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질긴 악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하림그룹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질긴 악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하림그룹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악연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하림그룹 측이 소중한 승리를 거둔 반면, 공정위는 체면을 구기게 됐다. 공정위가 2015년 ‘사료담합’을 적발하며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 법원에서 최종 취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최근에도 담합과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연이어 공정위 제재를 받은 하림그룹이 추가적인 법적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어서 양측의 악연은 계속될 전망이다. 

◇ 법적 다툼 승리한 하림그룹, 추가 대응까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최근 하림지주(구 제일홀딩스)와 팜스코, 하림홀딩스 등 하림그룹 3개 계열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의 시발점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7월, 공정위는 하림그룹 계열사 3곳과 대한사료 등 총 11개 기업에 대해 가축 사료가격 담합을 적발하고, 총 773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총 16차례에 걸쳐 가격의 평균 인상·인하 폭 및 적용시기를 담합했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하림그룹 3개 계열사가 부과받은 과징금은 총 87억원에 달했다. 아울러 당시 공정위는 “앞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적 있는 하림과 CJ 등은 조사에 대비해 전화로만 일정을 통지하며 일체의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반발한 하림그룹 측은 공정위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그리고 2017년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담합 적발이 합당하지 않다며 취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의 처분은 그 자체가 1심으로 인정돼 이에 불복한 소송은 고등법원에서 관할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상고했고,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게 됐다. 담합 적발부터 대법원 취소 판결에 이르기까지 7년여에 걸쳐 법적 분쟁이 이어진 셈이다.

이로써 하림그룹은 담합 적발에 따른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됐다. 반면, 공정위는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담합 적발이 취소되며 체면을 구기게 된 모습이다. 

한편으론 하림그룹과 공정위의 질긴 악연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하림그룹은 사료가격 담합 적발이 이뤄지기 전인 2000년대에도 닭고기 가격 담합과 상습적인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또한 최근엔 수개월 사이에 연이어 공정위 제재를 받으며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먼저, 지난해 10월엔 삼계탕용 닭고기(삼계) 담합이 적발됐다. 공정위는 2011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하림그룹 계열사인 하림과 올품을 비롯한 7개 업체가 가격 인상·출고량 조절 등을 담합했다며 총 251억3,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특히 공정위는 하림과 올품에게 가장 많은 총 13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두 업체만 검찰 고발 조치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0월 말엔 계열사 부당지원 적발이 이뤄졌다. 공정위는 하림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이 보유한 계열사 올품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시정명령 및 총 48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2017년부터 조사를 시작해 4년여 만에 내려진 조치였다.

뿐만 아니다. 하림그룹은 올해도 공정위의 제재를 마주했다. 지난 3월, 공정위는 2005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육계 신선육 가격 등을 담합했다며 16개사를 적발하고, 총 1,758억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여기서도 하림그룹은 총 662억3,600만원의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 받고 올품이 다른 4개사와 함께 검찰 고발되는 등 핵심 제재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불과 6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공정위에 세 차례나 적발되고, 총 과징금만 841억6,100만원에 이르게 된 하림그룹은 앞선 사료가격 담합때와 마찬가지로 법적 대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삼계 담합 적발 건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며, 계열사 부당지원 및 육계 신선육 가격 담합 적발 건은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림그룹과 공정위의 악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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