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계기판 표기 주행거리, 환경부 측정값보다 높아
계기판 ‘배터리 용량×최대 전비’ 값 표기… 외적 요인으로 주행거리 감소하기도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 기온·공조기 작동 등 복합 변수 적용한 것

지난해 국내 자동차업계의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의 계기판에 표시되는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환경부 인증 주행가능 거리보다 높게 나타난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환경부가 인증한 전기차(BEV) 1회 완전충전 시 복합 최대 주행가능 거리와 전기차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가능 거리가 다르게 나타나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체로 전기차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가능 거리가 환경부 인증 거리보다 높은데, 적게는 100㎞ 미만, 크게는 200㎞ 이상 차이를 보여 전기차 구매를 고려 중인 소비자들은 사전에 시승과 관련 정보를 찾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때 여전히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배터리 1회 완충 시 주행가능 거리다. 아직까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기존의 주유소만큼 촘촘하게 구축되지 못했으며,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도 주유하는 것과 달리 오래 걸리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전기차 신차 출시 소식이 전해지면 최대 주행거리부터 살핀다.

하지만 환경부에서 인증한 전기차의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유럽 인증 방식인 WLTP 대비 낮게 나타나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환경부의 전기차 인증 주행거리는 실제 공도 주행 시 전비나 최대 주행가능 거리와도 차이를 보이고, 차량 계기판에 나타나는 주행가능 거리와도 달라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일부 전기차의 환경부 인증 주행가능 거리를 살펴보면 △메르세데스-벤츠 EQS450+ AMG 라인 478㎞ △BMW iX x드라이브50 447㎞ 등이다. 그런데 실제로 차량 배터리를 완충한 직후 계기판에 나타나는 주행 가능 거리는 △메르세데스-벤츠 EQS450+ 713㎞ △BMW iX50 739㎞ 등으로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인다.

/ 모트라인 유튜브 속초티비 영상 갈무리
자동차 전문 유튜브 채널 모트라인에서 지난 4월 8일 올린 메르세데스-벤츠 EQS450+ 실주행거리 검증 영상에서 EQS450+의 배터리를 완충한 직후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713㎞로 나타났다. / 유튜브 모트라인 속초TV 영상 갈무리

이 외에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들 중 일부 모델은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가 300㎞ 미만 또는 200㎞ 미만 수준인 경우도 있는데, 해당 전기차 역시 계기판에 표기되는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환경부 측의 인증 값 대비 높게 나타난다. 최근 국내에 공식 출시된 렉서스 UX 300e 모델도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는 233㎞인데, 계기판에 표기되는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3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고 표기된다는 게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게 제조사 측이 내세우는 주행가능 거리와 환경부 인증 주행가능 거리의 편차가 200㎞ 이상 수준으로 발생하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어 보인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국내에서 홍보를 할 때 환경부의 인증을 받은 복합 최대 주행가능 거리를 기준으로 해야 해 불편한 점이 존재한다.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음에도 정부의 인증 값보다 높은 수치로 홍보를 하게 되면 허위과장광고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과 관련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편차는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조사에서 최대 주행가능 거리를 테스트하는 방식과 유럽의 WLTP, 한국 환경부, 그리고 미국 EPA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계기판에 표시되는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배터리의 성능(수명), 효율과도 연관이 있어 겨울철 영하의 저온 상태에서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면 계기판에 표시되는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여름과 달리 낮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장기적으로는 수년 이상 차량을 이용할 시 배터리 성능·효율 저하로 최대 주행가능 거리 표기가 줄어들 수도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나 공조기 등 전자장비 사용 여부에 따라 계기판에 표시되는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달라지기도 한다.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의 한 연구관은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가능 거리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용량으로 (다른 전자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멀리 주행할 수 있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이렇게 표기되는 주행가능 거리는 제작사에서 1㎾h당 최대의 효율로 주행할 시 몇 ㎞를 주행할 수 있는지 프로그램으로 세팅을 해둬서 그렇게 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에서 측정하는 전기차의 1회 완충 시 주행가능 거리 시험은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돼 있는 방법으로 실내에서 고속도로·도심·상온·저온·공조기 작동 여부 등을 모두 적용해 테스트를 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전기차는 특성상 오로지 배터리에서 가지고 있는 전기 전력으로 다른 전자장비를 작동해야 하는데,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하면 주행거리가 감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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