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6‧1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국민의힘은 ‘겸손’을 강조했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의 승리를 거두고도 연이은 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이유다. 승리의 기분에 도취되지 않은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를 꾸려 당장 2년 후에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거를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2일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기뻐하면서도 자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여당에 몰아주신 강한 지지는 저희로서는 너무나 감사하고도 두려운 성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만이 아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기대 이상의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들게 감사를 드린다”면서도 “기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메멘토 모리’를 언급하며 “지금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다잡고 채찍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12개의 광역단체장을 석권하며 사실상 ‘압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거듭 ‘겸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연이은 선거 승리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 연달아 선거 패배의 늪에 빠진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됐다.

당장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이 지난 2년 전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큰 성과를 내고 그것에 도취돼 일방적인 독주를 하다가 2년여 만에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저희도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바라보고 일하라는 교훈을 바탕으로 일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배현진 최고위원도 “민주당의 이번 선거 패배가 저희에게 어떤 반면교사가 돼야 할지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혁신위원회’ 만들어 정당 개혁 속도

국민의힘의 ‘성찰’에는 비단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로 그치는 것이 아닌 2년 후 총선에서도 ‘승리’를 이뤄내야 한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승리를 했지만, ‘여소야대’ 상태인 국회 상황을 그대로 둘 경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안정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서려 있다. 정미경 최고위원이 “절반의 승리는 국회를 바꿔야 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발걸음도 재촉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이날 ‘정당 개혁’을 위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앞으로 2년이 채 남지 않은 총선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며 “600일 남은 총선을 염두에 두고 개혁 정당 쇄신 행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혁신위는 정당 개혁을 목표로 하는 것인 만큼 피상적이거나 가십성 이슈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당세가 커진 만큼 이에 걸맞게 경선 방안 등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도입된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시험(PPAT)을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과 경선 홍보 및 정책 선거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혁신위원장은 최재형 의원이 맡기로 했다. 당원들의 의사를 취합하고 논의 과정에서 설명과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정한 인사를 선정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최 의원과 함께할 혁신위원은 당 최고위원들이 개혁 성향이 뚜렷한 인물을 각 한 명씩 추천한다고 밝혔다. 당의 총의를 모아야 하는 만큼 상당한 활동기간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향후 총선 과정에서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혁신위원회를 띄운 취지다. 이 대표는 “저희가 PPAT 도입을 통해서 정당 쇄신에 있어 민주당보다 진일보한 행보를 걸었던 것처럼 경선 구조에서도 팬덤 정치나 조직 정치를 넘어서 새로운 시스템을 바탕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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