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후보가 지난 대선 이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서로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후보가 대선 이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서로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패배한 이후 내부 수습을 위해 3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지방 선거를 복기하고 반성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 앞서 “어떠한 핑계도 변명의 여지도 없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우리 민주당은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오늘 이 자리는 지난 대선과 이번 지선 결과를 통해 국민께서 내린 평가의 의미를 제대로 헤아리고 국민과 함께 가는 민주당을 만드는 첫 시작이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이재명 상임고문이 참석할 가능성도 언급됐지만, 지역 일정 등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민주당 내 친낙(이낙연 계)와 친명(이재명 계)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낙연 전 대표와 친낙, 친문(문재인 계) 의원 20여 명이 2일 밤 심야 회동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전 대표가 미국 유학을 위해 출국하기 전 그 환송회를 위해 모인 자리였지만, 당내 상황에 대한 우려의 대화가 오고 갔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친문‧친낙 의원들은 일제히 본인의 SNS나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 상임고문에 대한 비판과 이 고문이 당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 대선·지선 패배 책임론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선 때 진 패장 후보가 한 달도 채 안 돼서 다른 선거에 나가서 ‘난 잘못 안 한 것 같다’(고 하고), 사퇴한 당대표가 또 선거에 나가는 건 민주주의 기본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문계 맏형격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같은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송영길 전 당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한 것과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당이 사당화됐다. 상식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본다”며 이 의원이 당 전면에 나서는 것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선 패배 후 직접 글을 올려 “민주당이 패배했다. 아픈 패배였다. 대통령 선거를 지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며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 출발부터 그랬으니, 그다음 일이 제대로 뒤따를 리 없었다. 그러니 국민의 인내가 한계를 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의원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에게 석패하고도 지방선거에서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선거 운동을 이끈 이 상임위원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반면 손혜원 전 의원은 본인의 SNS에 ‘이재명 책임론’을 거론한 기사를 공유하고 “민주당 패배는 바로 당신, 이낙연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본인만 모르는 것”이라며 “이재명 당선자가 대선에서 실패한 것, 지방선거 참패 모두 백프로 더불어민주당 책임이다”고 직격했다.

이와 같은 민주당의 내홍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패배한 정당은 항상 싸우면서 길을 찾고 희망을 찾는다. 보수는 패배하면 반성도 백서도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간다. 진보는 싸우고 전열을 정비한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싸우고 패배하고 물러났다”면서도 “오래 싸우진 마시라. 진짜 싸움은 밖에, 민생, 경제에 있다”고 조언했다.

◇ 전당대회서 ‘당심’ 듣겠다는 의견도

설전으로 민주당 내 계파 전쟁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세균 계, 이낙연 계 의원들은 내홍을 방지하겠다며 오히려 계파를 해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같은 움직임에 사실상 이재명계 인사들이 이재명 상임고문의 전당대회 도전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미리 차단막을 쳐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계파 갈등이 봉합되기는 힘든 형국이다.

3일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 포럼’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재건은 책임정치에서 출발한다. 당내 모든 계파정치의 자발적 해체만이 이룰 수 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식의 훌리건정치를 벗어나는 속에서 가능하다. 국민이 공감하는 유능한 정당의 변화 속에서 가능하다”고 해체를 선언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 이병훈 의원도 “계파로 오해될 수 있는 의원 친목 모임을 해체하기로 했다”며 “친목 모임 해체 결정이 당내 분란의 싹을 도려내고 당이 새로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로 간의 불신을 넘어야 새로 태어날 수 있고, 민심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당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이재명 의원을 전면 부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선 이후 민주당 당원이 대거 유입됐고, 지방선거 밭갈이에 당원들의 역할이 있었던 만큼 이 의원을 이대로 내칠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에서 또, 여러 동료 의원들이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의 원인을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로 지목하는 것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며 “이재명을 불러낸 게 누구인가. 당원들이 요청했고, 당이 결정한 것이다. 민심을 외면한 당사자는 민주당 국회의원들, (문재인 정부) 장관들이었다”고 지목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묻자”며 “당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할 인물이 누구인지 당원들이 길을 제시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내 수습을 충분히 가진 후 조기 전당대회 없이 예정된 8월 하반기에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재명 의원 측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 의원이 차기 당권주자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당대회를 앞두고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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