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 실적을 면치 못했던 토비스가 최근 재도약을 향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토비스 홈페이지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 실적을 면치 못했던 토비스가 최근 재도약을 향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토비스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위기를 겪고, 주주 행동주의의 공세를 마주하는 등 혼란을 겪었던 중견 산업용 모니터 업체 토비스가 재도약을 향한 잰걸음을 이어나가고 있다. 창업주인 김용범 대표이사가 토비스를 제 궤도로 돌려놓고, 민감한 당면과제도 해소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실적 추락·주주 반발 딛고 잰걸음

1998년 설립된 산업용 모니터 제조업체 토비스는 특히 카지노용 모니터 부문에서 세계 1위의 입지를 다지며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매출액 2,033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이었던 연간 실적이 2014년 매출액 6,095억원, 영업이익 532억원으로 껑충 뛰며 정점을 찍었고, 이후에도 4,000억원대 이상의 매출액 및 200~3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토비스는 실적이 급격히 고꾸라졌다. 매출액은 2020년 2,727억원에 이어 2021년 2,633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55억원과 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실적 추락의 원인은 먼저 코로나19 사태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카지노 업계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토비스 역시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로 카지노용 모니터가 포함된 산업용모니터 부문의 매출액은 2019년 1,500억원대였던 것이 2020년 800억원대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산업용모니터 부문의 매출액이 1,300억원대까지 회복세를 보였으나 또 다른 악재가 찾아왔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전격 중단하면서 TFT-LCD모듈 부문이 타격을 입은 것이다. TFT-LCD모듈 부문의 매출액은 2019년 2,400억원대였던 것이 2020년 1,700억원대에 이어 지난해 900억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이처럼 연이은 위기를 겪은 토비스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행동주의의 거센 공세를 마주하기도 했다. 주주 행동주의를 적극 실행에 옮기고 있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이 배당과 황금낙하산 조항 삭제, 감사 후보자 추천, 이사 보수 삭감 등을 주주제안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차파트너스 측은 창업주인 김용범 대표 등 경영진이 배당에 비해 과도한 보수를 챙기고 있고, 정관에 포함된 황금낙하산 조항으로 인해 기업가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비스 측은 당시 주주제안에 대한 별도의 의견표명서를 발표해 조목조목 반박했고, 결과적으로 방어전에 성공했다. 

이처럼 여러모로 혼란을 겪은 토비스는 이후 재도약을 위한 잰걸음을 이어나가고 있다. 

먼저, 토비스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며 주주달래기에 나섰다. 주주환원정책의 골자는 향후 3년 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20~3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이었으며, 실제 22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결정했다. 

토비스는 또한 신규투자 계획도 잇따라 내놓았다. 지난 3월엔 370억원을 투입해 국내에 산업용 모니터 제조공장 및 연구소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어 지난달엔 347억원을 투입해 전장용 디스플레이 모듈 생산공장도 국내에 건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1분기 실적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포착됐다. 토비스는 1분기 연결기준 796억원의 매출액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8.9%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고, 작게나마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토비스를 향한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사업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서 확보한 신규 고객사와 신규투자 추진까지 더해져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앞선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행동주의의 공세를 마주했던 김용범 대표 입장에선 최근 분주하게 추진 중인 토비스의 재도약이 최대 당면과제로 꼽히며,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한편으론 경영권 방어라는 민감한 현안도 남아있다. 토비스의 최대주주는 김용범 대표다. 다만, 단일 최대주주는 CCTV 전문 제조업체 아이디스다. 아이디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2020년 3월 토비스 지분을 5% 이상 보유 중이라고 처음 공시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 현재 9.47%를 보유 중이다.

반면, 김용범 대표는 개인 지분이 9.29%에 불과하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도 14.43%로 지배력이 안정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아이디스는 토비스의 경쟁사인 코텍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코텍은 카지노용 모니터를 핵심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곳이다. 물론 아직까지 아이디스 측은 토비스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적대적 M&A 시도가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인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즉, 김용범 대표는 토비스의 재도약 뿐 아니라 경영권 방어 및 지배력 강화라는 까다로운 숙제도 품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범 대표가 토비스를 성장궤도로 돌려놓는 한편, 민감한 현안도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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