와 GS에게 신사업 발굴을 통한 수익 다각화라는 과제가 발생한 반면, 신세계에게는 주력사업 강화의 명분이 주어진 셈이다. 다만 롯데와 GS 또한 유통사업에서 옛 명성을 되찾고자 나선 상황이다. 롯데는 백화점·마트 등 리뉴얼과 함께 롯데온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나섰으며, GS는 퀵커머스를 향후 핵심사업으로 점찍고 기반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와 GS가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립한 투자계획이 향후 업계 내 판도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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