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업은행 신임 회장은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첫 출근일인 8일부터 3일째 본점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강석훈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으로 출근하던 도중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을 반대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가로막혀 있는 모습./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산업은행 강석훈號(호)가 닻을 올렸다. 그러나 제대로 된 출항을 하지 못한 채 삐거덕거리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노동조합 측은 부산 이전을 위한 낙하산 인사라며 강석훈 신임 회장의 출근을 강력하게 저지하고 있어서다.

◇ 3일째 출근 무산… 노조 출근 저지 투쟁에 발길 돌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석훈 산업은행 신임 회장은 첫 출근일인 8일부터 사흘째 본점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노조의 강한 출근저지 투쟁에 부딪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현재 강 회장은 산업은행 인근 호텔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해 놓고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지난 7일 산업은행 회장에 임명된 후 취임식도 열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강 회장에 대해 “부산 이전을 위한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한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출근을 시도하며 노조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돌아갔다. 

강 회장은 대우경제 연구소 금융팀장,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기획예산처 기금평가위원을 거쳐 19대 국회의원, 2016년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낸 인사다. 

금융위원회 측은 그의 임명 배경에 대해 “국회의원 재임 시절부터 정책금융의 역할 재정립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산은의 당면과제인 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추진하고 민간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지원 등 주요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강 회장의 임명 소식에 즉각 반대 입장을 내놨다. 산업은행 노조 측은 8일 성명서를 통해 “(강 회장이) 본점 지방이전 과제를 부여받고 올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며 “금융을 안다는 사람이 모두 반대하는 본점 지방이전을 추진할 낙하산 출입은 결단코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 본점 부산 이전 놓고 노조·새 정부 입장 평행선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산업은행 노조가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윤석열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에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을 포함시킬 정도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강 회장은 산은의 본점 이전에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진 않은 상태다. 그러나 노조는 새 정부가 낙점한 인사인 만큼 정부의 입장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관가 안팎에선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은의 본점 이전과 관련해 노조와 정부의 입장이 워낙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탓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추진 이슈는 이전 정부에서도 꾸준히 거론돼왔다. 다만 법 개정과 산업은행 내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현실화되지 못했다. 산업은행 내부에선 기관 경쟁력 약화와 업무 효율성 저하 등을 이유로 본점의 지방 이전을 강하게 반대해 왔다. 전임 수장인 이동걸 전 회장은 퇴임 전 “부산 이전이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이뤄지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며 반대 입장을 강하게 밝히기도 했다. 

이에 강 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전망이다. 노조의 거센 반발 수습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강 회장이 해법을 찾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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